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우주경쟁 하듯 러, 첫 백신 발표에 전세계 ‘의구심’… 개발경쟁은 가속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3상시험 안 거쳐 부작용도 우려

美보건 “최초가 중요한 게 아냐”

美·中·英 제약사들 개발에 총력

세계일보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 실험실에서 한 연구원이 지난 6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 관련 샘플을 살펴보고 있다. RDIF 제공. 신화연합뉴스


러시아가 세계 최초라고 선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는 명칭에서부터 과거 미국과의 우주경쟁시대를 연상시킨다. 스푸트니크 1호가 1957년 러시아 전신인 소련이 전 세계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 이름이기 때문이다. 당시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던 미국은 충격과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도 러시아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선두 주자였던 미국 등 서방을 놀라게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갑작스럽게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이 공식 등록됐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번 ‘스푸트니크 V’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우려가 더 커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백신 명칭은 러시아 정부가 국가적 자존심과 전 세계적 규모의 경쟁 일부로서 백신 개발을 보고 있음을 상기시킨다”고 지적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스티브 모리슨 수석부회장은 “러시아가 과학의 영광 시대를 떠올리려 선전기구를 최대로 가동하는 것이지만,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수천∼수만 명을 상대로 몇 개월간 진행되는 임상시험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백신 등록과 접종은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학·보건 전문가들은 즉각 백신은 신속성보다 안전성이 우선이라고 경고음을 냈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백신에 있어 중요한 것은 최초가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미국인과 전 세계인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보건부 대변인도 “러시아 백신의 품질과 효능, 안전성에 대해 알려진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모스크바에 본부를 둔 임상시험기구연합은 최종 임상시험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때까지 승인을 연기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러시아 정부에 보냈다고 외신은 전했다.

러시아의 깜짝 발표로 백신 개발 선두권에 있는 미국, 중국, 영국의 주요 제약사들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150개 이상으로 이 중 26개가 최종 단계인 인체 임상시험에 돌입한 상태다. 모더나, 화이자는 지난달 27일 동시에 각각 3만명 규모의 3상 임상시험에 착수해 연말에는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시노백과 시노팜 역시 최근 3상 시험에 돌입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스푸트니크 V’를 8월 말∼9월 초 1순위 의료진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 내년 1월1일부터 시판할 계획이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