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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검찰 공소장, MBC·KBS 등 친여매체 보도와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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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녹취록엔 없는 내용도 추가

채널A 기자의 강요 미수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기소하면서 작성한 공소장엔 지난 2월 이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부산고검에서 나눈 대화 녹취록을 요약한 부분이 포함돼 있다. 이날 공소장이 공개되면서 검찰 안팎에선 “실제 부산고검 대화 녹취록과 공소장 요약 내용을 비교해보니, 한 검사장 발언이 상당수 왜곡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실제 녹취록 전문이 공개됐는데도 수사팀이 일부 내용을 과장하거나 대화 취지를 꼬아 공소장에 작성했다. ‘악마의 편집’아니냐”며 “사실상 한 검사장의 공모 혐의를 단정하고 몰아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선일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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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 악마의 편집 수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당초 이 전 기자를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한 검사장의 공모 혐의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밀어붙였다가 수사팀 내부 부부장급 이하 검사 전원이 반대 의견을 내 이를 막판에 철회했다. 그런데도 수사팀은 공소장에 한 검사장 이름을 30회 언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이 전 기자가) 요즘에 신라젠 이런 거 알아보고 있다, 취재 목표는 유시민이다, 유시민도 강연 같은 것 한 번 할 때 3,000만 원 씩 받지 않았겠느냐'라는 취지로 말하자 한동훈은 '주가 조작의 차원이다'라는 취지로 말하였다”고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 전 기자 대리인 주진우 변호사는 “누가 봐도 취재를 잘해보라는 덕담이지 협박해서라도 특정 정치인에 대한 제보를 강요하라고 한 것으로 어떻게 해석할 수 있겠느냐”며 “내일 전문 공개가 되면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전문이 공개된 ‘부산 녹취록’에서 한 검사장은 “제가 이철(전 VIK 대표·구속 수감) 등 교도소에 편지도 썼거든요”라는 이 기자의 말에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 전 기자가 유 이사장 의혹에 대해 한 검사장의 관심을 끌려는 듯 "신라젠도, 서민 다중 피해도 중요하지만 결국 유시민 꼴 보기 싫으니까…"라고 하자 한 검사장은 "유시민씨가 어디에서 뭘 했는지 나는 전혀 모른다"며 "그 사람 (이제) 정치인도 아니지 않으냐"라고 했다. 이 전 기자는 재차 "유시민은 한 월말쯤에 어디 출국하겠죠"라고 했지만, 한 검사장은 "관심 없다. 그 사람 밑천 드러난 지 오래됐잖냐"고 했다.

또 검찰은 공소장에서 “피고인 이동재는 '그때 말씀하시는 것도 있고, 수사는 수사대로 하되 백OO를 시켜 유시민을 찾고 있다. 이철의 와이프를 찾아 다니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고, 피고인 백OO도 '시민 수사를 위해서 취재 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자 한동훈은 '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 그거는 해볼 만 하지'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나 같아도 그렇게 해’라는 부분은 녹취록에 없는 내용이다.

또 주 변호사는 “이 전 기자가 유 이사장이 이 전 대표 강연에 가서 강연료를 받았지 않았냐고 재차 묻자, 한 검사장이 ‘유 이사장이 이미 (언론 등에서 강연료를 받은 사실을) 밝히지 않았느냐’면서 하는 이야기였다”며 “전문을 보면 누가봐도 둘이 공모를 했다고는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공개된 녹취록에서 이 전 기자는 계속해서 "(이 전 대표가) 14, 15년 뒤 출소하면 팔순이죠" "(이 전 대표) 가족부터 찾으려고 하고 있다"고 했지만, 한 검사장은 별다른 대꾸 없이 "어디 계신 거예요? 지금 (부산에서) 어디에 계시냐"며 기자들 숙소를 물었다. 이후 한 검사장은 "내가 이제 좀 가야 해서"라고 한 뒤 자리를 정리했었다.

◇검 공소장 MBC,KBS 등 친여 매체 보도와 판박이

이 같은 검찰의 공소 요지는 이미 지난 7월20일 MBC가 대화 녹취록을 취재했다며 보도한 내용과 거의 같다. 당시에도 주 변호사는 입장을 내고 “MBC보도 내용은 녹취록 전체 취지를 왜곡한 편향된 보도”라고 했었다.

또 당시 주 변호사는 “MBC 보도는 구속영장 범죄사실의 구도 및 표현을 토대로 한 것처럼 보인다”며 “주요 피의사실 부분과 관련 증거가 유출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었다. 실제 MBC 보도에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주목하고 있다”며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간 대화 내용 및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간 카카오톡 보이스톡 통화 내역 등을 보도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한 검사장에 대한 스모킹 건(핵심 증거) 없이 언론 플레이를 통해 사건을 몰아갔고, 친여 매체들은 이에 부화뇌동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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