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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송기춘 나눔의집 조사단장 ”할머니들 학대정황… 내 부모라면 당장 모시고 나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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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단장 “할머니들 위해 직접 사용된 돈은 5년간 800만원 정도” / “아픈 과거 상기하는 공간에 지내는 게 반드시 좋은 건 아닌 듯” / “할머니들 장기입소 하겠다는 의뢰서 쓰도록 하는 시도 중”

세계일보

지난 1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송기춘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이 나눔의집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눔의 집 후원금 88억원 가운데 할머니들이 생활하고 있는 시설로 간 돈은 고작 2억원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송기춘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은 “할머니들 학대 정황이 나왔고 내 부모라면 당장 모시고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송 단장은 “88억 중 정말로 2억밖에 가지 않은 것이 확인된 결과”라며 “저희가 그걸 보고 좀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우선 송 단장은 “계산을 해보면 할머니들을 위해서 직접 사용된 돈은 2억 가운데 5년간 800만원 정도로 그렇게 전후로 해서 쓰였다”며 “5년이면 1년에 한 160만원, 또 거기에 다섯 분 내지 여섯 분 정도 계시다고 생각하면 이분들 1년에 30만원 가지고 돈을 썼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86억의 행방에 대해선 송 단장은 “법인의 재산 취득해서 26억 정도 쓰고 또 이것저것 해서 38억 나가고 50억 남아 있다”며 “그리고 2015년 그 이전부터 내려온 돈하고 해서 총 75억 정도가 예금 적금 형태로 관리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학대 정황에 대해 송 단장은 “저희도 국민이 관심을 많이 가지고 할머니들을 위해서 세운 곳이기 때문에 할머니들이 편안하게 계실 거로 생각을 했다”며 “그런데 이분들이 일단 지내기에도 좋은 시설은 아닌 것 같다”며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일단 사람이란 게 아무리 그게 중요하다고 해도 옛날 자기가 당했던 아픈 과거를 상기해야 하는 그런 공간에서 지내는 게 반드시 좋은 건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하며 “역사관이 바로 옆에 있고, 거기 온 분들을 만나서 자기를 드러내고 또 안내도 하고 증언하고 이런 것들은 나름대로 의미도 있습니다만, 항상 이런 공간에 있는 것 자체도 저는 좋아 보이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송 단장은 “거기에서 드러난 언행들을 보면 심지어 ‘할머니 갖다 버린다’, ‘약았다’, ‘혼나봐야 한다’ 등이 있었고 이게 정말 할머니들을 위해서 만든 시설이고 할머니들을 우리가 정말 극진히 모시는 그런 곳인가,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폭로했다.

할머니들 재산을 법인 직원들이 관리하겠다면서 인수증에 사인을 받았다는 폭로내용에도 송 단장은 “사실이다”며 “그 사인을 한 부분을 할머니한테 여쭤보니까 왜 했는지 모르겠다, 모르고 그냥 해달라고 해서 해줬다고 말씀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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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지정기록물 제8호인 할머니들의 유품이 나눔의집 교육관 2층 베란다에 방치돼 있다.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 제공.


심지어 “그런데 이분들이 시설을 지켜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하는 건지 가족들까지 찾아가서 할머니들이 여기에 장기입소를 하겠다는 의뢰서를 쓰도록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까지 얘기했다. 송 단장은 “사실 정말 좋은 곳이면 나가시고 다른 데로 가라고 해도 안 가신다”며 “이분들을 위해서 만든 시설이면 여기 더 있고 싶어 할 텐데 왜 그분들을 찾아가서 장기입소하겠다, 이런 식의 서약서를 쓰도록 요구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송 단장은 “지금 시설이 존폐 위기에 있으니까 이것을 막기 위해서 그런 것인가”라고 추측하며 “우리 부모님이라면 여기 가서 계시는 게 힘들 정도”라고 전했다.

조계종의 입장에 대해선 그는 “조계종은 지금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데 처음에는 이건 조계종하고 상관없는 사회복지법인 문제다 선을 그었다”면서도 “관련되는 또 불교 쪽에서도 라인이 있고 어떤 문중이 깊이 관여를 하고 있는데 이분들은 그동안에 드러난 문제가 있으니까 이걸 거울로 삼아서 운영을 잘하겠다”며 조계종 관여 여부에 여지를 두었다.

경기도는 민관합동조사단으로부터 최종 조사 결과를 제출받아 검토한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앞서 전날 송기춘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은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나눔의 집 민관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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