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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때아닌 4대강 공방

[팩트체크]4대강 탓이냐 4대강 덕이냐 논란…文도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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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4대강 제외돼 둑 터졌나

“섬진강댐 방류 영향, 제방도 부실”

낙동강 제방 붕괴는 보 때문인가

“수압 상승 불러”“제방 약한 탓” 갈려

박근혜 정부 4대강 사업 평가는

“본류 주변선 홍수 위험 94% 감소”

사업 뒤 홍수 피해 안 줄었다는데

홍수 80% 차지 지천 사업 보류 탓

중앙일보

유례없는 집중호우로 인해 8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의 섬진강 지류인 서시천 제방이 무너져 인근 마을에 큰 피해를 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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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로 인한 섬진강과 낙동강 제방 붕괴 사태가 4대강 사업 적정성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실증, 분석할 기회”라며 “댐의 관리와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 전문가와 함께 깊이 있는 조사 및 평가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지난 9일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이 “4대강 사업 직후 지류·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다면 물난리를 좀 더 잘 방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 데 대한 반론성 발언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섬진강과 낙동강은 4대강 사업에 관한 한 대척점에 서 있는 존재들이다. 섬진강은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된 탓에 피해가 컸다”는 지적을, 낙동강은 “4대강 사업 때 건설한 보 때문에 제방이 무너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22조원을 들여 2009~2013년에 진행한 사업이다. 2009년 발표된 사업 마스터플랜에는 ▶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 강바닥의 모래·자갈 5억7000만㎥ 준설 ▶홍수 조절지 2곳과 강변 저류지 3곳 건설 ▶노후 제방 보강 620㎞ ▶낙동강·영산강 하굿둑 배수문 증설 등의 내용이 들어 있었다. 궁극적인 목표는 이런 공사들을 통한 ‘홍수 조절 능력 9억2000만㎥ 확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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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10일 경남 창녕군 이방면 장천배수장 인근 낙동강 제방에서 긴급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전날 새벽 폭우로 붕괴했던 제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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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이은 박근혜 정부에서 1차 평가가 이뤄졌다. 민관 합동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는 201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4대강본류 주변에서는 홍수 위험이 낮아졌다. 본류 주변 전체 홍수 위험지역 807.95㎢의 93.7%인 757.11㎢ 지역에서 위험도가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낙동강 본류 인근 지역인 경남 창녕군 죽전마을의 임성관 이장도 “4대강 사업 이후 홍수는 확실히 줄었다. 그 전에는 비만 오면 홍수가 나서 손해보상금을 받는 일이 잦았는데, 사업 이후 홍수 피해가 줄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사업이 국토 전체의 홍수 피해를 줄였느냐는 질문으로 이어지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내 호우 피해액(태풍 피해 제외)은 사업이 종료되지 않았던 2009 ~2012년 연평균 2011억원, 종료 이후인 2013~2018년 연평균 2016억원(모두 2018년 기준 환산액)으로 별 차이가 없다. 대부분의 피해가 본류가 아닌 지류·지천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체 하천 피해액 중 소하천 피해액의 점유율은 80% 이상이다.

이 때문에 4대강 사업 당시 환경단체 등에서는 “본류 대신 지류·지천의 치수사업을 하라”고 요구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본류 치수사업이 더 시급하다고 봤다. 4대강 사업 종료 이후 지류·지천에 대한 대규모 치수 사업 진행도 검토했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흐지부지됐다.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는 대규모 치수사업을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번 논란을 촉발한 낙동강·섬진강의 제방 붕괴와 4대강 사업 간의 연관성은 얼마나 될까. 낙동강 합천창녕보 인근 제방 붕괴와 관련해 4대강 사업에 반대해 온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보 때문에 수위가 오르고 수압이 높아져 제방이 무너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4년 조사평가위원장이었던 김범철 강원대 환경학과 명예교수도 “보는 홍수를 유발할 수도 있는 시설이다. 물속에 구조물이 있으면 물길이 걸리기 때문에 그 부분은 수위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와 상관없이 제방이 약한 탓에 붕괴한 것일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장석환 대진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제방의 재료가 무엇인지, 다짐은 제대로 했는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근 주민 이인식씨는 “제방을 확장하면서 시멘트와 흙의 접합 부분이 제대로 접착되지 않아 틈이 생겼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그동안 수차례 제방 보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보에 홍수 예방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물을 가둬 유속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2014년 보고서도 “준설과 보 운영으로 하천 유속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4대강 사업 대상이 아니었던 섬진강의 피해에 대해서도 양론이 엇갈린다. 제방 붕괴로 피해를 본 전북 남원시 금지면 상귀마을의 김영규 이장은 “4대강 사업 때 제방 인근 금곡교를 철거하는 등 섬진강까지 정비했으면 이런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피해의 직접적 원인은 섬진강댐이 계획홍수위를 50㎝가량 남겨두고 수문을 열어 초당 1868㎥의 물을 방류한 것이었다. 하지만 방류된 물이 제방을 넘은 것이 아니라 제방 자체가 무너졌기 때문에 4대강 사업과의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제방이 넘칠 정도로 수위가 높지 않았는데도 둑이 터졌다면 제방이 부실했기 때문일 수도 있어서다. 장 교수는 “갑작스러운 방류나 제방의 안정성 등 제방이 터진 원인에 대해서는 다각도로 조사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이장 역시 제방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방은 옛날에 만들어놓은 그대로였다. (복구 시) 댐을 건설하는 것처럼 시멘트를 이용해 더 높이 튼튼하게 만들어야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천권필 기자, 창녕·남원=이은지·김준희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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