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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공원에서 산책객과 ‘셀카’찍은 야생곰, 결국은··· [이슈잇슈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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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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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치핑케 생태공원에서 흑곰이 산책을 하던 한 여성에게 다가가 냄새를 맡고 있다. BBC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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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한 생태공원, 길을 걷던 여성들에게 검은곰 한마리가 다가옵니다. 한 여성에게 접근한 곰이 두발로 일어서 여성의 머리냄새를 맡습니다. 이후 앞발로 툭툭 여성의 무릎을 건드리더니 이내 등을 돌려 자리를 뜹니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산책중 야생곰과 맞닥뜨린 공원 방문객들의 불운을 위로해야겠지만 그와 반대로 곰의 안위를 걱정하게 됐습니다. ‘사람들과 접촉한 죄’로 중성화 수술을 받은 후 다른 곳으로 옮겨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10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 치핑케 생태공원에서 산책객들과 ‘셀카’를 찍는 등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던 흑곰이 당국에 포획되었습니다.

몸무게 96㎏의 이 곰은 지난달 공원을 산책하던 방문객에게 접근해 냄새를 맡다가 한 여성의 셀카에 담겨 유명해진 곰입니다.

건장한 성인 덩치만한 이 흑곰은 인근 지역 주민들로부터 ‘친절한 곰’으로 알려졌습니다. 곰이 살고 있는 공원의 이름을 따 ‘치피’(Chipi)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멕시코 당국의 판단을 달랐습니다. 영상 속에선 공격성을 보이지 않지만 야생의 곰이 언제 돌변해 사람을 해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관계자들은 이 곰이 인근 주거지역에서도 사람들과 ‘밀접한 만남’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곰이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매우 드물지만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북미에서는 매년 1명이 흑곰에 의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이 흑곰은 지난 5일 공원 인근 누에보레온주의 한 가정집 마당에서 낮잠을 자다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멕시코 연방환경보호국 공무원들에 의해 포획되었습니다.

당국은 이 곰을 원래 살던 곳에서 멀리 떨어진 치와와주의 산에 방생될 예정입니다.

이동 전 중성화 수술도 진행됐습니다.

당국은 야생 동물 전문가들과의 논의 후 중성화 수술이 진행됐다고 전하며 치와와주의 다른 종과의 교배를 막고, 수컷 곰들과 영역 다툼을 벌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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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치핑케 공원을 산책하던 한 방문객이 자신에게 다가온 흑곰이 냄새를 맡는 장면을 셀카에 담고 있다. BBC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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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주민들과 해외 누리꾼, 동물 애호가들은 중성화와 곰의 이동이 불필요하다고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인간이 주는 먹이에 익숙해진 곰을 야생에 보내는 것은 사형 선고나 다름 없다는 것입니다.

캐나다의 한 누리꾼은 “매우 끔찍하다. 우리는 곰의 영역을 침해했고 그 결과로 곰이 고통을 받고 있다. 곰은 이러한 조치(중성화와 거주지 이동)를 받을만 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곰과 사람의 접촉을 가능하게 한 공원을 ‘허술한’ 관리를 지적하는 의견도 눈에 띕니다.

동물 애호단체 등은 “곰은 원래 살던 곳에 그대로 두고, 방문객들에게 엄격한 행동수칙을 지키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곰이 인간이 주는 먹이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이동은 더욱 필요한 조치라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셀카를 찍기 위해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동으로 인한 결과가 영상을 통해 보여졌다고 말했습니다.

누리꾼들과 동물단체, 전문가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셀카를 위해 부주의하게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을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듯 합니다.

치핑케 공원측은 “동물보호구역인 치핑케 공원에서 동물을 보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면서도 “곰이 사람에게 접근하는 것은 비정상적 행동이며 영상과 같은 상호작용은 피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사람과 동물의 목숨을 위험하게 하는 행동에는 단호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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