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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대피하십시오" 생방송 중 트럼프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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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앞 총격사건에 긴급 피신

"대통령님, 지금 나가야 합니다."

10일(현지 시각) 오후 5시 54분쯤 백악관 비밀경호국 요원이 코로나 브리핑을 위해 백악관 기자실 연단에 서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다가와 황급히 말했다. 브리핑이 시작된 지 약 3분 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뭐라고요?"라고 했고, 요원은 "나가야 합니다"라고 재차 말했다.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각) 백악관 기자실에서 브리핑 도중 비밀경호국 요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는 곧바로 요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브리핑룸 밖으로 피신했다. 약 10분 뒤쯤 브리핑룸에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바깥에서 총격이 있었다"고 전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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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 요원과 함께 브리핑룸 밖으로 나갔고, 함께 있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도 대통령을 따라 급하게 자리를 떴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대통령이 생방송되는 브리핑 도중 황급하게 퇴장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상황은 백악관 앞 도로인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와 17번가가 만나는 지점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진 직후의 일이다. 총격 사건은 백악관과 직선 거리로 약 200m떨어진 곳에서 일어났다. 지난 5월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시작된 뒤 백악관 주변엔 철제 펜스가 쳐져 있어, 이번 사건이 백악관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이 생방송 브리핑 도중 황급히 퇴장한 데다 중무장한 채 총격 현장으로 뛰어가는 비밀경호국 요원들의 모습이 방송에 그대로 나오면서 미국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백악관도 일시 봉쇄됐고, 기자들은 브리핑이 끝난 뒤에도 20여 분간 갇혀 있어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피신'은 지난 5월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백악관에 접근할 당시 지하 벙커로 피신한 데 이어 두 번째다.

비밀경호국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51세 남성이 오후 5시 53분쯤 비밀경호국 요원에게 다가와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 뒤, 공격적으로 달려와 옷에서 어떤 물체를 꺼냈다"며 "이후 이 남성은 총을 발사하려는 듯 웅크린 뒤 사격 자세를 취했고, 이에 요원이 총을 쐈다"고 밝혔다. 이 남성과 함께 비밀경호국 요원도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비밀경호국 요원이 총에 맞았는지, 어떤 종류의 부상을 입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ABC 방송은 용의자가 상반신에 총을 맞아 심각하게 다친 상태라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수사 당국이 범행 동기와 함께 용의자에게 정신병력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이 용의자가 실제 총을 가지고 있었는지, 총을 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두 명의 수사 당국자는 WP에 "현장에서 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비밀경호국은 "요원의 대응에 대해서도 (적절했는지와 관련해) 내부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10분 후쯤 다시 돌아와 브리핑을 하며 "백악관 바깥에서 총격이 있었으며, 매우 잘 통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용의자가) 무장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벙커로 이동했는가'란 질문에 "그저 집무실로 대피했다"고 했고, 용의자가 자신을 노렸는지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이 일로 겁을 먹었는가'라는 질문에 "나도 모르겠다. 내가 겁을 먹은 것처럼 보이는가"라고 반문한 뒤 "유감스럽게도 이것이 세상이다. 세상은 언제나 위험한 곳이었다"고 했다.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은 "경호 요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느낀 첫 번째 사건은 아니지만, 브리핑이 생중계되는 와중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시각적으로 가장 두드러졌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6년 5월에도 백악관 주변에서 권총을 소지하고 있던 남성이 비밀경호국 요원의 총에 맞기도 했다. 최근 미국은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인해 내부적으로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11월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에 대한 신변 위협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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