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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삼성 노조와해’ 이상훈 전 의장, 항소심 무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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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훈 부사장 등 26명 중 25명

고법, 유죄 유지됐지만 일부 감형

“수색 영장 이외 위법 증거 수집”

‘이상훈 유죄’ 1심 판결 뒤집어

파견법 위반 혐의도 인정 안해

노동계 “재벌 봐주기 논리” 반발


한겨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10일 오후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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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를 와해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으로 법정 구속됐던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과 전·현직 임직원, 전직 정보경찰, 전 협력업체 사장, 노동운동가 출신 전 자문위원 등 25명은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가 유지됐지만 일부는 형량이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배준현)가 10일 이 전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그가 노조와해에 관여했다는 물증을 압수하는 과정이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무력화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확인된 이 사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관련 소송비를 삼성이 대납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2018년 2월 검찰은 경기 수원의 삼성전자 본사 인사팀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인사팀 직원이 회사 하드디스크를 자신의 차량에 옮겨놓은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압수했다. 직원이 숨기려 했던 하드디스크에는 삼성전자의 노조와해 관련 자료가 있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2차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노조와해 전략을 이 전 의장이 보고받고 이를 다른 임직원들과 공모했다는 문건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1심은 이를 근거로 이 전 의장에게 유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압수물이 있던 삼성전자 본사 인사팀 사무실이나 압수물이 옮겨진 장소는 1차 압수·수색영장에 적힌 수색·검증 장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핵심물증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영지원실장(CFO) 보고’ 문건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배척돼 직접적 증거가 없으며 다른 피고인들의 진술만으로는 공모 가담 부분을 법리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전 의장의 공모 가담이 없었기에 무죄를 선고한 것이 아님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이기에 무죄로 판결한 것이지 이 전 의장이 결백하다는 판단이 아니라는 얘기다.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를 지휘·명령하고 있어 파견법을 위반했다는 1심 판단도 항소심은 뒤집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구체적인 업무 배정에 관여하지 않았고 필요한 경우 협력업체가 해당 조처를 한데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 않았고 업무도 구별돼 삼성전자서비스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볼 수 없다는 논리다. 다만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수리기사들의 기본적인 노동조건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행사했다”며 노동조합법의 사용자성은 인정했다.

이 전 의장 무죄 선고에 노동계는 반발했다. 전국금속노조는 성명을 내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사건 재판이 역사적인 이유는 우연에 의해 발견한 증거자료 덕분에 재벌의 노동법 위반 행위를 입증하고 처벌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우연히 발견한 자료로 수사했으니 무죄라는 재판부의 논리는 평생 재벌에 맞서 싸울 각오를 한 내부고발자가 나오기 전에는 자본의 노조파괴 범죄를 수사하고 처벌할 길을 영원히 봉쇄하는 논리”라며 비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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