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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역대급 장마, 에어컨 지고 제습가전 뜬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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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폭염 전망에 판매증가 예상됐지만 역대급 장마에 발목

제습기, 건조기, 의류관리기 등 '장마가전' 유례없는 특수

제습가전 많이 팔려도 에어컨 매출을 메우긴 역부족…가전업계 우려

뉴시스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서울 최고 기온이 26도까지 올라가며 무더운 날씨를 보인 4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전자제품 매장에서 시민들이 에어컨을 고르고 있다. 2020.06.04. mspar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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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올 여름 역대급으로 긴 장마가 지속되면서 에어컨이 지고 제습 가전이 뜨고 있다.

길어진 장마로 무더위가 밀려나면서 에어컨 판매가 줄어든 반면에 눅눅함을 없애주는 제습기와 건조기, 스타일러·에어드레서 등의 의류관리기는 유례없는 특수를 누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른바 '장마가전'의 특수 호황이다.

12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7월 에어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7% 감소했다. 전자랜드에서도 지난달 에어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33% 줄었다. 온라인 마켓에서는 에어컨 매출이 더 줄었다. G마켓의 경우 7월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9%를 기록했다. 벽결이형보다 가격이 비싼 스탠드형 판매는 81% 급감했다.

통상적으로 에어컨 판매는 5월부터 서서히 늘다가 6, 7월에 최절정을 맞는다. 더울수록 잘 팔리기 때문이다. 실제 에어컨 시장은 2017년 250만대에 달하는 사상 최고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한 이후 2018년과 2019년까지 3년으로 연속 가전업계 효자 노릇을 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역대급 최장 장마라는 변수가 발생하면서 에어컨 판매가 타격을 받았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는 6월에 이른 더위가 찾아 온데다 폭염 전망이 나와 6월까지 에어컨이 엄청 팔렸다"며 "그러다 장마가 와서 판매량이 예년만 못하다"고 말했다.

이어 "건조기, 의류관리기, 제습기 등의 판매는 전년 대비 늘었다"며 "스팀 건조기, 대용량 제습기, 대용량 의류관리기 등 신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름 가전의 대명사인 에어컨의 부진한 판매 실적은 제습기, 건조기, 의류관리기 등의 '장마 가전'이 대체하고 있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7월 제습기와 건조기 판매는 각각 23%, 33% 늘었고, 의류관리기는 294%나 증가했다.

롯데하이마트 자료를 보면, 장마가 지속된 최근 15일(7월27~8월10일) 동안 판매된 제습 가전의 총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1% 늘었다. 이 가운데 제습기 매출은 전년 대비 150% 증가했으며, 건조기와 의류관리기는 각각 105%, 108% 늘었다.

홈쇼핑에서도 제습기는 인기 몰이 중이다. 신일전자가 지난 6일 롯데홈쇼핑에서 진행한 23L 대용량 제습기 기획전에서는 준비한 물량 2700대가 43분만에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이마트 성수점에서 모델들이 '장마 용품 할인전' 판매 제품인 제습기, 캐릭터 장화 우산 등을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이날부터 8월 12일까지 제습기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2020.07.30. myj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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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니아딤채 관계자는 "2014년부터 마른 장마로 제습기 판매량이 줄었었는데, 올해는 장마가 길어져 예년보다는 많이 팔렸다"고 밝혔다.

의류관리기의 경우 코로나19, 미세먼지 등으로 위생 관리가 가능한 제품 수요가 늘어난 데다 장마 기간 옷 건조는 물론 공간 제습도 할 수 있어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의류건조기는 정부의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사업(으뜸효율 사업) 품목에 건조기가 새롭게 포함되면서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장마 가전'으로 주목받아 특수를 누리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매비용의 10% 환급을 해주는 으뜸효율 사업 품목에 의류건조기가 포함되면서 판매가 크게 늘었다"며 "장마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제습 가전의 판매가 크게 늘었지만, 가격대가 높은 에어컨의 매출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어서 가전업계 표정은 밝지 않다.

올 상반기 코로니19 여파로 비대면(언택트) 소비가 확산하면서 가전과 PC·노트북 등의 판매 증가로 호실적을 냈던 대형 가전 유통업체와 삼성전자·LG전자 등의 대기업 가전부문에서는 우려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이에 가전업계는 장마 이후 오게 될 무더위에 마지막 희망을 거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에어컨 판매는 예년만큼은 아닐 수 있다. 8월도 지나가고 있다"며 "올해는 열대야가 아직 안왔는데 장마가 지나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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