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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 또 깼다… 해리스, 美 첫 흑인여성 부통령 후보 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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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메이트에 50대 아시아계 상원의원 지명

트럼프·펜스 백인男 듀오와 차별화

스타정치인 기용, 세대교체 메시지

유고시 대통령 대행 적임자 판단도

바이든 “현재의 위기 타개할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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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상원의원. UPI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오는 11·3 대통령 선거의 러닝메이트로 나설 부통령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55·캘리포니아주)을 지명했다. 해리스 의원은 흑인 아버지와 인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흑인 여성으로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주요 정당의 부통령 후보가 됐다. 서남아시아계 출신이 부통령 후보가 된 것도 처음이다.

바이든은 11일(현지시간) 트위터와 지지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해리스 의원이 ‘두려움이 없는 전사’로 ‘정상이 아닌 시절’에 자신과 함께 위기를 타개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그는 “나와 카멀라에게 4년간 대통령과 부통령 직을 맡긴다면 우리가 위기의 나라, 분열된 나라, 혼란스러운 나라를 물려받게 될 것이고, 1분도 허비할 시간이 없다”면서 “옳은 것을 위해 전력을 다해 싸우는 성취의 실적, 그것이 내가 그를 선택한 이유”라고 말했다. 해리스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조 바이든은 일생을 우리와 함께 싸워왔고, 미국 국민을 통합시킬 수 있다”고 화답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초선인 해리스 의원을 선택함으로써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펜스 부통령 티켓과의 차별성을 최대한 부각했다. 공화당의 백인 남성 2인조와 달리 민주당은 흑인·인도계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내세워 소수 인종과 여성 표를 집중 공략하겠다는 계산이다.

현재 77세인 바이든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내년 1월 20일 78세의 나이로 미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74세, 펜스 부통령은 61세여서 50대 중반인 해리스가 젊은 층 유권자에게 세대교체의 메시지도 줄 수 있다.

바이든은 한때 ‘과도기’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는 과도기적인 역할을 하고, 4년 뒤 연임하지 않은 채 물러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바이든의 러닝메이트가 누가 될지 미국 정가의 관심이 집중됐던 것도 부통령 후보가 차차기 대선의 선두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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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흑인 여성'' 카멀라 해리스 상 원의원을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31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TV 토론에서 해리스(오른쪽) 의원이 바이든 전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해리스는 민주당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인종차별 문제 등을 놓고 바이든에게 날 선 공격을 가한바 있다. 이 때문에 바이든 캠프 일각에서는 해리스가 충성심이 떨어지고, 독자 노선을 걸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8년 동안 부통령으로 재임한 바이든은 누구보다 부통령의 역할을 잘 안다. 해리스를 낙점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해리스가 필요할 때 대통령을 대행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 해리스는 초선 상원의원이지만 법조인 출신답게 의회 청문회 등에서 송곳 질문으로 유명했고,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발군의 토론 실력도 선보였다. 공화당 펜스 부통령과 ‘부통령 후보 텔레비전’ 토론에서 선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바이든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흑인 유권자에게 결정적인 빚을 졌다. 그는 아이오와, 뉴햄프셔, 네바다주 경선에서 연전연패함으로써 탈락 위기에 몰렸었다. 그러나 흑인 인구가 많은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경선에서 흑인 유권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1위를 차지했고, 여세를 몰아 역전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었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사망하는 사건으로 전국적으로 흑인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개된 것도 해리스의 발탁 요인으로 작용했다. 바이든이 대선 후보로 결정된 뒤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겠다고 선언하자 흑인 지도자들은 흑인 여성을 선정하라고 바이든 캠프에 압박을 가했다. 민주당 지지층 중에서 흑인 여성이 민주당에 가장 열정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어 해리스가 여성과 흑인 표 결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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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왼쪽) 전 부통령과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카멀라 해리스 상원 의원. 바이든 트위터 캡처


그러나 민주당 내 좌파 진영은 해리스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적했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바이든이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민주당 경선 돌풍에서 드러난 민주당의 좌경화 바람을 등에 업는 데 해리스가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리스 의원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지난달 말 말했던 것과 정반대로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바이든이 해리스를 골라 약간 놀랐다”면서 “그는 경선에서 너무나 형편없었고, 많은 돈을 쓰고도 2%의 지지율로 마감했다”고 깎아내렸다. 이어 “그는 바이든에게 몹시 무례했고, 그런 사람을 발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주자들은 일제히 해리스 의원의 낙점을 환영하면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카멀라 해리스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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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상원의원(55·캘리포니아)은 자마이카계 흑인 아버지와 인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 사회의 ‘유리천장’을 깨는 역사적인 기록 행진을 이어온 인물이다. 이제 흑인과 서남아시아계 최초의 여성 부통령 후보라는 새로운 기록이 추가됐다.

해리스는 현재 미 상원에서 유일한 흑인 여성 의원이다. 2011년 1월∼2017년 1월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을 지냈는데, 흑인 여성이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이 된 것도 그가 사상 처음이었다. 2017년 1월부터 현재까지 캘리포니아 연방 상원의원으로 활동해왔는데, 미 상원에 흑인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입성했다.

미국에서 여성이 주요 정당의 부통령 후보에 오른 적은 있으나 모두 낙선했다. 민주당은 1982년에 제럴딘 페라로 전 하원의원을, 공화당은 2008년에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를 각각 부통령 후보로 내세웠다. 민주당은 지난 2006년 대선에서는 여성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었다. 해리스는 여성으로는 네 번째로 대통령 선거전 본선에 나선다.

해리스는 1964년 10월 20일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인 도널드 해리스, 어머니는 유방암 전문 과학자 시아말라 고팔란 해리스다. 해리스는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이 흑인이라고 한다. 고교 시절까지 백인 사회에서 주로 생활했으나 워싱턴 DC에 있는 대표적인 흑인 대학인 하워드대에 진학했다. 하워드대에서 정치과학과 경제학을 전공하고, 헤이스팅스 로스쿨을 졸업한 뒤 1990년대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찰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어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여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과거 인종차별주의 성향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협력했던 바이든의 이력을 겨냥해 “당신은 그들과 버싱 반대에 협력했다. 당시 캘리포니아에 매일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던 소녀가 있었다. 그 작은 소녀가 나”라며 울먹였다. 버싱(busing)은 흑백 학생이 섞이도록 학군 사이에 버스로 실어나르던 정책이다. 초반 선두 그룹에 속했던 그는 선거자금 고갈 등을 이유로 지난해 12월 중도 하차한 후 바이든 지지 선언을 했다.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으로 재임할 당시에 바이든 전 부통령의 장남이자 델라웨어주 검찰총장이었던 보 바이든과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해리스가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맹공을 퍼붓자 바이든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보가 늘 해리스를 높게 평가했는데 마치 복부를 강타당한 것 같다”고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보 바이든은 2015년 암으로 사망했고, 바이든 전 부통령은 그 충격으로 2016년 대선 출마를 포기했다.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런 인연이 러닝메이트 발탁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해리스 의원은 2014년 변호사 더글러스 엠호프와 결혼했다. 대선에서 승리하면 그의 남편은 미국의 첫 ‘세컨드 젠틀맨’이 된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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