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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34세에 돌연 극단적 선택…'톱스타가 된 흙수저' 죽음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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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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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우드 배우 서샨트 싱 리즈풋. /사진=서샨트 싱 리즈풋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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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4일 인도는 큰 충격에 빠졌다. 발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 서샨트 싱 라즈풋이 34세의 젊은 나이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후 인도에서는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각종 추측과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BBC는 '서샨트 싱 라즈풋': 발리우드 스타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와 관음증'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천하게 출발해 스타덤에 오른 그의 동화 같은 여정이 끝났다"라며 서샨트의 죽음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문제들을 짚었다.


서샨트, '흙수저'에서 '발리우드 대표 배우'까지

서샨트는 인도 젊은이들의 희망이자 우상이었다. 그는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주 가운데 하나인 비하르주에서 자라 명문공대인 델리 공과대학 기계공학과에 입학했다. 중산층으로 가는 밝은 미래를 보장받는 길이었다.

그러나 서샨트는 배우의 꿈을 품고 과감하게 대학을 중퇴한 후 뭄바이로 향했다. 그는 수년간 극단에서 단역을 맡아 허드렛일을 하다가 2008년 TV 드라마로 데뷔했다. 이후 서샨트는 출연작마다 큰 흥행을 이어갔고 어느새 인도의 할리우드인 발리우드 대표 배우로 꼽히게 됐다.

BBC에 따르면 서샨트의 '흙수저 성공신화'는 인도 젊은이들의 야망에 불을 지폈다. 이 때문에 팬들은 그의 죽음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며 죽음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각종 소문과 추측을 내놓고 있다.

뭄바이 경찰은 사건 발생 일주일 후 서샨트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공식 발표했으나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자 다시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


"발리우드는 연줄 없는 사람을 환영하지 않는다"…발리우드의 아웃사이더 의혹

서샨트의 죽음이 발표되자 온라인 상에서는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두 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첫 번째 의혹은 아무런 연줄 없이 자수성가한 그가 발리우드 주류 사회에서 소외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주장했다. 그가 죽은 뒤 일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들은 서샨트가 대부(代父)가 없는 아웃사이더였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힘 있는 '발리우드 왕조'는 서샨트가 톱스타가 된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 근거로 서샨트가 최근 거액을 투자받은 영화에 출연하기로 했으나 결국 출연진에서 제외됐다는 언론 보도를 제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평론가는 "서샨트의 죽음은 '발리우드는 연줄이 없는 사람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가혹한 현실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뭄바이 경찰은 이 의혹과 관련해 영화계 인사 등 50여명을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꽃뱀", "돈만 밝히는 여자"…서샨트 아버지의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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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샨트 싱 리즈풋과 그의 여자친구 레아 차크라보티. /사진=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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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의혹은 서샨트의 여자친구이자 배우인 레아 차크라보티가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주장이다. 이 의혹은 서샨트의 아버지가 레아가 아들의 돈을 빼돌리고 자살을 방조했다며 경찰에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서샨트의 아버지는 레아가 서샨트와 그의 가족들을 감금하고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이에 온라인 상에서는 레아가 서샨트의 돈을 모조리 빼앗았다며 그를 두고 '꽃뱀', '돈만 밝히는 여자' 등의 근거없는 비난이 이어졌다.

그러나 레아는 지난달 SNS에 글을 올려 자신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서샨트의 죽음에 대해 공정한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지난달 조사 이후 서샨트의 계좌에서 자금 유용은 없었으며 레아의 계좌로 돈이 이체된 적도 없었다고 발표했다.


언론과 정치권의 경쟁에 이용된 서샨트의 죽음

인도에서는 서샨트의 죽음으로 영화계의 배타적인 관행과 함께 경찰 관계자들의 무분별한 정보 유출, 언론들의 선정적인 보도 행태, 정치권의 과도한 정쟁 등이 사회 문제로 불거졌다.

서샨트의 죽음 이후 온라인 상에서는 그의 경력과 재정 상태, 인간 관계, 건강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확산됐다. 인도 언론은 그의 가족, 친구, 동료, 매니저, 전 요리사까지 취재하며 보도 경쟁을 벌였고 경찰은 그의 사망 전 인터넷 검색 기록까지 유출하며 이에 가세했다.

정치권에서도 그의 죽음을 민심 얻기에 이용하기 시작했다. BBC는 서샨트의 고향인 비하르주의 정치인들이 선거를 의식해 서샨트의 가족들에게 '정의를 구현해주겠다'며 그들을 선거 운동에 이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샨트의 한 가족은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섬세함이 필요하다. 언론의 보도 경쟁은 매우 좋지 않다"라며 "언론과 정치권의 서커스가 가족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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