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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아프간, 탈레반 포로 400명 석방키로…평화협상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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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9일 수도 카불에서 열린 ‘로야 지르가’에서 합의안 초안을 보여주고 있다. 원로들과 정치 엘리트들의 모임인 로야 지르가는 사흘간의 회담 끝에 아프간 내 회담의 전제 조건인 수감자 교환 절차를 완료하기 위해 나머지 400명의 탈레반 수감자들을 석방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카불|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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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정부가 9일 무장반군조직인 탈레반의 마지막 남았던 포로 400명을 석방하기로 했다. 양측 간의 포로 교환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20년 가까이 이어져온 아프간 전쟁도 종식에 한 발 다가갔다. 하지만 아프간에 실제 평화가 오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간의 협상이 지난해질 수 있는데다,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아프간을 새 거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간의 원로 회의체인 로야 지르가는 이날 탈레반과의 즉각적인 평화협상 시작과 전쟁 종식을 위해 탈레반 강경 죄수 400명 석방을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지난 7일부터 사흘간 수도 카불에서 각 지역 지도자 3200명을 소집해 논의한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

앞서 미국과 탈레반은 지난 2월 29일 체결한 평화협정에서 아프간 정부가 수감한 탈레반 포로 5000명과 탈레반이 포로로 잡은 아프간 정부군 1000명을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이 협정 체결엔 아프간 정부가 빠져 반발했으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아프간 정부의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아프간 정부는 사형수 등 중범죄를 저지른 마지막 400명만을 남겨두고 나머지 탈레반 포로를 석방했다. 마지막 남은 이들 중 150명은 사형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 석방에 반대하는 정치인 등은 “탈레반 구제는 국가반역”이라고 적은 현수막을 펼치며 항의했다.

미국은 추가 철군을 시사했다. 마스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8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아프간 주둔 미군을 5000명 이하로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초부터 미군 철수를 시작했지만, 아프간에는 아직 약 8600명의 미군이 남아 있다.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의 평화 협상도 첫 발을 뗐다. 알자지라는 다음주부터 양측이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보이며, 협상 장소는 카타르가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대화 개시·포로 교환·미군 철군 등이 진행되면서 2001년 9.11 테러를 빌미로 미국이 시작한 아프간 전쟁도 종전 단계에 다다르고 있다.

다만, 지난 8일 동부 가즈니주에서 차량 폭탄 테러로 7명의 군인이 사망하고 16명이 다치는 등 아프간의 평화는 요원하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테러의 배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당 지역엔 IS와 탈레반이 모두 활동하고 있다. 지난 3일엔 동부의 난갈하르주 주도인 잘라라바드의 한 교도소에서 IS 소속 군인들이 총격전을 벌이면서 24명이 숨졌다. 미국이 2001년 아프간 전쟁을 일으킨 여파로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IS는 아프간을 새 거점으로 삼고 있다.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간 협상도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아프간의 합법 정부였던 탈레반은 2001년 미국에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침공을 받아 정권을 잃었지만, 이후 세력 회복에 나서 아프간 국토 절반 이상을 장악했다. 정부 구성 문제에서 양측 모두 쉽게 물러서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은 IS라는 공동의 적에 대응하기 위해 양측의 평화 협상을 조율할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의 미 국방부 관리는 미국은 IS를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큰 위협으로 간주하고 이에 맞서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가 공동 투쟁을 벌이는 협상을 원한다고 AP통신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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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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