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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청주시 1차원적 코로나19 대처…분노한 시민 국민청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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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확진자, 45분 만에 '도보'로 구 경계 이동

시민 항의에 '구급차' 이동 수정…상호는 삭제

확진자 참석한 이슬람 종교행사 사전 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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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 임선우 기자 = 충북 청주시의 허술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처에 대한 시민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인 확진자 6명이 참석한 이슬람 종교행사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해 지역 내 N차 감염 위험성을 키운 데다 또 다른 확진자의 동선을 상식 밖의 경로로 공개하는 등 수준 이하의 행정력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청주시의 방역 행정을 꼬집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9일 한 청원인은 '청주시의 코로나19 관련 안일한 행정을 규탄합니다'란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려 "코로나19에 대해 지방정부를 신뢰해도 모자를 판국에 계속되는 안일한 행정으로 청주시에 대한 불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힐난했다.

청원인은 "시에서 보내는 긴급재난문자보다 언론보도가 몇 시간씩 빠르고, 늦게라도 보내는 긴급재난문자에는 'n번 확진자 발생-블로그 및 청주시청 홈페이지 참고'와 같은 간단한 내용이 전부"라며 "기껏 재난문자에서 안내한 확진자의 이동 경로 내역도 타 시·도 안내에 비해 부실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80대)확진자 1명이 몇십분 만에 구(區) 경계를 넘어 도보로 이동했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며 "공개된 상호가 익명이어서 제가 그 시간대에 해당 식당과 병원 등에 있었는지를 도저히 알 수 없다"고 분개했다.

그는 "확진자 1명이 다른 지자체로 이동하는 시외버스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 해당 동승자를 급하게 찾는다는 재난문자를 확진 판정 3일 뒤에야 보내는가 하면, 타 지자체의 이동경로 공개와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며 "청주시의 코로나19 관련 행정이 타 시도와 같은 수준으로만 개선돼 청주시민이 더 이상 불필요한 공포에 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글을 마쳤다.

이 청원에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1936명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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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청주 33번째 코로나19 확진자 이동 동선. (사진 = 청주시 블로그) 2020.08.08.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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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청주시는 지난 8일 지역 내 33번째(충북 82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그의 이동 경로를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80대 확진자가 7일 오후 흥덕구 복대동 모 병원에서 상당구 금천동 모 병원으로 45분만에 '도보'로 이동했다고 공지했다.

블로그에서만 수백건의 항의 댓글을 받은 청주시는 몇 시간 뒤 확진자의 이동 방법을 '도보'에서 '구급차'로 수정했다. 한 시민은 댓글에서 "20대인 내가 뛰어가도 그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없다"며 "도대체 청주시는 무슨 생각으로 일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수정된 동선에서는 확진자의 방문장소 중 일부 상호가 삭제됐다. 접촉자가 모두 확인된 곳의 상호는 공개하지 말라는 중앙방역대책본부 지침에 따른 조치라고 한다.

시는 지난 3~4일간 발생한 우즈베키스탄인 6명 집단감염 사태 때도 총체적인 행정 난맥상을 드러내며 시민 원성을 샀다.

경찰이 지난달 31일 확진자 6명이 참석한 이슬람 야외 행사를 보건소 측에 통지해줬음에도 사전 방역만 했을 뿐 행사의 유형과 참석 규모조차 파악하지 않았다. 이슬람 문화센터에서 행사를 연다는 것은 알았으나 380여명 규모의 종교행사인지는 몰랐다는 게 시의 1차원적인 해명이다.

이 종교행사는 지난 5월 말부터 열렸음에도 청주시는 코로나19 확진 전까지 전혀 이 사실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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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 임선우 기자 = 지난 달 31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신율봉공원에서 열린 이슬람 종교행사. 지난 3~4일 청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우즈베키스탄인 5명이 이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SNS 캡처) 2020.08.05.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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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에도 부실 대처는 여전했다. 우즈베키스탄인 확진자 6명이 모두 이 행사에 다녀왔지만, 초기 역학조사에서 확진자 5명만 참석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튿날 추가 조사에서야 나머지 1명도 행사에 참석한 사실을 알아챘다.

모든 확진자가 초기 역학조사에서 종교행사에 참석했다고 진술했음에도 확진자와 접촉자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해 생긴 오류였다. 시는 당초 확진자 1명이 진술을 번복했다고 둘러댔으나 최종적으로 진술 번복은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상급기관인 충북도 관계자는 "확진자 1명이 처음 조사와 추가 조사에서 다른 진술을 했다고 청주시 역학조사 담당자에게 보고받았다"며 "어떤 과정에서 오류가 생겼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청주시보건소 측은 "행사 당일 확진자 5명과 1명이 따로 앉아 있었는데, 5명 무리에 대한 역학조사에 집중하다가 실수가 생긴 것 같다"며 "확진자의 진술 번복은 없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청주시 직원 누군가 상급기관인 충북도에 거짓 보고를 한 셈이 된다.

시는 또 지난 4일 확진된 우즈베키스탄인 1명과 전날 오전 경기도 수원까지 시외버스를 함께 탄 시민을 찾는다는 재난문자를 사흘이 지난 7일에서야 발송했다.

반면, 우즈베키스탄인 확진자 6명의 이슬람 종교행사를 비롯한 동선 조사와 참석자 전원에 대한 진단검사를 마친 뒤 이 정보에 대한 재난 문자는 보내지 않았다. 재난 문자 발송과 동선 공개 모두 청주시 담당 직원들의 마음 내키는대로다.

◎공감언론 뉴시스 imgiz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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