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61980027 0562020080861980027 03 0301001 6.1.17-RELEASE 56 세계일보 0 false true false false 1596873600000 1597032937000

‘욜로’ 즐기다가는 ‘홀로’ 가난한 노후… ‘절로’ 재테크 의지 ‘날로’ 쌓이는 목돈 [S 스토리]

글자크기

‘밀레니얼 세대욜로족’ 생각하지만

젊은층 63% “노후 준비가 더 중요”

주택구매 자금 마련이 최우선 목표

“월급만으론 부족” 알바하며 돈 모아

핀테크 적극 활용·주식공부도 나서

세계일보

“욜로요? 욜로족이 될 시간적 여유도, 돈도 없습니다.” “저는 안정적인 삶이 좋아요. 안정적인 삶을 위해서는 돈을 모아야 하고요. 욜로보단 저축이 더 행복해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는 ‘인생은 한 번뿐’이란 의미의 영어 문장 첫 글자를 딴 용어로 2011년 서구권 유명 래퍼 드레이크가 발표한 노래 ‘더 모토(The motto)’에 등장하면서 사회적 반향을 얻기 시작했다. 현재의 행복을 가장 중요시하고 이를 소비에 반영하는 삶의 방식을 뜻하는데 욜로족은 현재 즐기고 싶은, 즐길 수 있는 일에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흔히 밀레니얼 세대가 욜로족의 선봉에 서있다고 알려져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대다수는 정말 ‘욜로족’일까. 최근 만난 2030세대들은 ‘욜로’는 자신과 거리가 멀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결혼, 내 집 마련 등 눈앞에 닥친 현실적인 문제들의 크기가 자신들에겐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는 이유에서다. 후일을 생각하지 않고 놀고 싶어도 돈과 시간이 없다는 푸념도 나왔다. 이들은 사회 통념과 다르게 외려 적금과 주식투자 등 재테크에 열을 올린다. 유튜브를 보며 주식을 공부하고, 책으로 금융지식을 습득한다. 저금리 시대 사뭇 진지해진 밀레니얼 세대의 삶의 방식을 알아본다.

세계일보

◆“월급 190만원인데 적금이 200만원… 악착같이 살아야죠”

“매달 200만원씩 적금을 넣으려면 주말에도 알바를 해야 해요. 아파트 분양 박람회 같은 데서 홍보를 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시급 9000원짜리 전단지 알바도 했어요.”

광주광역시에 사는 김모(30·여)씨는 지난해 9월 입사해 10월부터 매달 200만원가량 적금을 붓고 있다. 매달 200만원씩 통장에 넣다 보니 입사 1년도 되지 않아 어느새 통장엔 2000만원이 넘는 숫자가 찍혔다. 월 실수령액이 190만원 정도라 주말에도 일을 해야 200만원을 저축할 수 있다. 김씨는 “남들보다 취업도 늦은 데다 나중에 집 살 때를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파트를 사려고 해도 돈이 조금이라도 있는 것과 아예 없는 것은 다르지 않냐”고 반문했다.

사실상 쉬는 날 없이 매일 몸을 움직이지만, 김씨는 미래를 위해 돈을 모으는 게 행복하다. 조만간 개인간(P2P) 투자, 공모전에도 발을 들여 재테크의 폭을 넓힐 심산이다. 그는 “대학생에게 돈을 빌려주고, 연 10% 정도의 수익률을 얻는 P2P 플랫폼을 찾았다”며 “연체가 안 되길 바라며 투자해보려 한다”고 했다. 이어 김씨는 “상금이 50만원, 10만원인 조그마한 공모전들에도 눈길이 간다”며 “동영상을 만들 줄 아는 능력을 활용해 공모전에도 한번 나가볼까 싶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

대기업에 종사하는 진모(27)씨는 지난 3월부터 주식, 금 등에 500만원 정도를 투자하고 있다. 욜로족처럼 젊을 때 자유롭게 놀고 싶은데, 돈이 없다 보니 하루라도 빨리 돈을 모을 수 있는 길을 고민하다 내린 선택이다. 그는 “욜로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지 않나”라며 “돈을 빨리 모아 퇴사 후 세계여행도 하고 싶고, 차도 비교적 빨리 뽑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진씨는 재테크 최종 목표로 ‘40살이 되었을 때 서울에 아파트를 사는 것’을 꼽았다.

2년차 직장인 윤모(25·여)씨는 회사에 들어간 뒤에도 대학교 때 살던 고시원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돈을 조금이라도 더 모으려면 주거비용을 줄여야겠다는 판단에서다. 윤씨는 “매달 120만원씩 적금을 넣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28살이 됐을 때 7000만원이 모인다”며 “그 돈을 결혼자금에 보태 결혼식을 올리고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게 목표”라고 했다.

◆밀레니얼 세대 10명 중 6명 “노후 위한 준비가 욜로보다 중요”

밀레니얼 세대가 욜로 대신 계획적인 삶을 추구한다는 건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7일 조수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이 20~30대 1000명을 설문조사한 뒤 발표한 ‘밀레니얼 세대의 재무 습관 이해’ 보고서에 따르면 ‘평소 전체 예산에서 저축을 우선적으로 한 후, 남은 예산 내에서 구매 및 소비 활동을 한다’고 답한 비중이 63.2%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갖고 싶거나 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바로 소비한다’고 대답한 비중은 14.0%에 불과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현재의 행복을 위한 무계획적인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노후를 위해 미리 재정적인 준비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응답도 63.6%로 ‘노후준비보다는 현재를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11.3%)’는 응답보다 월등히 많았다. 조 연구위원은 “밀레니얼 세대는 소비 시 목표와 계획에 기반을 둔 합리적 소비 성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세계일보

이들이 투자에 우선순위를 두는 가장 큰 이유는 추후 주택 구입에 보탤 돈을 모으기 위함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밀레니얼 세대, 신 투자인류의 출현’ 보고서에 따르면 25~39세 700명 중 31%가 최우선 재무적 목표로 ‘주택구입 재원 마련’을 꼽았다. 은퇴자산 축적(23%), 결혼자금 마련(15%)이 뒤를 이었다.

연구소는 “최근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주거안정 니즈가 더욱 절실해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고령화 저성장 기조에 대응해 노후준비도 시니어 세대뿐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에게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핀테크 적극 활용하고 유튜브, 책으로 주식공부

밀레니얼 세대는 디지털 친화적인 강점을 앞세워 핀테크 업체가 선보이는 금융상품에 가입하고, 유튜브 등을 통해 금융지식을 이해한다.

핀테크 업체 핀크는 DGB대구은행·KDB산업은행과 협업해 고객에게 최대 5%의 혜택을 제공하는 고금리 적금 ‘T 하이파이브(high5) 적금’을 출시했는데, 가입자 3명 중 2명이 2030세대였다. 2030세대가 핀테크 업체 적금에 몰린 건 이들이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에 익숙하고, 5% 금리를 받기 위한 조건을 상대적으로 빨리 이행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계일보

가장 많이 가입한 연령은 30대(38%)였고, 20대(25.3%)가 뒤를 이었다. 20대와 30대를 합치면 63.3%나 된다. 40대 50대, 60대 이상은 각각 25%, 9.4%, 2.1%에 그쳤다.

밀레니얼 세대는 주식투자 등을 하면서 드는 궁금증을 주로 유튜브 등 뉴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해소한다. 진씨는 “주식을 하다 보면 우선주는 뭔지, 그래프는 어떻게 보는 건지 등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며 “이런 궁금증이 생길 땐 유튜브에서 ‘주식투자’를 검색해 알아보는 편”이라고 했다.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주로 투자하는 류모(28)씨도 “모르는 게 있으면 유튜브를 보고, 뉴스도 주로 챙겨본다”고 했다.

책으로 재테크를 공부하는 밀레니얼 세대도 적지 않다. 교보문고가 올해 주식, 부동산투자 등 재테크 서적을 구매한 이들의 연령을 분석해본 결과 30대(38%)와 20대(15%)가 5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