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62056194 0182020081262056194 04 0401001 6.1.17-RELEASE 18 매일경제 0 false false false false 1597199287000 1597289916000

[단독] 美장관은 단 한번도 대만을 `국가`라 부르지 않았다

글자크기
8월 11일 국립대만대. 이곳에서 알렉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만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을 상대로 역사적 연설을 했다.

1979년 미·중 수교 여파로 미국과 단교가 된 후 에이자 장관은 40여년 만에 미국 백악관이 대만에 보낸 최고위급 인사였다.

국립대만대 강연 하루 전에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 전세계를 상대로 미국과 대만 간 굳건한 결속력을 과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중국의 글로벌 패권을 억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반중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이끄는 대만과 신밀월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매일경제신문이 11일 에이자 장관의 국립대만대 강연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 총 15분의 연설에서 그는 단 한 번도 대만을 '국가' 혹은 '정부'로 지칭하는 Government·Nation·Country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다.

그간 중국 세력화를 막기 위해 대만에 수 십조원의 첨단 무기를 팔아온 트럼프 행정부임에도 여전히 여전히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대만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는 식의 도발을 자제하고 있음이 이번 에이자 장관의 연설에서 드러난 것이다.

에이자 장관의 이날 연설은 사전에 준비된 원고를 연단 앞에 설치된 투명 텔레프롬프터를 읽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단에 선 인사만이 텍스트를 읽을 수 있는 투명 텔레프롬프터는 정상회담장이나 정부 고위급 인사가 정제된 언어와 표현을 써야 할 때 등장하는 도구다.

그는 15분의 연설에서 대만을 세계 최고 수준의 코로나19 방역성공 모델로 추켜세우면서도 응당 '대만 정부'라는 표현이 들어갈 곳에 "파트너", "빛나는 스타" "믿을만한 친구"라는 어색한 수식어를 쓰며 교묘하게 피해갔다.

심지어 대만과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마셜제도와 투발루 등 태평양 섬국가들을 언급할 때는 'Countries’라는 표현을 넣고도 대만에 대해서는 '파트너'라는 표현만 남발했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단교 사태 후 처음으로 미국 핵심부처 장관급 인사의 입에서 대만을 정식 국가로 지칭해주기를 기대했던 현장 대학생들의 기대는 허무한 상상으로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도움을 주는 국가로 편성한 뒤 지난해 8월부터 F-16 전투기 66대를 시작으로 1년 여 간 12조원이 넘는 첨단 무기를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아태지역 핵심 동맹인 일본과 한국은 물론 다른 아세안 국가 전체와 맺은 무기 수출계약 규모를 뛰어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긴장한 중국은 미국을 등에 입은 대만의 무장 세력화가 자국의 인공섬 군사기지들을 무력화할 가능성을 경계하며 줄기차게 무기거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0일 오전 자국 전투기 2대를 대만측 공역에 진입시키는 방식으로 무력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도발 시점은 에이자 장관이 수도 타이베이 총통실에서 차이잉원 총통을 접견하기 직전이었다.

이처럼 대만을 대중국 압박의 효과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시민들의 높아진 기대감과 눈높이를 맞추지 않고 있다.

그 자신은 물론 행정부 관료들 사이에서 단 한 번도 대만을 '정부'로 공식 지칭한 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는 홍콩보안법 사태까지 연결시켜 중국의 반인권·일당독재 이미지를 한껏 부각시키고 있지만 반대로 중국과 새로운 2차 무역협상 테이블을 꾸려 미국산 제품을 최대한 많이 팔고 역내 일자리를 증진시키는 고려를 해야 한다.

그 첫 출발로 오는 15일에는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협상단이 미국을 방문해 미 무역대표부(USTR)와 조우한다.

아무리 대만이 십 수조원의 무기를 구매하며 미국과 신밀월 관계를 과시해도 배고픈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 속에 중국 시장은 여전히 빼어먹을 것이 차고 넘치는 곳이다.

미·대만 단교 이래 최고위급이었던 에이자 장관이 대만 청년들에게 대만의 자유 민주주의 가치와 역량을 한껏 칭송했지만 정작 대만을 정식 국가로 지칭하는 표현을 단 한 번도 쓰지 않은 이유다.

대만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혈맹을 상대로 방위비 분담 협상대표까지 교체해가며 주한미군 감축 위협을 마다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물질중심 사고에 포획된 상태다.

[이재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