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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대한민국에 떨어진 물폭탄

‘마른장마’는 왜 올여름 무서운 ‘집중호우’로 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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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기획

올해 장마는 왜?

‘마른장마’에서 갑자기 바뀐 이유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지 못해

그 가장자리 한반도 부근에 정체

중국·일본도 지속적인 강수 발생

저기압 많이 지나갈 길도 열려

온난화로 해수면 온도 상승 관련

장마를 포함한 동아시아 몬순의

강수량 증가 전망 연구도 나와


한겨레

기록적인 장맛비로 한강에 9년 만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8월6일 낮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올림픽대로의 한강철교 아랫부분이 물에 잠겨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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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남부와 중부를 오가며 장마가 길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몇해 ‘마른 장마’가 계속된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일상 생활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인명 피해까지 내고 있는 올해 집중호우가 언제 끝날지, 도대체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장마특이기상연구센터 센터장이기도 한 장은철 공주대학교 대기과학과 교수가 ‘역대 최장기’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올해 장마를 분석했다.

2020년 장마는 최근 수년과 비교해 볼 때 지속 기간이 길고,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강수가 집중되는 형태로 자주 나타나 인명과 경제적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번 장마의 특성과 원인을 과학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여름철이 지난 이후에 확보 가능한 모든 관측 자료와 가공된 3차원 대기 자료들을 수집하고 깊이 있는 분석을 수행하여야만 한다. 이 글에서는 현재 시점에서 파악 가능한 이번 장마의 특징과, 최근 연구를 통해 파악된 한반도 장마의 특성에 대하여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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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장마의 특징


올해 장마의 가장 큰 특징은 장마 기간이 최근에 비해 길다는 점이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6월 이후 두달여간 지속적인 폭우가 발생하여 동아시아 장마 시스템 전체가 오랫동안 유지되는 특징을 보였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4년 이후 장마 기간에도 비가 지속적으로 오는 경우가 많지 않았고, 총강수량도 평년에 비해 많지 않아 소위 “마른장마”라는 다소 반어적인 용어가 등장하였기에 올해의 장마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대기 상태의 특징은 장마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예년에 비해 빠르게 확장하지 못하여 그 가장자리가 한반도 부근에 정체하며 유지되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는 한반도에 수증기를 공급하는 통로와 같은 역할을 하며, 장마 기간 강수를 형성하는 경계면 역할을 한다. 이러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정체는 우리나라 북쪽 상공에 차가운 공기가 정체된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도 이 영향으로 지속적인 강수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거의 7월 내내 한반도는 강수의 영향을 받았는데, 7월 강수량을 평년과 비교해 보면 서울·경기는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남부지역과 제주도는 평년보다 많은 강수량을 보여 지역적인 차이가 큰 특징이 나타났다. 충청지역을 포함한 중부지방은 지역별로 강수량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지역 평균적으로 평년보다 약 1.5배 많은 수준의 강수량을 보였다. 장마철 한반도 강수량의 평년값을 분석하면 강수가 집중되는 지역이 크게 두 지역으로 나타나는데, 하나는 남해안을 중심으로 한 남부지역이며 다른 하나는 서울·경기를 포함한 중부지역이다. 남해안 지역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경계면과 정체전선이 북상할 때 육지를 만나 발생하는 수렴효과의 영향을 받는다. 서울·경기 지역은 서해상에서 유입되는 흐름이 경기만 지역에서 급격히 발달하여 강한 강수의 형태로 내리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남해안과 서울·경기 지역은 평균적으로 강수량이 많은 동시에 강수가 짧은 시간 동안 나타나는 집중호우의 빈도가 높은 특징을 나타낸다.

장마철 동안 발생하는 강수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한랭한 북쪽의 기단이 만나 형성되는 정체전선에서 비구름이 발달하면서 발생한다. 하지만 올해는 정체전선이 남쪽에 치우쳐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를 지나는 저기압에 동반된 온난전선과 한랭전선이 남쪽의 정체전선을 북쪽으로 끌어올리거나, 저기압 자체에 의해 발생하는 강수가 집중호우 사례들을 발생시켰다. 물론 저기압 사례들도 정체전선에 해당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장마 구조와 무관한 특이한 경우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연구팀에서 수행한 과거 수년간의 장마철 강수 구조 연구에 따르면, 저기압의 영향으로 강수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 60년 자료 분석을 수행한 결과, 이러한 저기압이 장마철 강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비단 최근만의 현상은 아니며, 일반적인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올해 저기압이 많이 지나면서 한반도에 많은 강수를 발생시키고 있는데, 현상 자체는 특이하다고 볼 수 없다. 다만,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하게 확장하면 저기압의 진행을 막거나 우회시키는데, 올해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지 못하면서 이런 저기압들이 한반도로 지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어 저기압으로 인한 강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장마는 여름철, 특히 6월 중순이나 하순에서 7월 중하순까지 여러 날 동안 비가 내리는 현상으로, 학계에서는 여름철 장마전선에 의해 내리는 비를 장마로 정의하여 사용해오고 있었다. 전통적인 장마 연구는 기후의 측면에서 주로 이루어져왔다. 즉, 장마철 전체의 대기 상태를 평균하여 그 특징을 파악하고 주변 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연구되어왔다. 이러한 연구들은 장마의 이해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였으며, 이러한 연구에서 도출된 중요한 결론 중 하나가 장마철 정체전선이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상대적으로 한랭 다습한 오호츠크해 기단 사이에서 형성되고 강수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을 통해 배워온 내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수시간에서 수일의 규모에 해당하는 날씨의 관점에서 장마를 바라보면 다소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지난 수년간 장마철에 발생한 개별 사례를 살펴보며 연구를 진행해 본 결과, 장마철 초기에 제주도에서 장마가 시작되어 강수대가 남해안 지역까지 북상하는 상황에서는 전통적인 기상학적 장마 구조로 설명이 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후 한반도 내륙 지역에 강수가 발생한 상황들은 저기압의 영향을 받아 강수대가 발달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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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와 장마의 변동


저기압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는 경우도 다양한 형태를 가지는 것으로 파악되었는데 ①저기압 중심에서 발달한 비구름이 저기압과 같이 한반도를 관통하는 경우 ②저기압이 지나가며 남동쪽 또는 남쪽 경계의 반시계 방향 바람 흐름이 한반도상의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에서 형성된 시계 방향의 바람 흐름과 부딪혀 그 사이에서 서풍 또는 남서풍 형태의 합류가 발생하고, 이 합류 구역에서 길게 늘어진 형태의 구름과 강수가 발생하는 경우 ③중국 남부 지역에서 발생한 저기압이 제주도 남쪽으로 진행하며 북태평양 고기압의 서쪽 경계와 만나 그 경계에서 남풍의 합류 흐름이 발생하고, 이 흐름이 한반도상에 위치한 상대적으로 차고 건조한 공기와 만나 강수대를 만드는 경우 ④지면 부근의 열적 불안정으로 발생한 작은 규모의 저기압이 동진하며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만나면서 이 경계면을 따라 이동하는 경우 등으로 분석되었다. 물론 여기에서 언급된 분류 외의 강수 형태도 다수 존재하지만 위에서 언급된 강수 구조의 발생 빈도가 높았고, 이 경우라 하더라도 세부적으로 더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였다.

한겨레

장맛비로 대전시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아파트 주차 장과 건물 일부가 물에 잠긴 지난 7월30일 오전 주민 들이 소방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아파트에서 빠져나오 고 있다. 대전/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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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는 해마다 변동성이 큰 현상이다. 강수량의 변동 연구에서는 남한 지역에서 다소 증가하였다는 분석이 있었으며,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뚜렷한 증가 추세는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있었다. 하지만 강수 강도의 변화는 좀 더 명확하게 분석되었는데, 1961~2018년까지의 기상청 유인관측소 강수를 분석한 결과 시간당 30㎜ 이상의 집중호우 발생 빈도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80~2010년 사이의 동아시아 몬순 변화를 다룬 연구에서도 한반도 주변에서 강수량보다 강수 강도의 증가가 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결과를 얻었다. 여러 원인의 복합적인 결과로 판단되지만, 온난화로 인해 대기 중 수증기량이 증가하는 점과, 서해와 동해의 해수면 온도 증가가 강수 강도의 증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였다. 해수면 온도가 증가하면 해면 부근의 기온을 가열시키는 효과가 증가한다.

대기의 하층이 가열되면 밀도가 낮아져 가벼워지고 상승하려는 성질인 불안정도가 강해진다. 열적인 불안정도로 인해 발생하는 강한 상승은 뭉게구름을 형성하는데, 이것이 적운이다. 적운은 내부 상승기류가 강하고 높이 자랄 수 있는데, 잘 발달한 적운은 대류권 꼭대기인 대류권계면까지 성장할 수 있으며, 이는 수직으로 10㎞ 이상 높이에 해당한다. 구름이 높이 성장한다는 것은 내부의 물방울 또는 얼음 알갱이들을 올려보낼 수 있는 길이와 시간이 충분히 확보된다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구름 알갱이들은 수증기를 흡수하거나 주변 알갱이들과 끊임없이 부딪히며 크게 성장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열적 불안정으로 발생하는 적운에서는 소나기성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는 강한 강도의 강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해수면 온도의 상승에 따라 집중호우의 형태가 더 빈번해지며 강수 강도가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되었다.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동아시아의 상세 기후변화 자료를 생산하는 연구에서는 지구 온난화가 지속되는 경우 21세기 후반에는 장마를 포함한 동아시아 몬순 시스템의 강수량과 강수 강도 모두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을 생산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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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공조 필요


앞에서 장마 형태를 다소 장황하게 설명하였지만,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장마라고 인지하는 강수라 하더라도 상당히 다양한 형태의 메커니즘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량의 수증기가 공급되는 영역은 상당히 넓다. 이 영역 내에서 구름이 형성되는 지역이 있고, 구름 영역 내에서도 실제 비가 내리는 영역은 더 국한되어 있다. 장마는 다양한 크기를 가지는 여러 현상들이 중첩되어 나타난 결과로 판단된다. 강수 메커니즘을 유도하는 현상은 저기압이나 북태평양 고기압처럼 큰 규모(수천㎞에 해당)이지만, 그 안에서 강수를 발생시키는 구조는 수㎞에서 수십㎞ 수준으로 작을 수 있다. 우리는 아직 이러한 현상들 간의 상호작용이나 형성 과정에 대하여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장마철 강수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파악된다. 대기과학 전체의 고민이며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장마는 계절풍의 의미를 가지는 동아시아 몬순 시스템의 한 부분이다. 동아시아 몬순은 전세계에서도 활동성과 변동성이 큰 기후 시스템이다. 여기에는 중국과 일본에서 발생하는 장마 현상이 포함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메이위(梅雨·Meiyu), 일본에서는 바이우(梅雨·Baiu)라고 부른다. 장마철에 중국 남부에서 한반도를 거쳐 일본까지 확장된 구름 밴드가 나타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남과 북의 습도 차이가 경계면을 형성하며 남부 대륙에서 열적으로 발생하는 대류 형태의 구름이 주로 강수를 발생시키는 특징을 보이며, 일본에서는 남과 북의 해양성 기단의 온도 차이가 경계면을 형성하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한반도의 장마는 중국과 일본의 장마 형성 구조의 영향을 모두 받으며, 해양의 영향과 시베리아 대륙을 통해 전파되는 파동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받는다. 같은 동아시아의 장마 구조라 하더라도 한반도의 장마가 복잡한 시스템임을 알 수 있다. 기후 연구와 날씨 연구를 꾸준히 병행하며 각 분야의 연구 결과가 활발히 교류될 때 장마에 대한 근본적인 과학적 이해가 이루어질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장마철 강수 예측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한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의 상세한 현재기후와 미래기후를 연구하는 팀들은 지속적인 연구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만나 연구 성과를 나누고 있다. 유사하지만 서로 다른 장마에 대한 각 지역의 이해를 공유함으로써 국제적인 협력을 강화하고 과학적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장은철 공주대학교 대기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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