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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반중` 홍콩 언론사주 체포된 날…中본토 항공사, 홍콩 취항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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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관영 언론들을 앞세운 '여론몰이'에 나서면서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 소유주를 체포하는 등 홍콩 장악을 본격화한 가운데 본토 신생 항공사가 홍콩 직항 노선을 신청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이같은 움직임은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탓에 전세계 하늘길이 막히고 항공사 직원들이 줄줄이 일자리를 잃는 가운데 나와 글로벌 시장 눈길을 끄는 모양새다. 중국은 최근 홍콩 외에도 마카오, 동남아시아와 한국 하늘길 재개에 나섰다.

10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모닝차이나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본토의 신생 항공사인 '그레이터베이'가 홍콩 항공당국에 운항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레이터베이가 당국 허가를 받게 되면 '홍콩 대표 항공사'인 케세이퍼시픽과 계열사 케세이드래곤을 비롯해 HK익스프레스, 홍콩에어라인에 이어 홍콩 내 5대 상업용 민간 항공사가 될 것이라고 SCMP는 전했다.

그레이터베이는 중국 본토 부동산 재벌이자 '선전의 리카싱'으로 불리는 빌 웡 초바우가 이끄는 항공사다. 지난 2010년 당시 항공사 명칭은 둥하이에어라인이었지만, 지난해 초 둥하이에어라인홍콩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가 같은 해 12월 홍콩보히니아에어라인으로 또 한 번 간단을 바꿔달았고 지난 달 8월에는 그레이터베이로 다시 이름을 바꿨다. 홍콩스탠더드 지에 따르면 빌 웡 초바우는 그레이터베이의 핵심 이사진 중 한 명으로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CPPCC) 위원이다. 정협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NPC)와 함께 중국 공산당 정책을 담당하는 '양회'로 불린다.

그레이터베이의 이번 홍콩 취항 신청은 코로나19 상황 탓에 전세계 항공사가 운항 노선과 횟수를 줄이고 파산 위기에 내몰린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이례적인 사건이다. SCMP는 취항 신청 배경이 '중국판 실리콘밸리 육성' 구상의 하나라고 전했다.

그레이터베이의 홍콩 취항 신청은 중국 본토 정부의 홍콩 끌어당기기 일환이다. 미국의 압박에 내몰린 중국은 홍콩을 향해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며 남부 지역 육성에 나선 상태다. 앞서 홍콩 보안법 시행을 이틀 앞둔 지난 6월 29일 중국 인민은행과 홍콩·마카오 금융관리국은 공동성명을 내고 "선전 등 광둥성 도시 9곳과 홍콩, 마카오를 하나로 묶는 웨강아오다완취 지역에서 금융투자 상품을 서로 거래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선전은 미·중 갈등 한가운데 선 이동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본사가 있는 곳으로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기술 경쟁을 의식해 '중국판 실리콘밸리'로서 키우려 나선 곳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자본시장 경쟁을 선언하면서 홍콩증시 외에 상하이·선전 증시에 '나스닥증권거래소 스타일 기업공개(IPO)'제도를 도입하는 등 최근 남부 지역 통합·개발을 강조하고 나섰다.

다만 중국이 홍콩 보안법 강행과 하늘길 확장 등 다방면에서 홍콩 통합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홍콩 대표 항공사인 케세이퍼시픽은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아 정부 지원에 의지하는 상태다. 지난 달 17일 케세이퍼시픽은 '2020년 2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상반기(1~6월) 순손실이 총 99억 홍콩 달러(약 1조500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했던 86억 홍콩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다만 케세이퍼시픽은 코로나19 여파 이전인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영난에 시달려왔다. 지난해 8월 홍콩에서 '범죄인 중국 신병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를 계기로 중국 반대 시위가 일던 당시 캐세이퍼시픽이 직원들이 대거 시위에 참여하면서 중국 본토 국영기업들이 케세이퍼시픽 불매 운동을 벌이는 식의 보복에 나선 바 있다.

최근 홍콩에서는 중국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친중파' 캐리람 홍콩행정장관이 이끄는 홍콩 정부는 지난 달 31일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홍콩 민주화 시위 주역인 23세 청년 조슈아 웡 등 민주파 인사 12명의 입법회(홍콩 의회)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입법회 선거는 오는 9월 6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홍콩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선거를 1년 미뤘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성공'을 내세우고 있지만 최근에는 홍콩과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다면서 방역 봉쇄를 강조하고 나선 상태다. 두 지역은 중국과 미국·유럽국가들의 신경전이 오가는 핵심 지역이다.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한 홍콩 선관위 조치와 관련해 9일 미국을 비롯한 '파이브아이즈국가'(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첩보동맹5국) 외교장관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입법회 후보에 대한 홍콩 정부의 부당한 자격박탈과 선거 연기를 심각히 우려한다"면서 "이러한 조치는 홍콩의 안정과 번영을 이끌어온 민주적 절차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10일 홍콩에서는 대표적인 중국 비판 매체인 빈과일보의 지미 라이 회장이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당국에 체포됐다. 라이 회장은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 창업자로도 유명하다. 앞서 1989년 중국 정부의 톈안먼 민주화 시위 폭력 진압에 충격을 받은 그는 1990년 넥스트 매거진, 1995년 빈과일보를 창간해 중국을 비판해왔다. 라이 회장의 체포는 지난 달 1일 중국 반대 시위대 체포, 같은 달 28일 중국 비판 학생 조직 체포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홍콩보안법상 체포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해 국가를 분열시키거나 국가 정권 전복·테러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인 안보공서를 설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홍콩보안법이 지난 1984년 12월 19일 영국과 중국이 맺은 '홍콩반환협정' 상 홍콩 민주주의·자치권 보호 서약을 침해한 것이라면서 중국을 맹비난해왔다.

앞서 중국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공산당 지도부의 코로나19 방역 허점을 비난한 런즈창 전 화위안그룹 회장 겸 정협 소속 베이징 시 위원이 행방불명된 바 있다. '중국 5대 부동산 거물'로 통했던 런 회장은 시 주석을 '광대'에 비유해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안이한 대응을 지적했다가 지난 3월 12일 부로 지인들과 연락이 끊긴 채 사라졌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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