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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리하오퉁, 트럼프가 미국서 퇴출한 위챗 모자 쓰고 '굿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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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문 '트럼프 대통령, 풋볼 이어 골프도 안 볼 판'

연합뉴스

리하오퉁. 모자에는 '위챗' 로고가 새겨져있다.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리하오퉁(25·중국)이 중국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 골프 대회 2라운드를 단독 1위로 마친 가운데 그의 '깜짝 선두' 경기력만큼이나 그가 쓰고 나온 모자도 화제가 됐다.

리하오퉁은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버디만 5개를 기록해 5언더파 65타의 성적을 냈다.

이틀간 8언더파 132타를 친 리하오퉁은 공동 2위 선수들을 2타 차로 제치고 단독 1위에 올랐다.

중국 선수가 메이저 대회 라운드 종료 시점에 단독 또는 공동 선두에 오른 것은 이날 리하오퉁이 처음이다.

미국프로골프(PGA) 일반 투어 대회에서도 중국 선수가 우승한 적은 없으며 중국 선수의 PGA 투어 최고 성적은 역시 리하오퉁이 2017년 브리티시오픈에서 기록한 3위다.

이날 리하오퉁의 모자가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모자에 새겨진 그의 후원사 로고 때문이다.

리하오퉁은 2018년 상반기부터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중국 인기 애플리케이션 위챗(微信)의 후원을 받고 있다. 위챗은 중국인 대부분이 쓰는 채팅 애플리케이션이다.

따라서 이날도 '위챗' 로고가 박힌 모자를 쓰고 경기에 출전했고, 메이저 대회 단독 선두로 2라운드를 마치면서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렸다.

연합뉴스

위챗 아이콘
[촬영 차대운]



그런데 공교롭게도 바로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위챗의 모회사 텐센트, 또 다른 중국 인기 애플리케이션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와 모든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앞으로 45일 이내에 미국 관할권 내 개인 또는 기업에 모두 적용되는 이 행정 명령에 따라 위챗은 미국에서 사실상 퇴출을 앞두게 됐다.

AP통신은 "애플이나 구글 앱스토어에서 위챗과 틱톡이 제외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행정 명령문에서 "우리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한 조치"라며 위챗에 대해 "미국인 개인 정보가 중국 공산당에 유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골프광'으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바로 전날 자신이 행정 명령에 서명해 미국에서 쫓아내기로 한 기업의 후원을 받는 중국 선수가 해당 업체의 로고가 박힌 모자를 쓰고 메이저 대회 선두를 달리는 모습이 탐탁지 않았을 법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지역 신문 샌디에이고 유니온 트리뷴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가가 연주될 때 무릎을 꿇는 선수들이 나오는 풋볼을 보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어쩌면 골프도 리하오퉁 때문에 그 목록에 들어가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2라운드를 마친 리하오퉁에게 당연히 위챗의 미국 내 퇴출 관련 질문이 나왔고 리하오퉁은 "후원을 받은 지 3년 정도 됐다"며 "잘 모르겠다"고 답변을 살짝 피했다.

그는 "사실 최근 몇 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집에만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는 정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왔다"며 "아직 3, 4라운드가 남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중국 여자 선수로는 2012년 펑산산이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사례가 있고, 아시아 국적 남자 선수의 메이저 대회 우승은 2009년 PGA 챔피언십 양용은(48)이 유일한 사례다.

리하오퉁은 PGA 투어 우승 경력은 없지만 2016년과 2018년에 유러피언투어에서 각각 1승씩 따냈고, 2017년 메이저 대회인 디오픈에선 3위에 올랐다.

email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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