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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시험지 유출' 숙명여고 쌍둥이 1심 집행유예…"잘못 안 뉘우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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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1년6월·집유3년 선고…사회봉사 240시간 명령도

"공소사실 충분히 인정… 죄질 안좋지만 미성년 고려"

뉴스1

숙명여자고등학교 정문/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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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박승주 기자 = 숙명여고 교무부장인 아버지로부터 정답을 받아 시험을 치른 혐의로 기소된 쌍둥이 자매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12일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모 쌍둥이 자매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사회봉사 240시간을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단기 2년에 장기 3년의 징역형을 각각 구형했다.

송 부장판사는 쌍둥이들의 1년간 성적 향상이 매우 이례적이고, 내신 성적과 전국 모의고사 성적의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했다. 또 쌍둥이 자매의 문제 유출 정황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봤다.

우선 정답 유출 정황 중 하나인 시험지에 작은 글씨로 깨알정답을 적은 부분에 대해 쌍둥이는 시험이 끝난 후 반장이 불러준 답안을 적거나, 시험 도중 정답 분포도를 파악하기 위해 풀고 난 뒤 적은 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송 부장판사는 "반장이 불러준 정답과 일치하지 않은 부분이 있고, 오히려 사전에 유출된 모범답안과 일치한다"며 "피고인들이 시험 전 알게 된 정답을 외웠다가 까먹지 않기 위해 기재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휴대전화 메모장에 시험에 나온 특정 문장만 저장해놓은 것은 시험 전부터 이를 알고 암기하기 위해 저장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2학년 1학기 전과목 정답을 미리 수기메모장과 포스트잇에 적은 부분에 대해서도 "과목명 없이 줄바꿈으로 숫자가 적힌 부분과 서술형 답이 그대로 적힌 부분은 시험 전 유출한 답안의 암기를 위해 적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문제가 정정되기 전의 답을 적은 것이 최소 6건 이상으로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결코 적지 않은 점 등을 보면 쌍둥이들이 정답을 사전에 얻었으나 시험 실시 전까지 정답이 바뀐 것까지 몰랐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간풀이 과정을 생략하고 정답을 맞춘 것도 "답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정황을 모두 종합하면 아버지 현씨의 확정 판결의 사실관계를 이 사건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송 부장판사는 "결국 피고인들의 공소사실과 같이 현씨와 공모해 위계로 숙명여고의 학업성적 관리를 방해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양형에 대해 "숙명여고 학생간 공정한 경쟁을 박탈하는 등은 물론 공교육에 대한 다수의 국민 신뢰를 무너뜨려 사안이 매우 중대하고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다"며 "그런데도 피고인들은 여전히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편 범행 당시 피고인들은 만 15세에서 16세로 미성년자라 인격이 형성되는 과정에 있었다"며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고 아버지가 3년의 무거운 징역형이 확정돼 복역중인 점, 피고인들이 퇴학처분을 받은 점 등을 종합했다"고 설명했다.

쌍둥이들의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도피성으로 판결한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유감"이라며 "대법 확정 판결에 숨어 어떻게 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 같아 실망했다"고 평가했다.

쌍둥이 자매는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018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총 5차례 교내 정기고사에서 아버지 현씨가 시험 관련 업무를 총괄하면서 알아낸 답안을 받아 시험에 응시,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1학년 1학기 때 각각 문과 121등, 이과 59등이던 쌍둥이 자매는 2학기엔 문과 5등, 이과 2등으로 성적이 크게 올랐다. 2학년 1학기엔 문과와 이과에서 각각 1등을 차지하는 급격한 성적 상승을 보여 문제유출 의혹 대상이 됐다.

쌍둥이 자매에게 시험지를 유출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씨는 징역 3년의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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