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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연설문 '복붙'에 '피토했다' 소문까지…요즘 아베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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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영원한 평화를 기원하는 여기 히로시마(나가사키)에서, 핵무기가 없는 세계와 영구평화의 실현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원자 폭탄에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과 피폭자 여러분, 그리고 참석자들과 히로시마(나가사키) 시민 여러분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6일과 9일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서 각각 열린 원폭 75주년 기념행사에서 한 연설의 마지막 부분이다.

3일 간격을 두고 진행된 두 연설은 지역 이름만 바뀌었을 뿐 내용이 거의 같다. 시작부터 끝까지 전체 연설문이 거의 '복붙(복사하여 붙임)' 수준이다. 현지 원폭 피해자들은 "뭐를 위해 피폭지까지 온 것인가. (우리를) 바보 취급하고 있다"는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9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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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9일 일본 남부 나가사키 평화공원에서 열린 원폭 75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뒤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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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리관저 홈페이지에 올라온 6일과 9일의 연설문을 비교하면, 행사가 열린 지역 이름을 빼고 거의 모든 단락의 단어 구성과 흐름이 똑같다. 매년 반복되는 행사이기 때문에 유사한 표현이 등장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지난해 원폭 74주년 행사에서는 시작과 마지막 부분에 두 도시(히로시마, 나가사키)만의 특징을 담은 내용이 들어가는 등 차이가 있었다. 올해 연설에 유독 '성의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질문 남았다" 고함에도 18분 만에 퇴장



이날 연설이 끝나고 열린 총리의 기자회견도 논란이 됐다. 6일 히로시마 기자회견에서 아사히신문 기자의 질문을 강압적으로 막아 비판받았던 아베 총리는 9일 나가사키에서도 '무늬만 회견'을 이어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9일 약 10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등 현안에 관한 본인 의견을 밝힌 뒤, 기자들의 질문을 2개 받고 18분 만에 회견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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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찾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945년 8월 6일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로 숨진 희생자들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이날 원폭 투하 75주년 행사 참석으로 아베 총리는 49일 만에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게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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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내용도 "긴급사태 선언은 고려하지 않는다", "여행 캠페인은 계속하겠다" 등 6일과 똑같았다. 회견이 끝난 후 "아직 질문이 남았다"는 기자들의 고함이 이어졌지만, 총리는 또다시 이를 무시하고 자리를 떴다.



"총리가 완전히 의욕을 잃었다"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이 점차 심각해지는 상황에도 아베 총리가 계속 공식 석상에 서는 걸 꺼리면서 '건강 이상설'은 퍼져나가고 있다.

지난 4일 발매된 사진전문 주간지 '플래시(FLASH)'가 "아베 총리가 7월 6일 관저에서 피를 토했다는 정보가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낸 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총리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본 주간지 '슈칸포스트(週刊ポスト)'의 인터넷판인 '뉴스포스트세븐'은 9일 자민당 관계자와 관저 관계자 등의 말을 인용해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로 총리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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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여름 휴가 중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야마나시(山梨)현 후지카와구치코마치(富士河口湖町)의 한 골프장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등과 함께 골프를 즐기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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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서 총리관저 관계자는 "코로나 실정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비판으로 (총리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뿐 아니라 위의 상태도 나빠졌다"며 "식욕도 부족하고 먹어도 설사를 계속하는 등 기력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피를 토했는지까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7월 6일에 관저에서 현기증을 일으켜 의사의 응급처치를 받았다는 소문도 돈다.

한 자민당 간부는 아베 총리가 공식 석상에 서는 걸 꺼리는 데 대해 "혼자 자숙하는 게 아니라 무서워서 국민 앞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것"이라며 "'아베 마스크'와 '고 투 캠페인' 등 내놓는 정책마다 실패하는 상황에 총리가 완전히 의욕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제2차 집권 후 매년 여름 야마나시(山梨)현 나루사와무라(鳴澤村) 별장에서 골프를 치며 휴가를 보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쿄(東京)의 고급 호텔에서 2~3일간 쉬면서 컨디션 회복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고 뉴스포스트세븐은 전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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