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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무릎 위 3㎝ 금지” “치마 어울린다” …‘여성 옷차림 갑질’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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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치마를 입은 여성.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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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직장 상사로부터 옷차림을 지적당하는 ‘복장 갑질’ 사례를 모아 9일 공개했다.

제보에 따르면 직장인 A씨의 사장은 ‘무릎 위 3㎝ 이상 올라가는 치마 착용 금지’ 등 복장 기준을 임의로 정해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지적했다.

B씨의 팀장은 거의 매일 옷차림을 지적하고 “엉덩이가 토실토실해졌다” 등의 성적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했다. 또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면 청바지 입었다고 뭐라 하고 치마를 입으면 ‘네 몸매에 짧은 치마는 아니지 않으냐’며 간섭했다.

C씨의 부장은 업무시간에 젊은 여성 직원들에게 “치마가 잘 어울린다”, “오늘 예뻐 보인다”, “팔뚝에 살집이 있다” 등 복장과 외모에 대한 발언을 일삼았다. C씨는 회사 대표에게 이를 알렸지만 개선되지 않았고 정작 자신에게 해고 통보가 떨어졌다.

D씨의 상사는 D씨가 검은 계열의 옷을 입을 때마다 “밝은 옷을 입으라”고 지적했다. 상사는 수시로 D씨의 얼굴과 머리를 툭툭 치고 지나갔고 주변에서 이를 지적했는데도 “여동생 같아서 그랬다”며 똑같이 행동했다. 폭언과 회식 강요에도 노출됐던 D씨는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직장갑질119는 “‘옷차림 지적질’은 젊은 여직원에게 집중된다. 상사는 여직원의 옷차림을 ‘눈요기’하고 ‘지적질’한다”며 “이로 인해 여성 직장인들이 공황장애·수면장애 등을 호소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다양한 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원피스 복장에 대해서도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성폭력 발언들이 넘쳐났다”며 “국회의원조차 이렇게 공격당하는데 일반 직장의 이름 없는 여성 노동자들이 겪어야 할 갑질과 성희롱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은 업무의 적정범위를 넘어 직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며 “‘옷차림 지적질’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고 표현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 또는 성추행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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