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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대한민국에 떨어진 물폭탄

영동·옥천 물난리 부른 용담댐 방류 놓고 '책임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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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군 "수위조절 실패" vs 수공 "위기 대응 차원의 불가피한 조치"

연합뉴스

침수된 비닐하우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영동=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전북 진안군 용담댐의 저수량이 90.1%에 달한 것은 지난 7일 낮 1시다.

댐 수위는 262.67m까지 올라서 홍수조절을 위해 가장 많은 물을 가둘 수 있는 계획 홍수위(265.5m)에 근접했다.

그런데도 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 용담지사는 이전과 다름없는 초당 291.63t의 물을 흘려보냈다.

3시간 뒤인 오후 4시에는 비홍수기 때 저수 상한선을 의미하는 상시 만수위(263.5m)를 넘어섰다.

이날 밤부터 댐 유역에 400㎜ 안팎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수위는 급상승했다.

용담지사는 이튿날 오전 4시 저수량이 97.5%로 치솟자 방류량을 초당 1천t으로 늘렸고, 낮 1시 102%에 달하자 더는 견디지 못하고 수문을 모두 열어 초당 2천919.45t을 쏟아냈다.

이때 수위는 265.45m로 댐이 범람하기 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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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임시대피 시설
[영동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댐에 가둬진 물을 콸콸 쏟아져 나오면서 하류인 충북 영동·옥천군이 삽시간에 물벼락을 맞았다.

영동에서 135㏊의 농경지와 55채의 주택이 침수됐고, 옥천도 46.4㏊의 농경지와 11채의 주택이 물에 잠겼다.

이재민도 영동에서 395명, 옥천에서 138명 발생했다.

용담댐 물이 먼저 도착하는 영동군의 경우 8일 오후 3시 양산·양강·심천면에 대피령을 내리고 마을 방송까지 했지만,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거센 물살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송호관광지가 침수됐고, 남대천 둑 50여m가 유실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이재민들은 양산초등학교 체육관과 마을회관, 경로당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가슴을 졸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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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기 정리하는 영동의 한 주택
[영동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동군 관계자는 "댐 방류 계획을 확인한 후 '방류량을 대폭 늘리면 마을이 침수된다'는 공문을 용담지사에 보냈지만 '댐 붕괴 우려가 있어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용담댐이 저수량을 고려해 일찌감치 수위 조절에 나섰더라면 이번처럼 무지막지한 피해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피해가 단순한 댐 방류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수위 조절 실패에 따른 '인재'라는 지적이다.

가장 큰 피해가 컸던 영동군 양산면의 한 주민은 "2002년 태풍 루사 이후 이런 물난리는 없었다"며 "만수위까지 물을 가두고 있다가 갑자기 방류량을 늘린 것은 하류 지역 피해를 외면한 조처로 명백한 인재"라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용담지사는 예상치 못한 폭우가 갑작스럽게 쏟아지면서 방류량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용담지사 관계자는 "지난 5∼9일 댐 유역의 강우량이 450㎜에 달했고, 특히 7∼8일 이틀간 378㎜가 집중됐다"며 "방류량을 늘린 것은 홍수위기 대응 차원의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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