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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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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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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만든 해시태그와 함께 공유하는 이미지.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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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전라북도 전주에 비가 쏟아졌다.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은 전주시 완산구 중앙살림광장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격주마다 이어오던 ‘방방곡곡 기후위기 피켓팅’을 취소했다. 전주 곳곳이 침수돼 광장으로 이동조차 어려웠다. 연일 쏟아지는 집중호우로 전북은 지난 7일부터 호우경보가 내려졌다. 피켓팅이 예정됐던 8일 전주 완산에만 366㎜의 비가 내렸다.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의 김지은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은 온라인으로라도 피켓팅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례적으로 길어지는 장마와 기후위기의 연관성을 강조하기 위한 해시태그와 해당 문구를 담은 이미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 올렸다. ‘#이_비의_이름은_장마가_아니라_기후위기입니다’.

김 사무국장은 9일 통화에서 “전주는 이렇게 폭우가 길게 온 적이 없는 도시다. (반대로) 지난 겨울엔 눈은 거의 안 오면서 습하고 따뜻했다. 이상 기온현상이 계속되는 것”이라며 “예년과 달리 시베리아의 이상고온으로 장마 전선이 소멸하지 못하고 있는데, 한국사회가 분명히 인식하고 대응해야 할 기후위기의 뚜렷한 징후”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을) 단순히 ‘장마가 길어진다’고 여길 게 아니라 이를 계기로 기후위기를 고민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며 해시태그 운동의 취지를 설명했다.

해당 해시태그와 이미지는 9일 오후 3시 기준 SNS에서 3만9000회 이상 공유됐다. SNS에서 누리꾼들은 “더 이상 기후위기는 미래가 아닌 현실” “강들이 동시에 범람 위기에 놓이고, 산사태 경보가 전국적으로 발령된 건 처음이다. 기후위기가 생활 속에서 점차 가시화되는 중” “눈 앞에 기후위기가 정말 닥쳐오는 게 아닌가 고민할 때” “이상기후란 말로 일상화된 기후위기를 외면하려 하지 말자” 등 글을 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8일 ‘기후변화를 방치하는 것은 국민과 국가를 안전으로부터 방치하는 것입니다’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기온 상승으로 인한 해충 증가(매미나방 등)’, ‘기록적인 강수(2020년 여름)’ ‘폭염’ 등을 기후변화 문제의 대표적 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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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이 지난 7월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진정한 그린뉴딜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손팻말을 들고 있다. /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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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은 현재 한국에 유입된 찬 공기가 북태평양고기압(온난 습윤)의 북상을 막으면서 장마전선이 정체돼 장마가 길어진다고 분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동시베리아 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져 대기 흐름을 막는 ‘블로킹’(온난고기압) 현상이 발생했다. 북극의 기온이 높아져 극지방 주위를 도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극지방의 찬 공기가 한국이 위치한 중위도까지 내려왔다. 예년이면 장마전선을 밀고 올라갈 북태평양고기압이 찬 공기에 막혀 북상하지 못하고 한반도에 정체돼 있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 5월에 3개월 뒤 기상 전망을 할 때 7월 하순부터 본격 무더위가 시작된다고 했지만, 북극과 동시베리아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져 큰 흐름 자체가 바뀌었다”며 장마가 길어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 요인은 북태평양고기압이 찬공기와 부딪히는 상황에서 비가 계속되는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왜 둘이 부딪히나’란 질문을 따라가보면 기후위기라는 요인에 무게추가 실린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 계속해서 (이상기후 현상에) 기후위기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교 기후변화 특임교수(전 국립기상과학원장)는 “하나의 현상을 두고 바로 ‘기후위기’라고 정의하긴 어렵다. 전체적인 흐름을 분석해야 기후변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서도 “호우·폭염 등 똑같은 날씨가 며칠동안 지속되는 이런 현상은 기후위기의 전조라고 볼 순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이어지는 장마는) 극지방과 적도의 온도차가 줄고, 제트기류가 약화되고, 고·저기압의 흐름 자체에 ‘블로킹’이 생기는 기후변화의 흐름에서 발생하는 일이란 점에서 기후위기의 전조”라며 “식량 부족처럼 통제 불가능한 위험이 눈 앞에 닥쳐 오기 전에 대응이 필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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