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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없이 모바일칩 '기린' 못 만드는 화웨이 탈출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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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최신공정으로 세계 최초 타이틀 이어오던 기린’, TSMC 없이는 특장점 없어
화웨이, 실현 어려워진 ‘반도체 자립’ 올인보다 퀄컴 ‘스냅드래곤’ 채택으로 태세 전환
화웨이 놓치면 전 세계 모바일 AP 점유율 흔들리는 퀄컴, 美 정부에 中 제재 완화 로비

중국의 화웨이가 스마트폰용 두뇌 역할을 하는 독자 개발 반도체 ‘기린’ 생산을 다음 달부터 중단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기린은 화웨이가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기업)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자체 기술로 개발하고 대만 TSMC를 통해 생산하던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다.

그러나 미국의 추가 제재로 반도체를 생산해 오던 TSMC와의 관계가 차단되면서 이런 화웨이의 ‘반도체 자립’ 꿈 실현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업계에서는 대만 보급형 칩 중심업체인 미디어텍이나 삼성전자(005930)가 아니라, 퀄컴이 ‘구원투수’로 나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퀄컴 구원투수 등판이 화웨이의 기린 생산 중단 발표의 배경이 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퀄컴이 기린의 대안 칩을 꾸준히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화웨이가 확신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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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는 반도체 자립을 위해 공고한 파트너십을 맺어온 대만 TSMC와의 거래가 끊기면서 더이상 자체 칩인 ‘기린’을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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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청둥 화웨이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는 지난 7일(현지 시각) ‘2020 중국 정보 100 서밋’에서 "9월 15일 이후 기린 칩 생산을 중단한다"며 "다음 달 출시되는 ‘메이트40’이 기린 칩을 탑재한 마지막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 상무부가 지난 5월 15일 화웨이에 반도체를 파는 외국 기업도 미국산 반도체 생산장비를 활용하면 미 정부로부터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화웨이 기린 칩을 생산해오던 TSMC는 대만 회사이지만, 미국산 장비를 활용해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고, 화웨이를 최대 고객사로 두고 있어 미 당국의 제재 타깃이었다. 실제 TSMC는 미 당국 발표 직후부터 현재까지 화웨이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 TSMC 최신 공정으로 가장 빨리 나오던 ‘기린’ 정조준한 미국

전문가들은 그간 TSMC와의 협업에 힘입어 ‘세계 최초 최신공정으로 만든 기린’을 꾸준히 내놓을 수 있었던 화웨이가 미국 제재로 더 이상의 이런 강점을 내세우지 못하게 되자 결국 방향 전환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웨이는 2018년 3월 TSMC 최신 7나노(nm)공정을 가장 먼저 적용해 ‘기린980’을 생산한다고 발표했고, 지난해 3월에는 TSMC 극자외선(EUV) 공정이 적용된 7나노로 ‘기린985’ 칩을 생산한다고도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린 AP는 ARM의 기본 설계를 활용한 CPU(중앙처리장치)에 자체 개발한 NPU(신경망처리장치), ISP(이미지 신호 프로세서) 정도가 들어간 것으로, 가장 특장점은 TSMC 최신 공정을 세계 최초로 적용해 반도체 성능·전력효율을 높인 것이었다"며 "TSMC가 미국 제재로 화웨이와의 거래관계가 완전히 끊기게 되자 더이상 기린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사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 화웨이 없인 ‘모바일 AP 1위’ 뺏길 위기, 퀄컴 구원투수로 나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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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모바일 AP 시장에서 점유율 40%를 넘게 차지하고 있는 퀄컴이 화웨이 구원투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진은 퀄컴의 스냅드래곤865. /퀄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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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화웨이가 기린 생산 중단을 공식 선언한 것은 이를 대체할 내부적인 답을 찾았기 때문이며, 배후에는 대만 미디어텍도, 삼성전자도 아닌 퀄컴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디어텍이 어느 정도 보급형 스마트폰에서는 AP를 대체할 수 있지만, 프리미엄급에 적용하기에는 성능이 기린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퀄컴과 화웨이에 호재가 되는 소식이 잇따라 흘러나온 것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지난 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퀄컴이 반도체를 화웨이에 판매하기 위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장지훈 가젯서울 미디어 대표는 "퀄컴이 화웨이를 잃을 경우 전체 모바일 AP 점유율 1위마저 뺏길 수 있는 만큼 두 회사가 윈윈(win-win)하기 위해서 자사 AP인 ‘스냅드래곤’을 팔 수 있도록 정부를 상대로 설득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 AP 시장에서 퀄컴은 33.4%로 1위를, 미디어텍과 삼성전자가 24.6%, 14.1%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같은 기간 중국시장만 놓고 보면, 퀄컴은 41%로 1위를, 하이실리콘이 29%로 2위에 올라 있다. 미디어텍이 21%로 3위다. 화웨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미 제재 여파에도 올해 2억대가량의 스마트폰을 출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 제재 관련 화웨이가 직접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어렵게 된 만큼 퀄컴 측에서 로비를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앞서 퀄컴은 지난달말 화웨이와의 특허료 분쟁을 해소하고, 장기 특허 계약을 체결했다. 퀄컴은 화웨이와의 계약으로 미지불 특허 사용료와 향후 사용료 명목으로 18억 달러(약 2조1000억원)의 합의금을 받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가 퀄컴에 ‘선물'을 안긴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퀄컴 주가는 15% 급등하기도 했다.

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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