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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바이든, 러닝메이트로 해리스 지명…美 첫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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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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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올 11월 대선의 러닝메이트로 미 역사상 두 번째 흑인 여성 상원의원인 카멀라 해리스 의원(55)을 지명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11일 오후(현지시간) 해리스 의원을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당선되면 해리스 의원 미국 역사상 첫 흑인 여성 부통령이 된다. 또 78세인 바이든 전 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기 어렵다고 본다면 해리스 의원이 부통령으로서 4년 동안 국정운영 능력을 인정받게 될 경우 2024년 대선에서 당내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윗으로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두려움 없는 전사이자 최고의 공직자 중 하나인 카멀라 해리스를 나의 러닝메이트로 발표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해리스 의원도 트윗을 통해 “조 바이든은 일평생을 우리를 위해 싸워왔기 때문에 미국인들을 통합시킬 수 있다”며 “부통령 후보로서 그와 함께 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그를 우리의 총사령관(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의원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도 도전할 정도로 당 내에서 탄탄히 자리를 잡았고 치밀한 검증을 통과해 온 것이 강점이다. 또 날카로운 검사 출신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공격하는 선봉장 역할을 할 수 있고, 선명한 진보 정치인의 이미지를 갖고 있어 존재감이 없는 중도파라는 지적을 받아온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다만 본인의 정치적 야심이 많고 경선 과정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립각을 세웠다는 점에서 바이든 캠프 관계자들은 그의 충성심을 의심해 오기도 했다. 부통령으로서 본연의 역할보다 차기 대권을 노리며 자기 정치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사와 주법무장관, 상원의원 등으로 안정적인 경력을 쌓아 득표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 해리스 의원이 바이든 후보의 부름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말에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해리스 의원의 이름이 적힌 메모를 들고 나왔다가 카메라에 잡히면서 이미 부통령 후보로 내정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었다. 당시 메모에는 경선 과정에서 서로 격렬한 논쟁이 오간 것을 감안한 듯 ‘앙금은 없다’, ‘존경한다’,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워싱턴에 있는 하워드대를 나온 해리스 의원은 캘리포니아대 헤이스팅스대에서 로스쿨을 다니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검사 생활을 하던 그는 2010년 캘리포니아주의 법무장관에 올랐고 2014년에 재선에 성공했다. 이어 정계에 진출해 2016년 말 선거에서 민주당 바버라 박서 의원의 뒤를 이어 캘리포니아에서 역대 세 번째 여성 상원의원이 되면서 정치적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의회에 입성한 뒤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사사건건 각을 세우며 대립했다. 상원 법사위에서 활동해 온 해리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및 반(反)이민 정책에 반기를 들었고 그의 탄핵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상원에서 정치적 역량을 입증한 그는 지난해 말 여세를 몰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고, 한 때 사상 첫 유색인종 여성 대통령 후보로서 바람을 몰고 왔지만 결국 지지율이 한계에 부딪히며 중도에 포기했다.

상원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해리스 의원은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한 자세를 유지해 왔다. 그는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지난해 1월 트위터에 “대통령은 북한의 핵 위협과 인권 범죄의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며 “이것은 그냥 사진 찍는 행사가 아니다. 우리의 안보와 가치가 달려있다”고 적었다. 작년 말 대선 경선 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협상을 망쳤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북핵 위기가 정점이었던 2017년 8월에는 “우리는 북한과 긴장을 완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리스 의원의 어머니는 인도에서 이민 온 저명한 유방암 연구 과학자이고, 아버지는 자메이카 출신으로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다. 해리스 의원은 2014년 법률가 더글러스 엠호프와 결혼했다. 둘 사이에 자녀는 없으며 부부 합산 재산은 580만 달러로 추정된다. MSNBC방송의 정치 평론가인 여동생 마야(53) 역시 법조인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여성 러닝메이트를 낙점하겠다고 일치감치 선언해 왔다. 게다가 최근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인종차별 반대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흑인 여성 정치인들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미국 정가에서는 차기 부통령 후보로 해리스 의원 이외에도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56), 캐런 배스 민주당 하원의원(67) 등이 물망에 올랐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풍부한 공직 경험을 토대로 바이든 후보의 외교 정책을 튼튼히 뒷받침해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선출직 경험이 없는 데다 전국적인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스 의원은 로스앤젤레스(LA) 지역구 5선의 중진으로 ‘다크 호스’로 지목됐지만 상대적으로 고령이라는 점에서 참신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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