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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용택 "은퇴 투어 거론 영광, 안 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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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선수들에게 죄송"

"후배들은 아름답게 보내줄 수 있으면"

뉴시스

[서울=뉴시스] 김주희 기자= LG 트윈스 박용택이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와 경기에 앞서 인터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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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주희 기자 =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다면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LG 트윈스 박용택(41)이 야구계를 뜨겁게 달궜던 '은퇴 투어'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11일 잠실 구장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와 경기를 앞두고 만난 박용택은 "(은퇴 투어에 관한) 이야기가 거론된다는 게 영광이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셨던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어 "그러나 은퇴 투어는 우리 홈 구장이 아니라 상대의 홈 구장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다면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주목이 쏠린 것에 대해 주변에는 미안함을 드러냈다.

박용택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 (류중일) 감독님도, 다른 팀 감독님들도 관련 인터뷰를 하시는 걸 봤다. 쉽지 않은 문제인 만큼 죄송스러웠다"며 미안함을 드러냈다.

"팀도, 여러 선수들도 내 눈치를 볼 수 있는데 절대 그래선 안 되지 않나. 이제는 시즌이 절반 이상이 지나갔고, 중요한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데 내 은퇴 문제는 오늘부로 정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은퇴 투어는 은퇴를 앞둔 선수가 각 구단과의 마지막 원정경기에서 상대팀들이 준비한 기념식을 갖고, 선물 등을 받는 행사다.

KBO리그에서는 2017년 은퇴한 이승엽이 '최초의 은퇴 투어' 주인공이 됐다. 당시 이승엽은 소속팀 삼성을 제외한 9개 구단과 시즌 마지막 원정 경기를 할 때마다 상대팀의 축하를 받는 자리를 가졌다. 그해 유니폼을 벗은 이호준도 미니 은퇴 투어를 갖기도 했다.

뛰어난 업적을 세운 선수여야 하고, 은퇴 시점을 미리 정해놔야 한다는 점 등에서 성사되기가 쉽지는 않다.

박용택은 2002년 프로에 데뷔한 뒤 철저한 몸관리로 꾸준히 활약하며 KBO리그 통산 최다 안타 1위(2478안타)에 올라있다.

올 시즌 끝으로 은퇴를 예고한 그의 은퇴 투어 개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먼저 지난 6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이사회에서 "은퇴를 앞둔 박용택을 위해 각 팀 주장들 혹은 선수들 차원에서 의미 있는 걸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를 전해 들은 LG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차명석 LG 단장은 "선수협이 하겠다면 구단이 안 할 이유가 없다. 선수의 명예를 드높이는 행사를 하는 건 얼마든지 찬성"이라면서 은퇴 투어에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크게 갈렸다. 환영하는 팬들도 있었지만 반대하는 목소리도 컸다.

지난 6월 말 햄스트링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 있던 박용택도 최근 지인들이 보내주는 기사를 통해 분위기를 읽었다.

박용택은 "내 기사에 달린 댓글을 10년 만에 읽어본 것 같다"면서 "댓글을 많이 읽어봤는데, 대부분의 팩트는 맞다. 충분히 모든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쿨하게' 팬들의 비난을 받아들였다.

팬들이 은퇴 투어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2009년 타격왕 사건이다. 그해 홍성흔(당시 롯데)과 타격왕 경쟁을 했던 박용택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타율 관리를 위해 타석에 들어서지 않았다. 결국 타격왕을 차지했지만, 이후 '졸렬택'이란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솔직히 이번 일들이 커진 건 2009년 타격왕 할 때의 사건 때문일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이번 일을 겪으며 '졸렬하다, 옹졸하다'는 단어까지 직접 찾아봤다는 그는 "'성품이 너그럽지 못하고, 생각이 좁다'는 '옹졸하다'의 뜻처럼 그때의 나는 정말 딱 그랬다. 생각해보면 그 일이 아니더라도 야구장에서든 밖에서는 그렇게 살았단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말 그 이후로는 야구장 안팎으로 많이 노력하고 살았다"며 웃음 짓기도 했다.

그는 2013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페어플레이상을 받은 뒤에도 이 부분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자신의 은퇴 투어에 대해서는 "후배들이 그런 생각을 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영광이다"고 고마워한 그는 남은 후배들을 위해선 조금 더 다른 문화가 정착되길 바랐다.

박용택은 "내가 하고, 안 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도 머지않은 시기에 은퇴하는 우리나라 슈퍼스타들이 있는데, 내 경기와는 다른겠지만 어떤 흠집으로 인해 그 선수들도 이런 행사가 무산되진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제넘지만 나를 응원해주시는 팬들 중에서 '누구 은퇴할 때 보자'고 댓글을 달기도 하더라. 하지만 졸렬하지 않게, 충분히 아름답게 후배들을 보내줬으면 좋겠다"면서 후배들의 은퇴 투어를 응원하기도 했다.

그라운드와 작별을 앞둔 그가 꿈꾸는 '은퇴하는 날'의 모습은 따로 있다.

그는 "인위적인 은퇴식보다 한국시리즈 우승하는 날, 은퇴식을 하고 싶다. 거기서 헹가래도 받았으면 좋겠다. 그런 은퇴식을 하는 꿈을 꾼다"며 눈을 반짝였다.

한편, 재활을 마친 그는 이날 1군에 합류, 12일 엔트리에 등록이 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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