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법복 벗는 문찬석 “이제 국민께서 바로잡아 주셔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윤 총장 혼자 두고 나가는 게 미안하지만”… 착잡한 심경 내비쳐

세계일보

문찬석 광주지검장.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8·7 검찰 인사에 반발해 사표를 낸 문찬석 광주지검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미안한 마음을 드러내며 “국민들께서 바로잡아 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검찰의 ‘실세’로 통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향해선 “검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독설을 날렸다.

문 지검장은 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8·7 인사’를 전후해 검찰 고위간부들이 잇따라 사의를 표하는 현실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윤 총장을 저렇게 혼자 두고 나가는 게 참 미안하지만 우리는 공직자 아닌가”라며 “공직자는 인사명령이 나면 자리를 옮기도록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게 임명직의 한계”라며 “국민들께서 바로잡아 주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사에서 ‘검사장의 꽃’ 중앙지검장 자리에 유임된 이 지검장에 관해선 “그분이 검사인가”라고 반문하며 “저는 검사라는 생각을 안 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 지검장은 사법연수원 기수로 따져 문 지검장보다 선배다. 하지만 자신은 선배로도, 아니 같은 검사로도 여기지 않는다며 단호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앞서 문 지검장은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의 변에서 “검사라는 호칭으로 불린다고 다 검사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 문장 자체도 이 지검장을 겨냥하고 썼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지검장은 올해 2월 검사장회의에 참석해 이 지검장 면전에서 “검찰총장 지시를 거부하다니,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따져물었다. 앞서 윤 총장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중앙지검에 최강욱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을 기소할 것을 3차례나 지시했다. 그런데 이 지검장이 이를 거부함에 따라 지검장 대신 차장검사 전결로 가까스로 공소장을 법원에 접수할 수 있었다.

당시 이 지검장 본인은 후배의 항의에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추미애 법무장관은 이같은 사실을 접한 뒤 문 지검장을 향해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그리고 이번 8·7 인사 때 문 지검장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했다.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은 초임 검사장이 보임되는 직위라 이미 일선 지검장을 거친 검사장을 그리로 보낸다는 건 ‘좌천’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