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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1000억원 비자금 혐의 스페인 前 국왕, 아부다비 초호화 호텔서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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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후안 카를로스 전 국왕이 전용기에서 내리는 모습./NIUS


1000억원대의 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자국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전 국왕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에미리트 팔래스텔 호에 머물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스페인 현지 언론이 지난 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스페인 일간지 NIUS는 지난 3일 스페인 북서부에 있는 도시 비고에 카를로스 전 국왕의 개인 비행기가 출발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다르면 해당 항공기는 카를로스 전 국왕과 경비원 4명 등을 태우고 아부다비로 알 바틴 공항에 착륙했다. 공항에 내린 이들은 곧장 준비된 헬기를 타고 UAE 왕족 소유의 호텔 에미리트 팔래스로 날아갔다. 에미리트 팔래스는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호화 호텔로 알려져있다.

앞서 일부 언론은 카를로스 전 국왕이 도미니카 공화국의 고급 리조트에 머물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다른 언론은 그가 청소년기를 보낸 포르투갈로 갔을 것이라고 추측한 바 있다. UAE 측과 스페인 왕실 대변인은 모두 이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카를로스 전 국왕은 1975년부터 39년간 국왕으로 재임하며 국부(國父)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남몰래 호화 생활을 했던 행적이 드러나며 물의를 빚었다. 이후 2014년 아들 펠리페에게 왕위를 넘겨주고 물러났다.

그는 사우디 왕실로부터 8800만유로(약 1238억원)의 비자금을 받아 돈세탁을 거쳐 스위스의 비밀 계좌에 예치해놨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스페인·스위스 언론이 사우디 왕실이 2008년 메카와 메디나를 연결하는 67억유로(약 9조4200억원) 규모의 고속철도 사업과 관련해 카를로스 전 국왕에게 뒷돈을 줬다고 보도한 것이다.

이에 스페인 대법원이 카를로스 전 국왕의 수뢰 혐의에 대해 검찰에 수사 개시를 명령했다. 궁지에 몰린 카를로스 전 국왕은 결국 해외 도피를 선택했다.

스페인 국왕은 재임 중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면책특권이 있다. 검찰이 전모를 밝히더라도 카를로스 전 국왕을 기소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출국한 것은 형사처벌을 피하려기보다는 국민의 시야에서 사라져 왕실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한 측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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