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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성연광의 디지털프리즘]5G 속도보다 중요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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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

머니투데이

/출처=게이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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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5G(5세대 이동통신) 첫 품질평가 결과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이용자들이 실제 체감하는 수준과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주 발표한 5G 품질평가 결과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의 5G 평균속도(656.56Mbps)가 기존 4G LTE(롱텀에볼루션)에 비해 4배가량 빨랐고 5G 가용률(5G 구축 시설에서 원활히 사용할 수 있는 전파신호 세기)은 평균 67.93%를 기록했다. 비교적 양호한 성적표다. 이같은 결과에 일부 5G 이용자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가정과 사무실 건물 내부와 지하철, 농어촌 등 5G가 터지지 않는 지역이 부지기수인데 어떤 근거냐고 반문한다. 5G가 터지는 지역·건물을 기준으로 측정이 이루어지다 보니 실제 이용자들의 체감수준과는 괴리가 컸던 모양이다.

불만은 더 있다. 5G 평균속도가 이론적 최고속도(20Gbps)에 비해 턱없이 느린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온다. 엄밀히 말해 이론적 최고속도는 아무런 제약 없이 주파수 대역폭과 단말기 사양 등 모든 조건이 완벽할 때 나올 수 있는 속도다. 이를 실제 상용망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상용화된 지 9년 넘은 LTE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평균속도(158.53Mbps)는 이론적 최고속도(1Gbps)의 15% 수준에 그쳤다.

5G는 이제 상용화된 지 갓 1년이 지난 신규 통신망이다. 게다가 LTE와 병행해 써야 하는 초기 기술방식, 주파수 대역폭의 한계를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이번에 측정된 5G 평균속도는 5GB(기가바이트) UHD(초고선명) 영화 1편을 불과 1분 안팎의 시간에 다운받을 수 있다. 현존하는 이동통신 서비스 중 최고 수준이라 봐도 무방하다. 우리 스스로 애써 평가절하할 필요까진 없단 얘기다.

#그렇다면 정부가 논란을 자초하면서까지 5G 품질평가를 서둘렀던 이유는 뭘까. 전국망이 채 완성되지도 않은 신규 통신망을 품질평가에 포함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그만큼 정부가 5G 조기투자를 강하게 밀어붙인다는 얘기다.

5G 이니셔티브 전략은 현 정부의 간판정책이다. 지난해 미국 버라이즌과의 신경전 속에 심야 기습 개통행사를 개최하면서까지 첫 상용국 타이틀을 따낸 것도 그래서다. 정부 품질평가는 통신사들의 투자경쟁을 압박하는데 더 없는 수단이다. 효과는 컸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도 올 상반기 통신 3사가 집행한 유무선 통신망 투자규모는 3조4400억원에 달한다. 역대 최대 투자금액을 쏟아부은 전년도 상반기와 유사한 수준이다.

#말 그대로 ‘속도전’이다. 정부는 5G망 조기구축을 통해 디지털뉴딜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고속도로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인프라가 깔리면 그에 걸맞은 5G 생태계(하드웨어·소프트웨어·콘텐츠산업)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다. 관건은 망 투자에 따른 과실을 누가 따가느냐다.

통신사들의 대규모 통신망 투자로 국내 기업들도 골고루 덕을 보긴 했지만 가장 큰 이득을 본 건 외산 IT(정보기술)기업들이다. 이전 통신사들의 LTE 투자로 가장 수혜를 입은 곳은 유튜브(구글)다. 풀HD(초고화질) 영상을 돌려도 끄떡없이 빨라진 모바일 속도 덕분에 한국 시장에서 압도적 동영상 플랫폼으로 자리를 굳혔다.

유튜브에 이어 ‘트래픽 하마’ 넷플릭스를 국내 5G 투자의 최대 수혜자로 지목하는 이도 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트래픽 편중현상이 갈수록 심화한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지난해 기준 국내 LTE 트래픽 점유율 상위 10개사 중 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 기업들이 유발하는 비중이 70% 가까이 됐다. 세금도, 망사용료도 제대로 내지 않는 글로벌 기업들이 결과적으로 통신망 투자혜택을 톡톡히 누리는 셈이다. 이러다 재주는 국내 통신사들이 부리고 글로벌 기업들이 대부분 과실을 따먹는 구조가 고착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5G정책의 성패는 ‘속도’보다 ‘생태계’에 달렸다.

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 sain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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