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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워런 버핏 “나 아직 안 죽었어”…2분기 86%↑ '땡큐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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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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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이 ‘투자의 귀재’ 타이틀을 다시 손에 쥘 수 있을까.

그가 운영하는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가 8일(현지시간) 올해 2분기(4~6월) 순이익을 발표했다. 지난해 동기보다 86% 급증한 263억달러(약 31조원)이다. 그러나 이는 2분기에 버핏이 했던 투자가 낸 수익이 아니다. 버핏이 드물게 보유하고 있는 정보기술(IT)주인 애플 덕분에 거둔 반사이익이다. 버핏의 투자 감이 되살아났다고 보긴 아직 어려운 이유다.

애플 주가는 지난 2분기에 51.4% 상승을 기록했다. 지난 1일엔 시가총액(시총)이 1조8800억 달러에 육박하는 기염을 토했다. 꿈의 시총이라 불리는 2조 달러 고지가 눈앞이다. 마이크로소프트(1조6100억 달러)ㆍ아마존(1조6000억달러) 시총보다 높은 수치였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등극한 것이다.

버핏도 덩달아 수혜를 봤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한 애플은 2분기 말 기준으로 920억 달러 규모다. 전체 포트폴리오 2070억 달러 중 약 44%가 애플인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버핏이 투자한) 항공부품 제조사인 프리시전 캐스트파츠 등 버크셔 해서웨이의 사업 자회사 상당수가 부진했지만 이를 애플이 상쇄시켰다”고 전했다. 버핏은 2016년 프리시전 캐스트파츠를 약 370억 달러에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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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덕에 버핏도 반사이익을 누렸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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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버핏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우량주가 모여있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지수는 지난해 29%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 상승률은 11%에 그쳤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엔 델타항공 등 미국 항공사 주식을 전량 손절매한 뒤 해당 주식이 급등하는 일까지 있었다. 그의 투자 방식을 두고 “낡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일부에선 “바보”라는 야유까지 쏟아졌다.

버핏이 올 2분기에 집중한 투자는 자사주 매입이다. 블룸버그 통신과 WSJ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2분기 자사주 매입에 51억 달러를 썼다. 이 회사의 분기별 자사주 매입 금액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버핏은 저서 『워런 버핏 바이블』에서 자사주 매입 조건으로 “회사에 운영 자본이 충분하고 사업에 쓸 유동성이 풍부할 것”을 꼽았다. 이 기준으로 볼 때 지금은 버핏에게 최상의 자사주 매입 타이밍일 수 있다. 그가 지금 믿을 곳은 유동성, 즉 현금뿐이라서다. 버핏의 2분기 현금 보유량은 1분기보다 더 늘어났다. 1분기엔 1373억 달러였던 버크셔 해서웨이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2분기엔 1466억 달러로, 90억 달러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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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주가와 버핏 지분의 가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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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의 3분기는 그러나 다를 수 있다. 그는 최근 천연가스 운송 및 저장 사업 기업인 도미니언 에너지를 약 40억 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 부채 57억 달러까지 합치면 총 100억 달러에 달하는 인수 비용이다. 버핏이 투자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중인 셈이다. 버핏이 프리시전 캐스츠파트를 2016년 인수한 뒤 가장 큰 규모의 투자액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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