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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폐기 대상이었던 F-15가 부활한 이유는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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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에 배치된 지 30년이 넘은, 전성기가 지난 ‘퇴물’로 인식됐던 F-15 전투기가 2020년대 이후에도 일선에서 활동하게 됐다.

보잉은 지난달 14일 미 공군과 228억 달러(27조5060억원) 규모의 F-15EX 전투기 조달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침공과 걸프전 등에서 뛰어난 성능을 과시했지만, 노후화로 인해 퇴역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F-15가 르네상스를 맞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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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잉이 제작하는 F-15EX는 F-15 전투기의 최종 개량형이다. 보잉 제공


카타르와 사우디가 신형 F-15를 주문하면서 성능개량이 이뤄진 것도 미 공군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특히 카타르가 도입할 F-15QA와 미 공군의 F-15EX는 90% 이상의 공통점을 갖게 될 예정이어서 미 공군은 개발비 부담을 줄이면서 최신 기종을 도입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영국 등이 스텔스 전투기 개발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상황을 감안하면, F-15 추가 도입은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 러시아 위협에 ‘미사일 플랫폼’ 투입

보잉은 미 공군과 계약을 맺으면서 F-15EX 1차 주문 8대와 선결제 기술 비용 등으로 12억 달러(1조4468억원)를 받았다. 1차 주문량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공장에서 제작되며 2대는 2021 회계연도, 6대는 2023 회계연도에 인도된다.

미 공군은 2021회계연도 몫으로 12대를 요청했으며 5년간에 걸친 방위 프로그램에 근거해 76대를 추가로 구매할 계획이다. 도입되는 F-15EX는 미 주방위공군이 주로 운용하는 F-15C/D를 일부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F-15는 한때 퇴역 가능성이 제기됐다. 2017년 미 공군은 F-15C/D 230여대를 퇴역시키고 F-16 성능개량에 집중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기존 F-15보다 성능이 크게 향상된 F-15EX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돌아선 것은 스텔스를 둘러싼 전장환경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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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22와 F-35A는 레이더 탐지확률을 미미한 수준까지 낮추는 5세대 스텔스 기술의 결정체로 평가받았다. 다른 나라들이 도달하기 어려울 만큼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중국 J-20, 러시아 SU-57 스텔스 전투기가 등장하고 스텔스기를 탐지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미국의 5세대 스텔스 우위가 흔들리게 됐다.

러시아의 SU-57과 4세대 SU-35S 전투기, 중국의 J-20과 4세대 J-11 전투기가 동아시아와 남중국해에 투입되면 미국이 쉽게 우위를 차지하기는 어렵다. F-22는 200대가 채 되지 않고 F-15C/D는 성능이 뒤떨어진다. F-35A는 무장탑재량이 적다. 유럽과 중동에도 공군력을 배치해야 하는 만큼 수적으로도 우위를 차지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무장을 탑재하는 ‘첨단 미사일 플랫폼’이 필요한 대목이다. F-22, F-35A와 함께 투입되면 중국, 러시아 공군에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최대 16발 이상의 공대공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F-15EX는 이러한 요구에 부합한다. 록히드마틴이 중국 PL-15(사거리 200㎞)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에 대항해 개발중인 AIM-260(사거리 200㎞)을 탑재하면, 위력은 더욱 강해진다. 다기능위상배열(AESA)레이더와 초음속 무기도 운용이 가능하다. F-15EX에 공대지 무장을 대거 탑재해 지상공격에 투입할 수도 있다.

미 본토 방공작전에서는 F-15EX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러시아 폭격기의 근접비행을 저지하기 위해 F-22가 투입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F-16은 항속거리가 짧고 F-22는 스텔스기라 운영유지비가 많이 든다. F-35A는 스텔스 성능을 위해 내부무장창을 설치하면서 비행성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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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군 F-15K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F-15EX는 강력한 쌍발 엔진을 탑재, 장거리 비행과 신속한 출동도 가능하다. F-15C/D를 대체하게 되면 F-15EX는 미 본토 방어에서 상당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지상공격용인 F-15E까지 대체할 경우 전체 생산규모는 400여대에 이를 전망이다. F-35를 생산하는 록히드마틴 정도는 아니지만, 보잉은 T-7A 훈련기와 더불어 군수 분야 생산물량을 상당수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게 되는 셈이다.

미국 외에도 F-15처럼 쌍발 엔진을 갖춘 대형 전투기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들이 있다. 오스트리아 언론 디 프레세는 지난달 “인도네시아가 오스트리아 공군이 운용중인 유로파이터 15대를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오스트리아 공군 유로파이터는 초기형은 트렌치 1으로 제한적인 공대공 능력을 갖고 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과도한 운영유지비 등을 이유로 소형 전투기로 대체하려는 계획을 추진중인데, 인도네시아가 이 틈을 파고들었다는 평가다. 유로파이터 제작사인 에어버스도 몇 년 전까지 인도네시아에서 활발한 판촉활동을 펼친 바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유로파이터 트렌치 1은 구형이지만, AESA 레이더를 비롯한 첨단 장비를 추가해 트렌치 3로 개량하는 것이 유로파이터 트렌치 3를 신규 구매하는 방법보다 저렴하고 관련 프로그램도 가시화되고 있어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트렌치 1의 가치가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F-15K는 어찌되나

한국도 F-15K의 성능개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0년대 도입 당시에는 첨단 수준이었지만, 현재 시점에서 중국 J-11이나 러시아 SU-35와 맞서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F-15를 늦게 도입한 싱가포르보다 뒤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현재 한국 공군 F-15K는 항재밍 위성항법체계(GPS)를 강화하는 작업이 추진중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5월 제127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항공기 항재밍 GPS체계사업 구매계획 수정안을 의결했다. F-15K에 항재밍 안테나와 피아식별장비, 연합전술데이터링크(Link-16)를 장착하는 것으로 2025년까지 3000억원이 투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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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군 F-15K가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탑재한 채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이 정도 성능개량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도 공중전 위주였던 F-15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있다. AESA 레이더와 디지털 전자전 시스템(DEWS), 신형 임무컴퓨터 등을 장착하면서 공대지 능력을 높여 미 공군의 F-15E와 유사한 형태로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유사시 독도 인근에서 일본과 대치할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F-15K가 쉽게 우위를 차지하기는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군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2020~2024 국방중기계획에는 F-15K 성능개량이 포함되어 있다. F-15K 레이더를 AESA 레이더로 교체하고 전자장비와 무장 등을 개량할 방침이다. 제작사인 보잉이 F-15EX를 생산하고 있어서 전체적인 개량은 F-15EX와 유사한 형태를 띨 가능성이 있다. 보잉과 BAE시스템스를 비롯한 해외 방산업체들은 공군을 상대로 F-15 성능개량과 관련된 제안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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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업 시기와 예산이다. 군은 이르면 2022년부터 F-15K 성능개량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대로라면 2020년대 말부터는 성능개량을 마친 KF-16, F-15K전투기와 한국형전투기(KF-X)가 영공방어의 주축을 맡게 된다. 하지만 공군이 F-35 도입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고, 코로나19 사태로 경기부양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1조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F-15K 성능개량이 정상 추진될 수 있을지를 두고 우려가 나오고 있어 군 당국의 향후 정책 결정에 관심이 집중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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