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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쏟아진 남부…제주 뺀 전국에 ‘산사태 심각’ 최고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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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까지 전방위 피해 속출…호남서 11명 사망·2명 실종

화개장터 32년 만에 침수…경북·충남 농경지 542㏊ 잠겨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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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섬진강 제방…농경지 ‘침수’에 마을은 ‘고립’ 집중호우로 인해 섬진강 제방이 유실된 전북 남원시 금지면 귀석리 금곡교 인근 마을과 농경지가 9일 오전 물에 잠겨 있다. 남원 |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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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빠지고 나니…아수라장 된 구례 오일장 9일 오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오일장 상인들이 섬진강 범람으로 인해 아수라장이 된 시장 거리를 정리하고 있다. 구례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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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부터 이틀째 호남 등 남부지방에 쏟아진 폭우는 예년 장마와는 피해 규모와 양상부터 달랐다. 과거 장마 피해는 주택과 농경지 침수에 집중됐지만 이번에는 산사태와 제방 붕괴, 급류 실종 등 전방위에서 발생했다. 도심까지 물이 역류해 물난리를 겪었고 홍수경보도 수시로 발효됐다. 산림청은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 산사태 위기경보 최고단계인 ‘심각’을 발령했다. 9일 이 지역은 장맛비가 소강 상태를 보였으나 제5호 태풍 ‘장미’가 북상 중이어서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 호남지역 강타 11명 사망

이번 집중호우로 호남지역은 큰 피해를 입었다. 산사태 등으로 11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되는 최악의 인명 피해를 냈다. 강과 하천이 범람하면서 농경지와 도심이 물바다가 됐고, 시민 4541명이 이재민 신세가 됐다. 지난 7일 오후 8시29분쯤 전남 곡성군 오산면 성덕마을 뒷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주택 5채가 매몰돼 5명이 숨졌다. 이틀째 폭우가 계속된 8일에도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 5시쯤에는 전남 담양군 금성면 한 주택을 뒷산에서 무너져내린 토사가 덮쳐 7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전북 장수군 번암면 교동리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해 50대 동갑내기 부부 시신이 발견됐다. 부부는 서울에서 살다가 퇴직하고 3년 전 장수에 터를 잡은 귀농 부부였다.

담양군 무정면에서는 8세 남자 어린이가 침수된 집에서 대피하던 도중 불어난 물에 휩쓸려 숨진 채 발견됐고, 전남 화순군과 곡성군에서도 남성 2명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거나 실종됐다. 담양군 금성면에서는 남성이 탄 승용차가 급류에 떠내려가 실종된 상태다. 광주에서도 이날 오후 한 오피스텔 지하에서 3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논 8㏊가 침수되는 피해를 본 김모씨(68·나주시 동강면)는 “한창 벼가 익어가는 시기인데 물이 영산강으로 빠지지 않아 피해를 입었다”면서 “큰비를 몰고올 태풍까지 들이닥치면 약해진 벼가 모두 쓰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방 붕괴 피해도 컸다. 8일 낮 12시50분쯤 전북 남원시 금지면 섬진강 제방이 무너져 4개 마을 70여가구와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주민 3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섬진강에서 쏟아진 물은 남원시내 요천까지 들이닥쳐 주민 25명이 구조되는 등 794명이 대피했다. 시내에 물이 갑자기 불어나자 주민들은 부랴부랴 건물 옥상과 마을회관 등으로 피신하는 소동을 빚었다. 섬진강 범람으로 구례군에서도 대피 행렬이 이어졌다. 구례여중 체육관에 몸을 피한 여모씨(84·구례읍 봉동리)는 “상류 섬진강 댐을 갑자기 열면서 물이 불어났고, 읍내 하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여지껏 해본 적이 없는 대피 생활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 32년 만에 잠긴 화개장터 처참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침수됐다가 9일 오전 물이 빠지면서 모습을 드러낸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는 폭격을 맞은 듯 처참했다. 물이 빠지자 곳곳이 진흙으로 질척거렸고 상가 앞에 널브러진 LP가스통을 비롯해 냉장고와 테이블, 진열상품 등이 나뒹굴어 폐허를 방불케 했다. 화개장터 상인들은 “상가 지붕만 남겨 놓고 침수돼 모든 물품을 버려야 한다”며 “다시 장사를 하려면 재난지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7~8일 누적 강수량 253.4㎜를 기록한 대구·경북도 무사하진 못했다. 농경지 199㏊가 침수됐고 도로가 유실돼 8곳에서 교통이 통제됐다. 충남지역에선 전북 진안의 용담댐이 방류되면서 충남 금산군 제원면과 부리면 일대가 물에 잠겨 농경지 343㏊와 주택 23채가 침수됐다. 이 일대 조정천과 천황천 제방이 유실되고 현내천도 범람해 주민 220여명이 마을회관과 인근 초등학교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산림청은 계속된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산사태가 잇따르자 8일 낮 12시를 기해 제주를 제외한 16개 시·도의 산사태 위기경보를 가장 높은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 발령했다. 산림청은 8일 하루에만 55건, 지난 1일 이후엔 모두 667건의 산사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박용근·배명재·박태우·김정훈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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