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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슈 대한민국에 떨어진 물폭탄

광주 추모관 1800여 기 유골함 침수…유가족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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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관 앞 수천 명 가슴 졸인 채 대기

유가족 “침수 대응 문제 있다” 항의도

아시아경제

지난 7일부터 이어진 비로 광주광역시 한 사설 추모관 지하 1층이 침수돼 가족의 유골함을 수습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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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윤자민 기자] “‘추모관이 침수됐다더라’라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광주로 올라와 추모관에 도착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줄을 서서 기다려라’ 뿐입니다.”


9일 오후 3시 30분께 광주광역시 북구 한 추모관 앞에서 오동규(35·전남 순천시)씨는 망연자실했다.


인근 도로가 통제돼 1㎞ 떨어진 곳에 주차하고 뛰어온 탓에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지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상황 파악하느라 땀 닦을 새도 없었다. 오씨는 2년 전 이맘때 아버지를 이곳 추모관에 모셨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아버지 제삿날에 온 가족이 다녀갔다고 한다.


오씨는 “추모관이 침수됐는데 관계자 측은 연락 한 통도 없더라”면서 “아버지 유골함이 온전히 잘 있는지, 물이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전혀 알 수도 없는데 무작정 줄 서 기다리라고만 하는 관계자들은 대체 침수 당시 뭘 하고 있었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정문갑(61)씨도 추모관 앞에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전전긍긍했다.


10여 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이곳에 모시고, 6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도 아버지 옆에 모셨다고 한다.


정씨는 이날 새벽 3시께 추모관 지하 1층에 물이 찼다는 연락을 받고 곧바로 이곳으로 향했다. 일찍 온 터라 얼마 기다리지 않고 유골함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어머니 유골함은 괜찮았지만 아버지 유골함에는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정씨는 “관리비를 꼬박꼬박 내면서까지 추모관에 모신 이유는 이곳에서 관리를 잘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다”며 “임시방편으로 5층으로 유골함을 옮겨뒀지만 추모관 측은 추후 계획을 전혀 말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내일부터 또 비가 내린다고 하는데 침수된 유골함을 그대로 두면 벌레가 끓는 등 문제가 생기지 않겠느냐”면서 “추후 계획을 빨리 유족들에게 설명해 달라”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지난 7일부터 이어진 비로 침수된 광주광역시 한 사설 추모관 앞에 유가족들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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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장인어른의 유골함을 수습해 나온 배명준(67)씨는 지하 1층의 처참함을 전했다. 뚜껑이 열려있는 유골함도 많았을 뿐만 아니라 깨져버린 듯한 것도 봤다는 것이다.


배씨는 “흙탕물이 유골함으로 들어간 것도 있을 것이고 유실돼 버린 것도 있을 건데 가족들의 이 한을 어떻게 풀 수 있겠느냐”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추모관 지하 1층에는 약 1800여 기의 유골함이 있다. 이날 오후 1시까지 약 100여 기 정도만 수습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광주시는 해당 추모관 측과 논의해 재화장 등을 진행키로 했다. 피해 복구와 관련된 비용 전액은 추모관 측에서 지불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 유가족은 “거짓말과 변명만을 늘어놓는 추모관 측의 설명은 필요 없다”며 “광주시나 북구 등 행정기관이 나서서 설명해 달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현재 광주시와 북구, 경찰, 소방 등 모두가 힘을 모아 응급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 “북구 소속 직원이 상주하고 있으며 물과 천막, 의자를 지원하고 안전하게 모든 유골함을 수습하는 데 필요한 지원은 모두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후 조치로 재화장해서 재안치까지 필요한 절차와 소요시간 등을 영락공원 측과 협의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전남 곡성 화장장 사용도 검토 중”이라면서 “자연재난 등 복구에 관한 지원 조례가 있지만 이 추모관이 사설 단체라서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가족들의 마음을 백번 이해한다”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유가족들의 의견을 백번 반영해 수습하고 이후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추모관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국민 청원도 등장해 이날 오후 5시 30분까지 1만3800여 명이 동의하기도 했다.



호남취재본부 윤자민 기자 yjm30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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