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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年6000만원 월세받는데 보유세만 1억…다주택자 못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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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노트]

내년 종부세율 2배까지 높아져

월세 수입보다 보유세 더 많아

내년 6월 양도세 부담도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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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보유세 부담이 월세 수입을 훨씬 능가할 정도로 커지면서 다주택자의 버티기가 어려워졌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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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 84㎡(이하 전용면적) 아파트 두 채를 임대하고 있는 70대 김모씨. 요즘 계속 보유할지, 처분할지 고민에 빠졌다. 내년부터 급격히 늘어날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 때문이다. 이제까지는 두 채 월세를 받아 보유세를 충분히 냈지만, 내년부터 세금 내기에 턱없이 모자랄 것으로 예상한다.

김씨의 월세 수입은 연간 총 6000만원(월 500만원)이다. 올해 공시가격 상승으로 보유세가 꽤 늘어난 5100만원이어도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 그러나 내년 공시가격 변동이 없더라도 지난 7·10대책으로 세율이 확 오르면서 보유세가 올해의 2배에 가까운 1억여원으로 급등한다.

재산세는 1180만원 그대로지만 종부세는 2배가 넘는 8980만원이다. 김씨는 “은퇴해 고정적인 수입이 별로 없는데 세금을 내기 위해 생돈 4000만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징벌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7·10대책의 종부세 강화로 다주택자가 갈림길에 섰다. 임대수입으로 더는 세금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강한 처분 압박을 받고 있다.



다주택자 종부세 세율 최고 2배로



7·10대책에 따라 내년부터 다주택자 종부세 세율이 0.6~3.2%에서 1.2~6%로 최고 2배로 올라간다. 종부세법 개정안이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확정했다.

다주택자 종부세율은 2018년 9·13대책으로 지난해 부과분부터 높아졌지만 인상 폭이 크지 않았다. 0.5~2%에서 0.6~3.2%로 조정됐다. 종부세 산정 기준 금액인 공시가격도 현실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전이어서 전반적인 세 부담 증가가 견디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김씨의 경우 보유세가 2018년 2000만원, 2019년 3000만원 정도로 연간 월세 수입의 절반 이하였다.

강남에서 한 채를 임대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14㎡에 살며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59㎡를 월세 270만원(보증금 1억원)에 임대한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경우 올해 반포자이 보유세가 2300만원이고, 연 월세 수입이 3240만원이다. 세금을 내고 1000만원가량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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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월세 수입과 보유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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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년엔 보유세가 4600만원으로 크게 늘어 월세 수입보다 1400만 원 정도 많다. 여기다 거주하는 아파트 보유세도 9000만원 내야 한다. 월세를 빼고 납부해야 할 총 보유세는 올해 3600만원에서 내년 이후 1억원이 넘는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유세 부담이 강남보다 적은 강북 다주택자도 내년부터 월세로 세금 내기가 벅차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114㎡에 살면서 올해 서울 평균 공시가격(4억4000만원)에 해당하는 주택 2채를 월세 총 180만원에 임대하는 경우를 보자. 연간 월세 수입이 2160만원으로 올해 본인이 거주하는 집을 포함한 보유세 2000여만원을 충당할 수 있다. 내년엔 같은 공시가격의 보유세가 4000만원으로 올라 어림없다.



늘어난 보유세, 임대료에 전가 어려워



임대료를 올려 세금을 충당하기도 어렵다. 지난달 말 시행에 들어간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으로 2년 뒤 임대료를 5%까지만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포자이 보증금을 1억원 그대로 두고 받을 수 있는 월세 한도가 285만2000원이다. 내년 월세를 올리더라도 월세 수입이 연간 180여만원 늘어나는데 보유세는 10배가 넘는 2300만원 증가한다.

겹겹의 규제로 세 부담을 임대료에 반영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전·월세를 올리려면 새 세입자를 구해 임대차 계약을 새로 맺어야 하는데, 기존 세입자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당분간은 전세보다 임대수입이 많은 월세로 전환하는 임대인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전세를 월세로 바꾸면 은행 금리의 2배가 넘는 4%를 받을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으로 임대료 인상 폭이 제한된 데다 보유세 부담까지 가중해 임대인이 임차인을 바꾸며 월세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월세 전환율(4%)을 저금리 상황을 반영해 더 낮추는 방안을 정부·여당이 추진 중이어서 월세 전환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임대수입으로 견디기 힘들면 처분하는 수밖에 없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그동안 세금이 몇천만원 나와도 집값이 몇억 올랐기 때문에 걱정이 없었지만 보유세가 매년 1억원이 넘으면 버텨낼 다주택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급증했던 증여는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7·10대책 이후 보유세 부담을 줄이려는 증여가 급증했다가 증여 취득세 인상(4→12%)으로 증여 붐이 한풀 꺾였다. 아파트를 포함한 집합건물 기준으로 7·10대책 전 한 달 간 1582건이던 서울 증여 신청 건수가 7·10대책 뒤 지난 10일까지 7204건으로 3배 넘게 늘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선 461건에서 2426건으로 5배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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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대책 후 증여 급증했다가 주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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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서울에서 지난달 말 하루 600건 넘게 치솟았던 신청이 이달 들어서는 100건대로 줄었다. 증여 취득세율 인상은 12일부터 시행된다.

매도도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다주택자가 지금 집을 팔면 양도세 중과(2주택 10%포인트, 3주택 이상 20% 포인트 가산)가 기다리고 있다. 이마저도 내년 6월부터는 중과 세율이 다시 10%포인트씩 더 올라간다.

이 때문에 집값이 웬만큼 올라선 시세차익보다 보유세가 더 늘어난다. 반포자이 사례에서 그동안 오른 집값이 10억원이면 내년 6월 이후 팔 경우 늘어날 양도세와 보유세가 1억6000만원 정도다. 집값이 4억원 이상 더 오를 것 같지 않으면 지금 매도하는 게 유리하다. “다주택자는 내년 6월 전에 집을 팔라”는 정부의 엄포가 현실이 된 것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그동안 세금 걱정을 하지 않던 다주택자들도 내년 이후 보유세 예상액을 보고 대부분 표정이 굳어진다”며 “집값 상승을 기대한 버티기의 리스크가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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