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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산업 현장넘어 구조 현장까지… 드론 통한 인명 구조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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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남시현 기자] 수해가 한창인 지난 8일, 영동군 양산면 봉곡리의 한 주택에서 신고가 접수됐다. 평소 천식을 앓고 있던 8살 A군이 할머니 댁에 놀러 왔다가 기침 증상이 악화하여 병원 진료가 시급하다는 신고였다. 신고를 받고 영동소방서 학산 119안전센터 구급대(소방교 임환호, 소방사 이주영)가 출동하였지만, 현장은 용담댐 방류로 인해 하천이 범람하여 차량 출입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A군은 평소 복용 중인 기관지 확장제(벤토린)을 두고와 상황은 어렵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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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진은 위 사건과 관련없음. 출처=대전광역시 소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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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출동 구급대는 영동 119구조대에 지원을 요청했고, 영동 119구조대 소속 박국진 소방장이 구조용 드론과 함께 현장으로 나섰다. 박 소방장과 구급대는 환자가 있는 주택과 최단 직선거리로 이동하고, 드론에 기관지 확장제를 테이프로 부착한 다음 신고지로 날아갔다. 의약품을 담은 드론은 봉곡리 마을회관 인근 건물로 무사히 비행해 의약품을 전달했고, 긴박한 상황도 한숨 돌리게 됐다. 이후 하루가 지나 침수된 도로에 물이 빠졌고, A군 역시 집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다.

키덜트 상징이던 드론, 4차산업의 중심이 되다

초창기 드론은 비행에 대한 꿈을 품은 어른들의 비싼 장난감으로나 여겨졌다. 체공 시간이 짧아 작업 효율을 기대하기는 어려웠고, 안정성이나 활용도가 부족한 데다 가격도 비쌌다. 산업 장비를 운용할만한 여력도 부족했다. 그러나 2016년을 전후로 4차산업혁명이 주류로 떠오르면서 드론 산업의 성장세가 탄력 받기 시작했다. 드론 전문지 드로니(Droneii)는 2018년 드론 산업이 약 141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했고, 2020년까지 연평균 20.5%씩 성장해 2024년이면 2018년의 3배인 430억 달러까지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측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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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드론 배송 시스템으로 도입된 아마존 프라임 에어. 출처=아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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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드론은 개인용 장치를 넘어 더 큰 분야로의 활용이 예견된 상태다. 이미 2016년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에어’라는 드론 배달 서비스를 도입한 사례가 있고, 국내에서도 우정사업본부가 드론배송 기지를 구축해 드론 배송에 나서고 있다. 이미 산업 현장에서는 드론을 이용한 점검과 인공지능 데이터 기반의 분석, 시간 경과별로 농지 상태에 대한 이미지 분석, 건설 현장에서의 산업 진척도 관리 등으로 응용되고 있다. 아직 1인 1드론으로 시장이 크고 있지만, 우리가 평창올림픽에서 본 군집 비행드론같은 기술이 좀 더 발전하면 벌집처럼 운용되는 다층구조 드론 물류센터, 불특정 다수와 상호작용하기 위한 드론용 언어작용 등 더 넓은 분야로 응용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인명구조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 될 것

그런 드론이 소방이나 인명 구조에 쓰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기본적으로 소방에서 항공은 화재진압 및 인명구조 이외에도 고층 건축물 관리나 항공 안전 등의 업무를 맡는다. 하지만 항공기를 모든 현장에 도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니, 가능한 부분에 드론을 도입해 빈 틈을 메우고 있다. 이렇게 촘촘히 도입하고 있는 이유는 드론 성능이 이미 장난감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30일 대전시 소방본부가 도입한 소방 드론은 비행시간이 30분으로 열화상 및 광학카메라 장착, 자동 이ㆍ착륙, 경로 비행 등의 기능을 갖췄다. 특히, 화학물질 유출같은 특수사고 발생 시 현장에 우선 투입돼 위험요소를 미리 파악하고, 사고 수습부터 소방관의 안전까지 확보한다. 아울러 고고도 영상과 입체적인 현장 분석을 통해 대형‧특수재난 및 실종자 수색 시 효과적인 지휘체계 구성에 도움을 준다. 이미 고층 화재 진압을 위한 소방일선 현장까지 드론이 배치돼 인명 구조에 쓰이고 있는데,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현장에 투입되는 드론도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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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을 활용한 인명 구조 사례를 나열한 DJI 레스큐 맵. 출처=D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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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의 인명구조 도입은 우리나라 뿐만이 아닌 세계적 추세다. 지난 6월, 소비자 드론 및 항공 이미지 전문 기업인 DJI가 공개한 ‘DJI 드론 인명구조 맵(Drone Rescue Map)을 통해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지도에 따르면, 총 29개국에서 444명의 인명이 드론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고, 235명이 사고로부터 구조되었다. 지난 7월 17일, 미국 버지니아주 콩코드에서는 보트를 타던 1명의 성인과 3명의 아이가 실종되었다가 적외선 기능이 있는 드론으로 위치를 찾아 무사히 구출됐고, 6월 7일 호주 카툼바(Katoomba)에서는 실종된 서퍼가 지나가던 행인이 사용한 드론 수색을 통해 구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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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약 45분 이상 걸리는 험준한 산길을 직선 거리로 15분 만에 주파해 의약품을 나른다. 출처=D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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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수색 측면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게 아니다. DJI는 의료 서비스가 부족한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드론을 활용한 차세대 의료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다. DJI가 보건부와 지역 의료기관과 협력해 필수 의료품을 전달하고, 검사용 시료를 회수해오는 프로그램이 그것이다.DJI 매트리스 600을 활용한 시험에서는 더 이상 산사태나 홍수, 부족한 도로 사정과 관계없이 차로 45분 이상 걸리는 거리를 14분 이내에 주파했고, 해독제나 혈액 샘플, 처방전을 곧바로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향후 소규모 비행 시스템이 효과적인 지역에 도입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드론, 산업은 물론 인명 구조를 위해서도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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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재난치안용 멀티콥터 무인기 MC-3.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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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은 지금껏 헬리콥터나 항공기에 의존해야 했던 공중 지원을 비교적 쉽고 간단하게 도입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크다. 우리나라의 현 상황은 어떨까? 지난 해 10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재난치안용 멀티콥터 무인기 ‘MC-3’가 초도비행에 성공했다. 이 기체는 과기정통부와 산업부, 소방청, 해경청, 경찰청이 참여한 ‘국민안전 감시·대응 무인항공기 융합시스템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항공우주연구원에서 개발하고 있으며, 기존 상용 드론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재난치안 환경(붕괴위험 실내탐색, 화재, 통신음영, 유해화학물질 유출, 해양 환경 등)에 대응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정부 주도의 드론 도입이 빠르다고 보긴 어렵지만, 늦은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국민 안전도 드론이 책임질 날이 머지 않았다.

글 / IT동아 남시현(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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