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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1주택자입니다" 집 팔고 벼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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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소통수석에 정만호, 사회수석 윤창렬… 2명 모두 2주택자, 인사 직전 1채씩 팔아

조선일보

정만호, 윤창렬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 정만호(62) 전 강원도 경제부지사, 사회수석에 윤창렬(53) 국무조정실 국정운영실장을 임명하기로 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지난 7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 고위 참모들이 집단 사의를 표명한 이후 10일 정무·민정·시민사회수석에 이어 이날까지 수석급 5명을 교체한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인사를 발표하면서 갑자기 "설명할 것이 있다"며 이들의 다주택 여부를 언급했다. 관련 질문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두 수석 모두 당초 두 채를 소유하고 있었으나 한 채는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지금 처분 중"이라며 "사실상 1주택자"라고 했다. 정만호 신임 수석의 경우, 고향인 강원도 양구군 단독주택(대지 165㎡, 건물 65㎡)과 서울 도봉구 아파트(134㎡) 중 양구 집을 매각하기로 하고 현재 계약금까지 받은 상태다. 윤창렬 수석은 서울 서초구 아파트(130㎡)와 세종시 아파트(102㎡) 가운데 지난 1일 서초 아파트 매도 계약을 했다. 정 수석은 "현재 서울 아파트엔 세입자가 살고 있어 새 거처를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문 대통령이 장차관급에 임명한 인사들이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공직 사회의 문화가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주택 또는 무주택이 문재인 정부 인사의 뉴 노멀(new normal·새 기준)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임명된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도 서울 서초구 아파트를 처분했다.

이번 인사를 놓고선 '함께 일했던 사람만 쓴다'는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또다시 반영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언론인 출신인 정만호 수석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정책상황비서관과 의전비서관을 지냈다. 윤 수석은 행시(34회) 출신으로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청와대는 12일 정만호 국민소통수석, 윤창렬 사회수석 인사를 발표하면서 당초 2주택자였던 이들이 한 채씩만 남기고 집을 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1주택자"라며 최근 임명된 최재성 정무수석, 김종호 민정수석, 김제남 시민사회수석 등이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라고도 했다. 청와대 고위 참모들의 다주택 보유 논란과 부동산 폭등에 따른 민심 이반에 청와대가 큰 부담을 느낀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다주택자를 일괄 배제할 경우 가뜩이나 좁은 인재풀이 더 한정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서훈 국가안보실장 임명을 시작으로 지난 한 달여간 네 차례 '쪼개기 인사'를 통해 수석·보좌관급 이상 참모 16명 중 7명을 교체했다. 내용에서도 대부분 노무현 정부에서 중용된 인사, 문 대통령과 함께 일했거나 인연이 있는 인사들로 채워졌다. 이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첩 인사'처럼 문 대통령도 좁은 인재풀에서 '내 사람'들로만 돌려막는 회전문식 인사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에 시간이 걸려 답답하다는 의미에서 '고구마' 인사라는 말도 나온다.

서훈 안보 실장은 노무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을 지낸 뒤, 국정원 3차장으로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과 함께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했다. 지난달 임명된 서주석 안보실 1차장도 노무현 청와대에서 NSC 전략기획실장과 통일외교안보수석으로 일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초대 국정원장, 국방부 차관으로 각각 임명됐다.

최재성 정무수석은 문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2015년 사무총장을 맡았던 핵심 친문(親文) 인사다. 감사원 출신인 김종호 민정수석은 노무현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 행정관으로 일했고,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당시 조국 민정수석을 보좌했다. 이 밖에 이호승 경제수석도 노무현 청와대에서 일했고, 이날 내정된 정만호 수석은 노 전 대통령의 '금요 조찬 8인회' 멤버이기도 했다. 권력기관 인사도 마찬가지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2004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으로 당시 문재인 시민사회수석을 보좌했다. 김대지 국세청장 후보자는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이던 2006년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이날 청와대 인사로, 지난 7일 노영민 실장 등 고위 참모 6명의 집단 사의 표명으로 촉발된 청와대 참모진 개편은 노 실장, 김외숙 인사수석을 제외한 4명 교체로 일단 마무리됐다. 이를 두고 '쇄신 인사'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경질로 보이는 인사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고, '쇄신'이라는 단어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노 실장과 김상조 실장, 이호승 경제수석과 김외숙 수석 모두 유임됐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교체해야 한다는 정치적 요구가 나오면 오히려 더 안 바꾸는 것이 문 대통령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 인사를 두고 여당에서도 우려와 함께 일각에선 '쇄신 요구'가 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가뜩이나 부동산 문제로 여론이 성나있는데, '꼬리 자르기 인사'란 역풍이 걱정된다"며 "비서실장·정책실장이 남은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야권은 "무능을 인정하지 않은 돌려막기 인사"라고 비판했다.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당초 거창했던 사의 표명에 '구색 맞추기'용이 아닐까 의심스럽다"며 "불난 집은 놔두고 불똥 튄 옆집에만 물세례를 퍼부은 엇나간 인사로 국민을 달랠 기회마저 날려버렸다"고 했다.




[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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