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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대만 놓고 격돌하는 美中, '카운터 펀치'는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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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최고위급 각료 방문에 中전투기 중간선 침범
무력충돌 파국 피하되 상대 압박할 선택지 많아
美, 국무ㆍ국방장관으로 '격' 높여 끝장승부 여지
中은 대만 경제에 직격탄 될 경제협정 파기 검토
한국일보

대만을 방문한 알렉스 에이자(외쪽) 미국 보건사회복지부 장관이 10일 총통부를 예방해 차이잉원 총통과 환담하고 있다. 타이베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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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정부 각료를 대만에 보내자 중국은 전투기를 띄워 대만과의 중간선을 침범했다. 미국은 1979년 대만과 단교 이후 41년만에 최고위급을 내세워 공식적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었고, 중국은 2016년 이래 3차례에 불과한 '중대 도발'로 맞섰다.

미중 양국은 이처럼 대만을 고리로 상대를 압박하면서도 아직은 '상징적' 대결에 그치고 있다. 군사충돌로 치닫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미국은 대만을 부추기고, 반대로 중국은 대만을 옥죌 카드가 아직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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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오사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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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대만 고위급 교류 폄하... 당장은 원론적 반발


중국은 격한 반응보다 미국과 대만 간 교류의 의미를 폄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양리셴(楊立憲) 중국 대만연구회 연구원은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실패한 미국이 대만과 보건협력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는 건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관영 환구시보는 알렉스 에이자 미 보건사회복지부장관이 전날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을 예방한 소식을 전하며 "이번 방문을 최초ㆍ최고라고 치켜세우던 전 세계 언론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조롱했다. 에이자 장관이 차이 총통의 호칭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시'라고 발음한 것을 두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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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베이징=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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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을 내세워 "대만과의 관급 교류를 반대한다"면서 "미국에 엄정 교섭을 제기했다"고 항의하면서도 자극적인 표현은 삼갔다. 에이자 장관의 대만 방문에 따른 후폭풍을 원치 않는다는 의도로 읽힌다.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楊潔篪) 공산당 정치국원이 지난 7일 "역사를 존중하고 미래로 향하자”고 촉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관영매체 보도 형식을 빌어 불만을 직간접적으로 쏟아내는 건 잊지 않았다. 글로벌타임스는 4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97.4%가 "미국의 도발에 보복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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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워싱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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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무ㆍ국방장관 대만 방문은 '레드라인' 넘는 것


미국은 고위급 인사의 상호방문을 규정한 2018년 '대만여행법'의 위력을 새삼 확인했다. 상대적으로 정치적 색채가 약한 보건부 장관의 대만 방문만으로도 중국은 안절부절 못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이 국무장관이나 국방장관을 보내지 않은 건 중국의 '레드라인'을 넘는 위험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이 국무장관을 파견할 경우 대만을 독립국가이자 국제사회의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의미로, 국방장관 방문은 유사시 미국의 군사개입 공식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끝장 승부'를 보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왕원(王文) 중국 런민대 중양금융연구원 집행원장은 "이 외에도 미국은 금융ㆍ군사ㆍ산업ㆍ기술분야에서 중국을 억누를 다양한 수단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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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당 소속 마잉주 전 대만 총통. 그가 집권하던 2010년 중국과 대만은 '중화권 경제'를 상징하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했다. 타이페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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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ECFA 파기 만지작... 군사행동에는 상당한 부담


중국은 2010년 대만과 맺은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폐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올해 6월 체결 10년을 맞아 존속 여부를 검토하려다 코로나19 사태로 미뤄둔 사안이다. ECFA는 일종의 자유무역협정(FTA)이다. 그간의 관세 혜택만 해도 대만(70억달러, 약 8조3,000억원)이 중국(6억달러)의 11배가 넘는다.

대만에선 지난 1월 총통 선거 때도 주요 쟁점이었다. 당시 야당인 국민당은 "ECFA가 종결되면 제조업 취업인구의 30% 이상인 석유화학 분야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립 성향의 차이 총통이 재집권하면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서 배제된 대만의 고립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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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과 니미츠를 비롯한 항모전단이 지난달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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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앞마당이나 다름없는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미국에 대적할 적정 수준의 군사행동도 염두에 두고 있다. 쉬광위(徐光裕) 중국 군비통제군축협회 선임고문은 "대만 동쪽 해상이나 괌 근처에서 실사격 미사일 훈련 등 다양한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서태평양 진입로를 봉쇄하는 의미가 있다.

다만 중국은 1996년 선제 무력시위에 나섰다가 미국의 화력에 밀려 체면을 구긴 뼈아픈 기억이 있다. 당시 중국은 대만 총통선거에 앞서 해안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300여대의 전투기와 5척의 미사일 구축함 등을 동원해 대만 주변 해역을 둘러쌌지만, 미국이 2개의 항공모함 전대를 대만 인근에 투입하자 곧바로 퇴각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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