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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이니까 해냈다"…전쟁 같았던 취임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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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 독식·입법 독주' 비판 속 민생 3차 추경과 부동산 입법 등 성과

당내서도 "김태년 뚝심 빛났다" 호평…당 지지율 하락 등 향후 숙제도 만만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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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충북 음성군 삼성면 호우피해지역을 방문해 수해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2020.8.1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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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180석 총선 압승으로 출발한 거여(巨與)의 왕관은 예상보다 무거웠다. 압도적 수적 우위가 꽃길을 깔아주지도 않았다. 첫 원내사령탑에 오른 4선의 김태년 원내대표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정치인으로 평가받지만, 그의 취임 100일(오는 14일)은 흡사 전쟁 같았다.

시작부터 험로는 아니었다. 카운터파트인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강경파가 아니었기에 말이 통하리라 봤다.

취임 인사차 문희상 국회의장을 접견했던 지난 5월 8일 김 원내대표는 "저는 화끈한데 야당도 화끈했으면 좋겠다"며 야당과의 협치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원구성 협상을 놓고 대치하다 사표를 던지고 산사로 들어가버린 주호영 원내대표는 벽으로 다가왔다. 김 원내대표는 전국 사찰을 돌며 칩거하던 주 원내대표를 수소문했다. 지난 6월 23일 강원도 고성 화암사로 찾아가 저녁 늦게까지 5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3차 추경(추가경정예산) 처리에 마음이 급했다. 애쓸수록 통합당과의 대화는 번번이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대화 당시에는 마음을 여는 듯 했지만 다음 날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민주당이 쇼를 한다"고 얼굴을 바꾸는 통에 마음이 상한 적이 많았다고 한다.

지난했던 원구성 협상은 결국 결렬됐다. 통합당은 18개 상임위원장 가운데 민주당이 제안했던 7개 자리를 모두 거부하며 배수진을 쳤다. 논란의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해 18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가며 '독식' 프레임이 완성됐다. 민주당이 설마 하던, 원하지 않던 그림이었다. 통합당은 "차라리 국회를 없애라"며 강경하게 나왔다. 통합당은 무력하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속이 타들어갔다. 밀어붙이면 '독주'라 할 것이고, 야당에 밀리면 '무능하다' 할 것이 뻔했다.

윤미향 의원 논란을 간신히 빠져나오자, 북한이 개성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군사적 긴장까지 고조됐다. 야당의 윤미향 및 대북외교 국정조사 압박이 이어졌다. 코로나19 대응 가운데 당 안팎의 악재들이 겹쳤다. 여기에 지난 7월10일 민주당의 대선주자였던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및 성추행 혐의 피소는 돌이킬 수 없는 도덕성 타격으로 이어졌다.

당청 동반 지지율 하락에 기름을 부은 부동산 민심 악화는 김 원내대표에게 더 물러설 수 없는 지점이었다.

그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강력한 입법을 추진했다. 심리가 크게 좌우하는 부동산 시장의 성격을 감안, 보안과 신속성, 집값 안정 효과에 최우선을 두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 입법을 관철해냈다. 특히 31년만에 세입자 보호를 위한 '임대차 3법'을 처리한 것은 최대 성과로 꼽힌다.

통합당이 끝까지 버티며 협조하지 않았음에도 민생을 위해 시급했던 노동자 고용안정 예산 등이 담긴 3차 추경과 임대차 3법, 다주택자 증세법안 등을 통과시켰다.

당에선 전례없는 악조건 속에 "역시 김태년이다"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어지간한 내공으로는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란 공감대가 당내 강하게 형성됐다. 초선부터 당내 중진에 이르기까지 "김태년의 뚝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보통 계파에 따라 평가가 갈리는 게 자연스럽지만, '입법 독주'라는 비판을 전면에서 감당해야 했던 김 원내대표에 대한 의원들의 신뢰와 지지가 굳건했다.

수도권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거대여당의 독주라는 프레임에 갇혀 옴짝달싹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에서 김 원내대표가 소신있게 또 너무 지나치지 않게 야당과 몇번이고 무릎을 맞대고 마주앉지 않았느냐"며 "그 끈기와 뚝심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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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강원도 고성 화암사에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만나 인근 식당에서 식사 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 제공)2020.6.2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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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김태년 원내대표의 의제설정 능력이 호평을 받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행정수도 완성론'을 제시해 단숨에 정치권의 의제를 점령했다. 청와대에도 직전 언질을 줬을 뿐 조율하지 않았다. 집권 여당 원내대표의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한 소신파 의원은 "보통 현안이나 야당 비판에 매몰돼 자신의 색깔을 넣지 않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질려 있었는데 자신의 평소 철학을 담아 행정수도 이전을 호소한 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정말 신선했고 이게 김태년의 진가"라고 극찬했다.

개원 초반부터 '일하는 국회법'을 기치로 야당의 보이콧을 일축한 것도 초반 통합당의 운신의 폭을 좁혔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근거가 되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오래 풀지 못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 규명의 길을 연 것도 100일간의 성과다. 무엇보다 질병관리청 승격을 골자로 한 코로나 관련 법안과 정국을 뒤흔든 최대현안인 부동산 대책법을 처리했다.

"불가피했다"며 입법 성과는 거뒀지만, 그만큼 상처도 컸다.

"군사작전을 하느냐"는 야당의 '의회 독재' 비판은 김 원내대표가 앞으로 풀어야 할 거대한 매듭로 남았다. "여당으로서 초반 뒤뚱거렸다(이낙연 당대표 후보)"는 반성이 협치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김 원내대표의 어깨에 올라가 있다.

무엇보다 "우리라고 욕먹는 것이 좋겠느냐"는 장탄식이 흐르는 당내 분위기를 일신하고 지지율을 반등시키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100일을 앞둔 그를 기다리고 있다.

4·15 총선 이후인 4월4주차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52.1%를 기록했던 당 지지율은 8월 1주차에서 35.1%로 급락했다. 통합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단 0.5%p(포인트)로 좁혀졌다. 야당 탓하기는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 불과 4개월만에 떠난 17%p의 지지율을 되돌리는 것. 민심에 응답하는 일이 그에게 주어졌다.

민주당 한 당권주자는 통화에서 "정치가 이렇게 어렵고 민심이 이렇게 무섭다"며 "김태년 원내대표와 차기 지도부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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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0.7.2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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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i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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