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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대통령, 궁궐에 갇혀 있다" 與서 쏟아진 레임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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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민심 제대로 파악 못해… 홍수 중에 4대강 발언도 부적절"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민심(民心)을 잘 모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데다 청와대 참모들의 다주택 처분 과정조차 여론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악의 수해로 전국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와중에 과거 정부의 4대강 문제까지 꺼내 쟁점화하는 것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의견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지역구에선 무주택자·1주택자·다주택자를 막론하고 부동산 대책 실패 때문에 현 정부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분노가 상당하다"며 "대통령이 청와대 '구중궁궐'에 갇혀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고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전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기도 했다.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 출신 진성준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대를 말씀한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서울 등 수도권이 지역구인 의원들은 "집값이 폭등해서 사지도 못하는데, 전세에 월세까지 오르면 대체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는 항의 전화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한 의원은 "지역구 사람들을 만나면 '힘들어 죽겠다'며 혼내기만 하니 무서울 정도"라고 했다.

여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4대강 보(洑)의 홍수 예방 효과를 검증하라"고 공개 지시한 데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했다. 문 대통령 발언은 미래통합당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효과가 이번 폭우로 검증됐다"며 현 정부를 비판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민주당의 한 다선 의원은 "대통령이 야당의 정략적 공격에 호응하는 듯한 모습은 국민 통합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보다 수해에 더 집중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에 오차 범위 이내로 추격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의 '부동산 안정' '4대강 조사' 등 발언이 현 민심과 부합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대통령 발언을 도대체 누가 쓴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부동산 민심을 정확히 파악했다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하다' 정도는 말했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도 "부동산 정책의 거듭된 실패로 정권에 대한 신뢰가 크게 손상됐다"며 "문 대통령의 임기 후반부 국정 동력이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비서실장 이하 청와대 참모진을 전면 쇄신하고, 경제부총리·국토교통부 장관 등 부동산 관련 내각 책임자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마땅한데, 대통령이 앞장서 '부동산 안정'을 언급하니 답답한 마음"이라고 했다.

박용진(재선·서울 강북을) 의원은 "지역구민들이 '전세 대란'을 상당히 우려하는 상황"이라며 "서울 강남 집값만 잡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서민·중산층이 '내 집 마련'을 통해 건전한 자산 증식을 이룰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부동산 정책을 회귀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4대강 보 효과'를 공개 언급한 데 대해서도 우려가 나왔다. 원내대표를 지낸 4선 우원식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 "홍수 피해 복구 중심으로 우선 논의하고 그다음에 4대강 사업을 이야기해도 늦지 않는다"며 "피해가 한창인 와중, 과거에 불거진 책임론을 벗어나기 위해 이런 식의 논쟁을 벌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표면적으론 4대강 문제를 다시 꺼내 든 통합당을 비판한 것이었지만, 이 논란을 키운 문 대통령에 대한 지적으로도 해석됐다. 민주당 내에선 문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감정적으로 비칠 수 있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주택 논란'에 휩싸였던 청와대 김조원 전 민정수석이 결국 매각보단 '사직'을 택한 데 대해서는 당 안팎에서 '권력 누수(레임덕)'까지 언급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다선 의원은 김 전 수석이 다주택 처분 문제를 놓고 노영민 비서실장과 마찰을 빚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그게 레임덕이 아니면 뭐가 레임덕이냐"고 했다. 우원식 의원은 "그분(김 전 수석)이 처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며 "부동산을 더 비싸게 내놨다거나, 그런 것(다주택 매각)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면 적절치 못하다"고 했다. 진성준 의원도 "통상 퇴임하는 수석들은 청와대 기자실에 들러서 마지막 인사도 하는데 김 전 수석은 그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며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한병도 의원은 "레임덕이라는 평가는 시기상조"라며 "일부 부동산 문제는 개개인의 문제로, 조직 전반에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다른 친문계 의원도 "이번 총선을 통해 176석이 확보됐기 때문에 국정 과제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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