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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광이 같은 트럼프, 알고 보면 일석삼조 달성하는 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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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지자'로 말 바꾸고 '복비' 다그치며

'틱톡' 처리놓고 '미치광이'짓 트럼프

실상은 中 상승세 꺾고 美 IT기업들에

선물주고, 再選 유리한 국면 조성 챙겨

자기 '패' 숨기고 상대 뒤흔드는 전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혀 거짓말을 일삼는 희대의 저급(低級) 정치인인가. 아니면 자신이 세운 목표 달성을 위해 허풍과 연막을 반복하는 전략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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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장에서 말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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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가벼운 입’…실수인가, 의도인가?

최근 일주일 동안에도 중국 바이트댄스(ByteDance)사의 모바일 동영상 앱 ‘틱톡’ 처리를 놓고, 트럼프의 ‘가벼운 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 IT 사업가 장이밍(張一鳴·37)이 2016년 9월 시장에 내놓은 ‘틱톡(Tik Tok)’은 15초짜리 짧은 동영상에 음악을 입혀 지인과 공유하는 앱이다. 특히 10~20대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모으며 가입자를 급속도로 늘려 소셜미디어(SNS) 세계 최강자인 페이스북을 위협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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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을 소유하고 있는 중국 바이트댄스의 장이밍 최고경영자(CEO)/웨이보 캡처


지난달 6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인 이용자 정보가 틱톡을 통해 중국 공산당에 흘러간다. 틱톡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에 틱톡은 같은 달 21일, “현재 1500명인 미국내 고용 인력을 앞으로 3년 안에 1만명까지 늘리겠다”며 물러섰다.

소강 상태를 보이던 7월 31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의 개인 정보를 중국 공산당에 넘기는 틱톡의 미국내 사용을 금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금새 말을 뒤집으며 이번에도 ‘갈지(之)자’ 행보를 보였다.

“틱톡 사용 금지”에서 3일 만에 말 바꿔

이달 3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는 전날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와의 통화 사실을 확인하면서 “MS의 틱톡 인수는 45일 후인 9월15일까지 완료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 시점에 미국에서 사업이 중단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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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의 로고/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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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MS의 CEO에게 ‘대가(代價) 지불’을 요구했다는 대목도 공개했다.
“나는 (나델라 MS CEO에게) 만약 당신이 틱톡을 산다면 가격(거래액)의 상당부분이 미국 재무부로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거래를 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미 재무부와 MS는) 집 주인과 세입자 관계와 비슷하다. 임대계약 없이 세입자는 아무 것도 갖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이 ‘키 머니(key money)’라든가 무엇을 지불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50년 넘게 부동산 업자였던 트럼프가 일종의 ‘복비’를 받으려 한다는 조롱 섞인 분석이 쏟아졌다. 그렇다면 그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공익(公益)에 충실했는가? 아니면 잘못된 습성으로 사익(私益)을 따랐는가?

“MS, 틱톡 인수하면 ‘복비’ 내라”

트럼프의 발언이 몰고온 확실한 후폭풍은 ‘틱톡’의 기세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위축됐다는 점이다. 틱톡은 2018년과 지난해 2년 연속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제치고 세계 최다(最多) 다운로드를 기록한 신흥 강자(强者)이다.
1억명의 미국 이용자를 포함해 출시 4여년만에 세계 150여개국에 8억명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를 확보했고, 접속자 수 기준으로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에 이은 세계 4위에 올랐다. 틱톡은 그래서 화웨이(華爲)와 더불어 중국 IT 굴기(崛起·우뚝 섬)의 상징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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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시내에 있는 바이트댄스 본사 모습/조선일보 DB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틱톡은 언제든 미국 비즈니스가 중단될 수 있는 ‘바람 앞의 촛불’ 신세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홍대순 글로벌전략정책연구원장은 “이로 인해 MS 또는 어느 미국 기업이라도 틱톡을 시장 가치 보다 훨씬 싸게 유리한 조건에서 인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몇마디 압박 발언으로 중국산(Made by Chinese) 소셜미디어 앱 가운데 사상 처음 세계적 인기를 얻은 ‘틱톡’이 무력화되고, 그 예봉(銳鋒)이 꺾인 것이다. 동시에 그의 ‘틱톡’ 때리기는 화웨이·ZTE 같은 하드웨어 기업을 넘어 웨이보·메이투·QQ뮤직 같은 중국 소프트웨어들의 미국 및 세계 시장 퇴출을 앞당기는 방아쇠 역할도 했다. 중국과의 ‘디지털 냉전’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의 국가이익 증대에 확실하게 기여한 셈이다.

세계적 인기 중국 소셜미디어 앱을 단번에 無力化

미국 IT업계가 활황세를 타며 반사 이익을 누리는 부분도 주목된다. MS는 틱톡 인수에 성공할 경우 엄청난 수의 10~20대를 직접 소비자로 확보해 B2C 사업 활성화와 온라인 광고수입 급증으로 수십년 숙원을 풀고 사세를 더 확장하게 된다.
이런 호재(好材)로 MS의 주가(株價)는 8월 3일 하루만에 5.6% 급등했고, 거래일 하루 만에(7월31일은 금요일, 주말 휴장 후 월요일인 8월3일 개장) 시가총액이 900억달러(약108조원) 불어 세계 2위 기업(시가총액 기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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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증권 시장 거래 모습/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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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을 닮은 짧은 동영상 공유앱 ‘릴스(Reeels)’를 이달 5일 미국·일본 등 50여개국에 출시한 페이스북도 6일 하루 주가가 6.5% 치솟았다. 틱톡과 비슷한 모바일 동영상 앱인 미국 ‘트릴러(Triller)’는 지난 주말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수가 1년 전 보다 20배 급증했다. 틱톡이 주춤하는 사이에, 미국 경쟁사들이 반사 이익을 톡톡히 챙기고 있는 것이다.
IT기업들의 실적 호조 및 기대감 상승으로 미국 나스닥 시장은 이달 6일(현지시간) 1971년 출범 이후 종가(終價) 기준으로 사상 처음 1만1000선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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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이달 5일(현지 시각) 공식 블로그를 통해 출시한 '릴스(Reels)' /페이스북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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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더’,‘포브스’ 등 미국 매체들은 “유명 크리에이터(콘텐츠 생산자)들이 9월15일 이후 존속 여부가 불확실한 ‘틱톡’에서 빠져나와 ‘릴스’나 ‘트릴러’ 등으로 옮기고 있다”며 “트럼프의 발언으로 MS와 페이스북이 큰 혜택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스닥은 최고…MS 시가총액 하루새 108조원 늘어

설사 미국 기업들의 틱톡 인수가 결렬되더라도, 미국 IT 업계로서는 확실히 ‘남는 장사’를 하게 된 셈이다. 한 IT 전문가는 “미국 IT 기업들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틱톡 때리기’에 고마워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수많은 미국 기업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에게 틱톡 인수 우선권을 트럼프가 사실상 허용한 부분이다. 물론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의 경우 자금 여력은 충분하지만 미국 정부의 반(反)독점법 조사에 응하고 있어 인수전에 뛰어들기 어렵다.

하지만 MS의 창업자로서 지금도 MS 지분의 1.36%를 소유해 MS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빌 게이츠는 미국 민주당 지지자로 대표적인 친중(親中) 기업인이다. 1990년대 이후 역대 중국 공산당 총서기들을 모두 직접 만났고, 올 7월 영상으로 진행된 시진핑 총서기와의 기업가 정상회의에 미국인 중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MS는 중국 공산당의 인터넷 방화벽 구축 작업을 적극 도와주었고, 중국 인민해방군과 공산당은 MS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이달 3일 MS의 틱톡 인수 움직임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면서, “틱톡을 인수할 경우, MS는 중국내 자산을 처분(divest)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MS 총매출에서 중국 사업 비중은 2% 미만이다. 따라서 중국 사업과 미국 사업 가운데 어느 쪽을 택할 지는 MS 경영진의 판단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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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하이난성 보아오포럼 행사장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사진 왼쪽)가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악수하고 있다./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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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도움 줬으니 MS 제대로 행동하라’는 메시지”

어쨌든 트럼프의 ‘배려’ 덕분에 MS는 틱톡을 괜찮은 가격에 인수해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MS의 틱톡 인수 관련) 거래액의 상당부분이 미국 재무부로 와야 한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은 “민간 기업간 거래대금의 일부를 미국 정부가 받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트럼프가 MS에 대해 ‘내가 상황을 주도하고 있다. 너희에게 큰 도움을 주었으니 그걸 잊지 말고 제대로 행동해라’라는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트럼프는 빌 게이츠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거나, 최소한 친(親)바이든 진영으로 완전히 기우는 것을 막는 효과도 거두었다. 중국은 14억 자국 시장에서 구글·페이스북·유튜브·트위터 등의 접속과 영업을 원천차단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은 이런 마당에 중국 IT기업들에 대한 트럼프의 압박과 때리기 공세를 두손 들어 반기고 있다.

再選 우군 확보 및 ‘親바이든’ 단속 효과도

최근 1주일 동안 트럼프의 ‘틱톡’ 관련 발언은 언뜻 보면 뜬금없고 황당하다. 거래가 성사되면 돈을 내라는 부분에선 경박(輕薄)함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속사정을 뜯어보면, 그의 발언은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라는 국정목표에 충실하다. 또 미국 경제(특히 IT업계)에 확실한 도움이 된다. 나아가 올 11월 대통령 재선(再選) 가도에서 민주당의 아성(牙城)인 캘리포니아주와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을 뒤흔드는 부수적인 파장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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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30일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유세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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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트럼프의 이번 ‘틱톡’ 발언은 ‘1석3조’를 거둔 묘수(妙手)라고 평가할 수 있다.

예측 못하는 사람 되라. 드러내는 건 멍청해

트럼프는 대통령 출마 1년 전인 2015년 출간한 저서 <불구가 된 미국(Crippled America : How to Make America Great Again)>에서 이렇게 밝혔다.

“나는 무엇을 할지 말하지 않고, 경고를 보내지 않으며, 예측 가능한 패턴을 드러내지 않는다. 나는 무슨 행동을 할지, 혹은 생각을 하는지 드러내고 싶지 않다. 나는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이 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상대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불구가 된 미국’ 한국어 번역판, 79쪽)

그러면서 트럼프는 “나에 대한 많은 비판자들은 모두 기존의 규칙을 따르고, 예측할 수 있는 단계를 밟으며, 통념에 맞추려고 노력하면서 온순(溫順)하게 경기를 하느라 바쁘다. 나는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나를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알 수 없다. 패를 드러내는 것은 저지르지 말아야 하는 아주 멍청한 실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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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출마 1년 전 쓴 '불구가 된 미국(원제 : Crippled America)'/아마존닷컴 캡처

그가 모순돼 보이는 막말을 쏟아내는 것은 자신의 패(속셈)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계산한 행위’라는 얘기이다.
트럼프는 1987년 출간해 400만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저서인 <거래의 기술(The Art of Deal)>에서 성공적인 협상 방법을 소개하면서 “먼저 상대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동요(動搖)를 일으키게 해야 한다”고 했다. 상대의 평정심을 깨트린 뒤, 허(虛)를 찔러 의도하는 목표를 관철한다는 것이다.
종합해 보면 트럼프 대통령을 ‘미치광이 전략(madman’s strategy)’의 대가(大家)라고 불러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와 어떻게 협상할 것인가>라는 책의 저자인 안세영 전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그에 앞선 40여명의 전임 미국 대통령들과 DNA 자체가 다른 트럼프는 ‘또라이’가 아니라 관성(慣性·매너리즘)에 젖어있는 워싱턴 기득권자들의 한계를 깨는 전략적, 창의적 사고의 소유자”라고 말했다.

[송의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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