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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盧 전 대통령때처럼 '사표 6장' 받아든 문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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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the300]15년전처럼 '선별 수리'로 가닥…노영민 거취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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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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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결정은 내가 했다. 그래서 참모들의 책임을 묻기가 참 난감하다. 그러나 정무직은 정무적 책임이라는 것이 있다. 해당 부서의 책임자인 민정수석과 인사수석에 대해서는 사표수리를 검토하고 나머지 사표제출자는 반려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1월10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하루 전날 이기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각종 논란으로 임명 사흘 만에 낙마함에 따라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 등 참모 6명이 ‘일괄사표’를 낸 것을 이같이 직접 정리했다.

15년이 지나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친구이자 정치적 동반자였던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리고 있을 게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2005년 당시 시민사회수석으로 ‘일괄사표’를 냈던 참모 6인 중 한 사람이다. 그리고 대통령이 된 지금, 노영민 비서실장 등 참모 6명의 ‘일괄사표’를 받은 상태다.

◆오늘 어떤 메시지라도 나온다 = 노 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 김조원 민정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은 지난 7일 일괄사표를 제출했다. 문 대통령은 주말 내내 관저에서 이 사표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월요일인 10일 오후 2시에 수석보좌관회의가 개최된다. 15년전 노 전 대통령이 일괄사표를 정리했던 것처럼, 문 대통령이 수보회의에서 사표 수리 여부를 밝힐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린다. 일괄사표를 받은 상태에서 참모들을 보는 것이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메시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언제 결단을 내릴지를 비서진들이 쉽게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결정이 내려지면 곧바로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괄사표를 받고 하루만에 수보회의에서 인사수석·민정수석의 사퇴를 공식화했던 노 전 대통령처럼 문 대통령도 시간을 끌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선별적 사표수리할 듯 =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의 솔루션은 15년전과 비슷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표 6장을 모두 한 번에 수리하지 않고, 선별적이고 순차적으로 수리할 것이란 의미다. 이번 사태에 실질적 책임이 있는 인원으로 사퇴폭을 한정하고, 이후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자연스럽게 인사를 낼 게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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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8월1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2019.08.19. photo100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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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실장과 관련해서는 청와대 참모진 부동산 문제의 실질적 책임자로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현실적 이유로 유임이 돼야 한다는 여론이 갈린다. 비서실장은 대체자를 구하기 어려운 직책이니, 우선 수석들의 정리를 마친다음 비서실장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강기정 수석은 부동산과 무관하게 교체대상으로 거론돼 왔지만, 이제 노 실장의 거취와 연계됐다. 비서실장의 사표를 문 대통령이 수리한다면, 정무수석까지 함께 바꾸긴 어렵다. 반면 노 실장을 당장 안 바꾼다면 강 수석이 청와대를 나갈 가능성이 높다. 윤도한 수석은 다주택자가 아니지만 부동산 관련 여론대응 실패의 책임을 질 수 있다.

김조원 수석의 교체는 확실시된다. ‘강남 집 두 채(잠실·도곡)’를 유지하며 정권의 ‘부동산 심벌(symbol)’이 된 김 수석이다. 집을 처분한다면서 잠실 아파트를 시세보다 2억원 비싸게 내놔 여론의 질타도 받기도 했다.

김외숙·김거성 수석은 교체대상에서 빠질 수 있는 인사로 분류된다. 2주택자이지만, 부동산 정책 책임자도 아니고, 보유한 집이 민감한 투기지역에 위치한 것도 아니기 때문. 다만 김거성 수석은 일괄사표 전부터 꾸준히 교체 대상자로 지목돼 온 측면이 있다.

◆노영민 거취 중요한 이유 = 상황을 종합하면, 일부 수석들의 사표를 수리한 이후, 새로운 비서실장 인사검증을 마친 다음에야 노 실장에 대한 인사가 이뤄질 게 유력한 상황이다. 노 실장이 연말까지 사실상 유임되는 모양새인 것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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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종철 기자 =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불거진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등에 대해 답변을 하고 있다. 2019.11.29. jc43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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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괄사퇴는 속칭 ‘약발’이 안 먹히는 중이다. 민심은 냉소에 가깝다. 사표를 낸 6명 중 3명이 다주택자인 상황, 그리고 노 실장을 두고 ‘똘똘한 서초 아파트’가 논란이 돼 온 상황이 겹쳐지며 청와대가 “정권은 유한하고 부동산은 영원하다”는 비아냥을 받는 신세가 됐다.

상황을 조금이라도 반전시키려면 결국 15년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스토리를 진행시켜야 한다. 일부 수석에 대한 인사만 하고, 비서실장이 당분간 유임하는 모양새로는 국민의 냉소를 벗기 힘들 것이라는 의미다.

노 실장의 사표수리라는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여권에서도 흘러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국면에서 노 실장이 유임된다면 오히려 민심에 역풍이 불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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