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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새끼 지키려했나…지붕 위 버티다 구조된 소 쌍둥이 낳았다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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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는 건강하지만, 어미소는 상태 안 좋아

물난리 뒤 되찾은 소 절반 못 돼 “피눈물 난다”

“지붕 위에서 구출될 때도 끝까지 내려오지 않으려고 버텼는데 새끼가 몸 속에 있어서 그랬나 봐요.”

폭우에 물바다로 변했던 전남 구례 양정마을의 한 축사에서 11일 어미 소가 쌍둥이 송아지 2마리에게 힘겹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마을이 침수되자 축사 지붕 위로 올라가 급히 몸을 피한 뒤 먹이도 제대로 먹지 못한 상태에서 꼬박 이틀을 버티다 구출된 소가 기적처럼 낳은 새 생명들이다.



폭우 피해 지붕에 고립됐던 어미 소



축사 주인 백남례(61·여)씨는 1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새끼들은 건강하지만 어미소가 물난리를 겪어선지 너무 불안해해서 걱정”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전남 구례군에는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541㎜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었다. 구례 양정마을은 폭우 때문에 섬진강 지류인 서시천 제방이 붕괴하면서 인근 주택과 축사, 논밭이 잠겼다. 백씨의 축사도 마찬가지였다.



마취총·기중기 동원한 소 구출 작전



쌍둥이를 낳은 어미 소는 불어난 물에 떠밀려 나가다 인근 주택 지붕 위로 몸을 피했고 지난 10일 가까스로 구조됐다.

중앙일보

11일 오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 한 농가에서 전날 소방대원 등에 의해 구조된 암소가 출산한 쌍둥이 송아지를 보살피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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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작업 때 어미 소는 지붕에서 내려오지 않으려고 버티다 마취총을 쏴 재운 다음 구조됐다. 소 1마리당 몸무게가 수백㎏에 달하는 탓에 구출작전에는 기중기까지 동원됐다.

백씨는 "어미 소가 지난 8일 마을이 침수됐을 때부터 제대로 먹지 못했다"며 "지붕 위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너무나 안쓰럽다"고 말했다.



쌍둥이 송아지 건강하지만…어미 소는 체력 고갈



어미 소는 구조된 다음날인 11일 오전 5시 송아지 2마리를 출산했다. 백씨는 “송아지는 건강하게 어미 젖도 잘 먹고 있지만, 어미 소는 상태가 좋지 않다”고 전했다. 어미 소가 지붕 위에서 고립된 채 비를 맞으면서 이틀을 보낸 데다 쌍둥이 송아지를 출산하면서 체력이 고갈됐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11일 오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 한 농가에서 전날 소방대원 등에 의해 구조된 암소가 출산한 쌍둥이 송아지를 보살피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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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씨는 수의사를 불러 몸 상태를 수시로 확인 중이다. 백씨는 “축사 안에 들어가려고만 하면 어미 소가 신경이 바짝 곤두서서 피하려 한다”며 “제대로 못 먹고 생전 보지 못한 물난리까지 겪어서인 것 같다”고 했다.



축사 주인 “물난리에 잃어버린 소 생각하면 피눈물”



백씨의 축사는 소를 300마리 넘게 키웠지만, 이번 물난리 뒤 되찾은 소는 절반이 채 못된다. 이런 가운데 백씨 축사에서 사라졌던 소 2마리가 이날 경남 하동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백씨는 “물난리에 잃어버린 소들만 생각하면 말도 못하고 피눈물이 난다”며 “난장판이 돼버린 축사와 집뿐만 아니라 죽은 소까지 생각하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고 했다.

한편 국내에서 최근 소가 쌍둥이 송아지를 출산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경북 상주에선 지난 2월 국내 처음으로 송아지 네쌍둥이가 태어났었다. 지난달 21일 경북 예천군에서는 39개월짜리 한우가 암수가 다른 세쌍둥이를 낳기도 했다.

구례=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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