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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전 세계 최초’ 타이틀 욕심? 러시아 백신 ‘선 승인 후 검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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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승인 러 백신, 일반 접종은 10월 돼야

미·영 백신도 이르면 10월쯤 일반 접종 가능

‘세계 첫 백신’ 타이틀 집착해 ‘편법’ 사용 지적


한겨레

러시아 연구진이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감염병·미생물학 센터’ 에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백신 개발에 투자를 한 러시아 국부펀드인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가 공개한 것이다. 모스크바/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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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승인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세계 최초 백신 개발’이라는 지위를 얻으려고, 승인부터 먼저 하고 일반 접종은 뒤로 미루는 ‘편법’을 썼다는 분석도 나온다.

냉전 시대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쏘아올려 미국에 충격을 준 인공위성에서 이름을 따온 ‘스푸트니크 브이(V)’ 백신은 모스크바의 가말레야 국립 감염병·미생물학 센터가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의 자금을 받아 개발했다. 몇달간 인체 시험을 했으나 데이터를 발표하지 않았고, 일반인 다수를 상대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임상 3상 시험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11일 개발이 승인됐다.

연구소 쪽은 약 2천명을 대상으로 3상 시험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3상 시험은 보통 수만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미국 모더나의 경우 지난달 “3만명을 대상으로 3상 시험을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쪽은 “지난 1일 완료된 1·2상 시험에서 참가자들은 상태가 좋으며, 부작용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방 쪽 연구자들은 그 정도 시험으로는 부작용을 파악할 수 없고, 그래서 대규모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3상 시험이 필요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러시아 임상 시험 협회 역시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한 것이 러시아를 (코로나19 대처) 경기의 지도자로 만들지는 않는다. 백신 사용자를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지난 4월 3상 시험이 없어도 백신을 승인할 수 있는 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따라 스푸트니크 브이는 일단 승인을 받은 뒤 3상 시험을 하게 됐다. 백신이 승인되긴 됐으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대량 접종은 빨라도 10월이 돼야 가능하다.

영국 노팅엄대 케이스 닐 유행성질병학 교수는 미국의 모더나와 영국 옥스포드대가 개발하는 백신이 3상 시험중임을 언급하며 “러시아의 백신이 다른 백신들에 비해 앞서나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이나 영국의 백신도 빠르면 10월에는 상품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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