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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女인턴의 성상납' 기안84 만화, 어떻길래 청와대 청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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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력한 여성 인턴 사원이 어느 날 회사 회식 후 대기업 정직원으로 전환된다. 그는 회식 중 배 위에 조개를 올려두고 기다란 물체로 껍데기를 깨는 모습을 보여 상사의 눈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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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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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웹툰 작가 ‘기안84’가 네이버에 연재하는 ‘복학왕’에서 한 여성 캐릭터의 취업 과정을 이같이 연출해 ‘여성 혐오’ 논란이 일었다. 문제의 장면에는 여성 성기를 비하하는 표현인 ‘조개’를 남성 성기 모양의 물체로 깨는 행위가 나오는데, ‘남성 상사에게 성(性)을 상납한 뒤 정규 직원이 됐다’는 식의 연출로 보인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웹툰 복학왕 연재 중지를 요구한다’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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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84 /스포츠조선


◇ 무능력한 주인공, 최종 합격 과정에 무슨 일이

논란이 제기된 작품은 지난 4일과 11일 연재된 복학왕 광어인간 1~2화다. 지방대를 나온 여성 봉지은은 대학 선배인 우기명이 재직 중인 기안 그룹에 인턴으로 입사한다. 그러나 봉지은은 보고서를 문서 프로그램이 아닌 메모장으로 작성하거나, 제출 지시를 받은 보고서를 한 달 가까이 작성하는 등 무능력한 모습을 보인다.

사내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애교’로 상황을 넘어간다는 식으로 그려졌다. 인턴 봉지은이 속한 팀의 40대 남성 팀장은 봉지은을 향해 ‘어차피 자네 뽑을 생각 없다’ ‘누가 널 뽑아준대?’ ‘회사가 복지시설이냐’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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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캡처


인턴 봉지은이 소속된 팀은 어느덧 마지막 회식을 하는데 장소는 조개구이집이었다. 메인 요리로 키조개가 나오자 팀장은 ‘손질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고, 봉지은은 자신의 배 위에 조개를 얹은 뒤 기다란 물체로 조개 껍데기를 깨부쉈다.

기안84는 해당 장면을 그리면서 내레이션으로 ‘학벌, 스펙, 사회성으로 무장한 다른 경쟁자들의 생존 전략 앞에, 봉지은은 완전히 새로운 생존 전략을 들이댔다’며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학벌이나 스펙, 노력, 그런 레벨의 것이 아닌’이라고 적었다.

봉지은은 이 장면 이후 해당 기업에 최종 합격하는 것으로 나온다. 봉지은은 팀원들과 입사 직후 제주도로 갔는데, 40대 남성 팀장은 우기명과 대화에서 ‘마지막 회식 이후 술에 취해 봉지은과 키스를 했고 이후 교제하는 사이가 됐다’며 ‘내가 나이가 40인데 아직 장가도 못 갔다’고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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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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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란 일자 해당 장면 수정…비난 여론 들끓어

네티즌들은 기안84의 이런 연출에 대해 ‘여자가 성관계를 해 취업을 한다는 연출’ ‘20살 많은 팀장에게 몸으로 로비를 해 취업했다는 암시’라며 여성 혐오 표현에 해당한다고 비난했다. ‘도대체 어느 기업에서 능력없는 여자를 뽑는가’ ‘성별로 인해 채용에서 불이익을 얻는 사례는 여성이 훨씬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12일 오후 해당 장면이 일부 수정됐다. 봉지은이 조개를 깨는 모습은 대게로 바뀌었고, 자세도 배 위에 올려두는 것이 아닌 벽돌로 테이블 위 대게를 내려치는 것으로 고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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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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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안84에 대한 비난 여론은 계속해서 들끓고 있다. 그가 패널로 출연하는 MBC 나혼자산다 시청자게시판에는 12~13일 이틀 간 ‘기안84의 하차를 요구합니다’라는 취지의 글이 2000여건 이상 올라왔고,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복학왕의 연재 중단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와 하루 만인 13일 오후 2시 기준으로 6만명 이상이 동의한 상태다.

◇ 기안84 이주노동자 비하 논란도…일각선 "표현의 자유"

기안84는 지난해 5월에도 작품에서 여성 장애인 비하와 이주 노동자 비하를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가 사과한 바 있다. 네이버 측은 “작품으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 향후 작품에서 다뤄지는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작가와 함께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일부 네티즌들은 '만화작가에게 도덕을 요구하는 것인가' '올바른 주제만 표현하는 게 작가냐' '헌법상 보장된 권리인 표현의 자유보다 페미니즘이 위에 있다는 건가'라며 온라인상에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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