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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부터 손 봐야하나" 전쟁터같은 화개장터 복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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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일 430mm 폭우, 32년만에 물에 잠겨

성수기 앞두고 들인 모두 버려야할 판

공무원, 경찰, 군인 등 1200명 복구 구슬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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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에서 도예상점을 하는 김유열 화개장터 상인회장이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서있다. /하동=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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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부터 손 봐야할지 막막합니다.”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최대 430㎜ 폭우를 기록한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 곳곳은 물이 빠진 뒤 전쟁 폐허 같은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다.

9일 오전 비가 그치며 화개장터 건물 1층 높이까지 찼던 물은 대부분 빠졌다. 그러나 상가 107곳 중 멀쩡한 가게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가게가 통째 물에 잠기면서 손님을 기다리던 갖가지 상품들은 그대로 쓰레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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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장터 입구에 위치한 하동군 우수농특산물 홍보전시관 유리가 산산조각 나 부서져 있다. /하동=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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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폭탄의 위력에 화개장터 입구 하동군 우수 농특산물 홍보 전시관 벽면 통유리는 산산조각이 나 부서졌다. 물이 빠진 장터는 황토색 흙탕물로 질척거렸다. 가게 안에 있던 냉장고와 테이블, 각종 집기, 진열 상품 등도 진흙이 잔뜩 묻은 채 널브러져 있었다. 성수기를 앞두고 있던 터라 피해가 더욱 컸다.

한 상인은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손님이 뚝 끊겼다가 여름 성수기가 다가오면서 대부분의 상인들이 물건을 한가득 준비했었다”며 “미처 물건을 옮길 겨를 없이 물이 들이닥쳐 다들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복구현장에서 상인들은 조금이라도 성한 물건이 있는지 이러 저리 쓰레기 더미를 뒤졌다. 하지만 이내 “아이고, 다 못 쓰겠다”며 물건을 내려놓았다.

못 쓰는 집기와 상품 등을 모아 놓자 거대한 쓰레기 산이 만들어졌다. 하동군에 따르면 화개장터와 일대 가게 등 화개면에서만 약 245곳이 침수됐다. 피해액만 잠정적으로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인들은 지난 1988년 홍수 이후 32년 만에 화개장터가 물에 잠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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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 화합의 상징인 화개장터 입구. 물이 찼던 장터는 흙탕물로 질척이고 있다. /하동=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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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장터에서 찻잔, 도자기 등 도예 가게를 하는 김유열(58) 화개장터상인회장은 “하동 화개에서 30년 넘게 살고 있지만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라며 “우리 가게 피해만 1억원가량 된다”고 했다.

김준석(50)씨는 여름 성수기 휴가철을 맞아 3일 전 700만원을 들여 최고급 아이스크림 기계와 각종 물품을 구입했다가 물폭탄에 큰 피해를 입었다. 그는 이날 복구현장을 둘러보는 윤상기 하동군수를 붙잡고 통곡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6년 전엔 불로 큰 피해를 보았던 상인들은 이번엔 물난리까지 겪어 망연자실했다. 화개장터는 2014년 11월 27일 새벽 화재로 점포 80곳 중 40곳이 불에 타는 바람에 자리를 옮겨 2015년 4월 1일 현재 자리에서 재개장했다.

상인 일부는 상류 댐 방류로 인해 하류 화개장터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개장터에서 약초와 벌꿀 등을 판매하는 이순련(67)씨는 “섬진강 상류 물을 방류하기 전 피해가 예상되는 하류지역에서 대비할 수 있도록 여유있게 예보를 해야했다”며 “삽시간에 물이 차올라 상인 대부분이 진열된 상품을 미처 챙기지도 못하고 당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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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기 경남 하동군수가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하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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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호 태풍 ‘장미’ 북상이 예고되면서 상인들의 마음은 더욱 급해졌다. 이날 화개장터 피해 현장엔 하동군청 소속 공무원과 경찰, 소방관, 군인, 자원봉사자 등 1243명이 찾아 총력전을 벌였다. 덤프·펌프·살수차 등 장비 수십 대를 동원해 피해지역 곳곳에서 상품·집기 등을 정리·세척했다. 또 수도·전기·가스 등 원상복구에 구슬땀을 흘렸다.

오전부터 복구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살펴본 윤상기 하동군수는 경남도와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했다. 윤 군수는 “인명피해가 없다는 게 다행일 정도로 화개장터 곳곳이 처참하게 물에 잠겼다”며 “경남도 20억원과 군 10억원가량으로 우선 복구를 해나가고, 특별재난지역 선포도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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