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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고3 딸 둔 '워킹맘' 유명희 본부장 "딸, 못 챙겨줘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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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사무총장 출마…"선거 유세 바빠 딸 전화도 못 받아"

25년간 '통상' 한길만…"가족 내팽개치고 젊음 바쳤다"

뉴스1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뉴스1 DB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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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권혁준 기자 = "딸이 고3인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로 출마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53)은 '워킹맘'이다. 대구시 행정부시장과 20대 국회의원 등을 거친 정태옥 전 의원과의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올해는 좀 더 중요한 한해가 아닐 수 없다. 막내딸이 고등학교 3학년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가정이라면 고3 자녀의 대입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기 마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뒤숭숭한 올해라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을 터다.

하지만 유 본부장에게는 그보다 더욱 중요한 일이 있다. 지난 6월 차기 WTO 사무총장 선거전에 뛰어들면서 선거운동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개인적인 아쉬움은 있지만, 전 세계 통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딸도 이해해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6일 WTO 사무총장 선거 유세 활동 진행상황 등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취재진과 만난 유 본부장은 목이 쉬어있었다.

그는 지난달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특별 일반 이사회에서 정견발표를 진행하고 120여개국의 대사들을 만나 지지교섭 활동을 벌였다. 귀국 이후 '자체 자가 격리'를 하는 동안에도 화상 또는 유선 통화를 통해 각 국의 장관들을 상대로 유세활동을 진행하다보니 목이 버텨주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고3 딸의 수험 뒷바라지까지 신경 쓸 여력은 없는 상황이다. 딸과 전화통화를 할 시간도 내기 어려울 정도다. 유 본부장은 "그 동안은 잘 챙겨왔는데, 이번만큼은 쉽지 않다"면서 "하루에도 몇 개씩 면담이 있다. 그것도 각각 다른 나라와 대화를 하다보니 철저하게 파악하고 고민한 뒤에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유 본부장이 가족에 '소홀'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족도 내팽개치고 젊음을 다 바쳤던"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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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뉴스1 DB © News1 장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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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행정고시 35회에 합격해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유 본부장은 1995년 통상산업부(현재 산업통상자원부)로 옮긴 후 여성 통상전문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외교통상부로 자리를 옮긴 그는 여러 협상에서 실무자로 참여했다. 2006년에는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교섭과장으로 한미 FTA 협상을 이끌었고, 2015년에는 동아시아FTA 추진 기획단장으로 한중 FTA를 마무리했다.

가족보다도 일에만 매진하며 쌓은 업적은 화려했다. 그는 지난 2018년 산업부 설립 이래 여성 공무원으로는 처음으로 '1급'에 해당하는 통상교섭실장에 올라 '유리천장'을 깼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아가 지난해 2월에는 차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까지 맡았다.

이번에 도전장을 내민 WTO 사무총장 직은 25년간 '통상 한 길'만을 걸은 유 본부장에게 있어선 최고이자 최후의 목표다. 이번에도 가족과 자녀를 한 발 뒤로 미뤄둘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유 본부장은 "큰 애 때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고3 딸을 저렇게 방기하고 있어서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전 세계 통상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장 필요한 역할로 기여할 수 있다면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딸도 이런 부분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응원해주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WTO 사무총장 선거 유세 기간은 다음달 6일까지다. 이후 9월7일부터는 각 회원국들의 의견을 취합해 8명의 후보를 5명의 후보로 추린다. 이어 3명을 더 탈락시켜 2명으로 좁힌 뒤, 최종 한 명을 사무총장으로 선출한다.

유 본부장은 이달 말~9월초 쯤 다시 한 번 출국해 선거 유세 막바지 주요국과 직접 '대면'하고 지지를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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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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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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