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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빅4' 두번 연속 호남 독식… "이런 인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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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위직 인사] 검찰인사, 지역안배 무시 논란

청와대·법무부의 7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두고 검찰 안팎에선 "이런 지역 편중 인사를 본 적이 없다" "호남 검찰이냐"는 말이 나왔다. 이날 인사에선 검찰 핵심 요직인 이른바 '빅4'가 모두 호남 출신 검사들로 채워졌다. 지난 1월 인사에 이어 두 번째 '호남 독식' 인사다. 전례 없는 일이다. 법무부는 이날 인사 설명 자료를 통해 "공정하고 균형 있는 인사를 통해 조직 쇄신을 도모했다"고 발표했지만, 법조계에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지역주의 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례 없는 2연속 '빅 4' 호남 독식

검찰의 '빅 4'는 전국 최대 검찰청 수장인 서울중앙지검장, 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 과거 대검 중수부장에 해당하는 반부패·강력부장과 공안부장에 해당하는 공공수사부장 네 자리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지난 1월에 이어 이번 인사에서도 이 자리를 모두 호남 출신으로 채웠다. 이번 인사에서 유임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전북 고창, 심재철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은 전북 완주 출신이다. 신성식 신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전남 순천, 이정현 신임 대검 공공수사부장도 전남 나주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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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요직이 노골적인 친정권·호남 편중 인사로 채워지며 윤석열(왼쪽)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대결 구도가 심화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참석한 윤석열 검찰총장과 지난 1월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 입장하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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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이후 검찰 '빅 4'를 특정 지역 검사들이 독점한 적은 김영삼, 노무현 정부 정권 교체기 때 한시적으로 두 번 있었다. 김영삼 정부는 1997년 1월 안강민(부산) 서울지검장, 박순용(경북 구미) 검찰국장, 최병국(울산) 중수부장, 주선회(경남 함안) 공안부장 등 영남 출신을 '빅 4'에 앉혔다. 그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김현철씨가 연루된 한보 사건에서 PK 출신 검찰 수뇌부가 사건을 축소한다는 의혹이 일자 임명 두 달 뒤 최병국 부장을 경질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2월 안영욱(경남 밀양) 서울중앙지검장, 이귀남(전남 장흥) 중수부장, 이준보(전남 강진) 공안부장을 임명하고 문성우(광주) 검찰국장을 유임했다. 대통령 임기가 3개월 남은 그해 11월 서울중앙지검장이 전남 강진 출신의 명동성 지검장으로 바뀌면서 잠시 '호남 독식' 현상이 벌어졌으나 정권이 교체되며 곧 해소됐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는 '빅 4 독점'은 한 번도 없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지금처럼 연속으로, 장기간에 걸쳐 특정 지역이 '빅4'를 독식한 적은 없었다"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인사"라고 했다.

◇27기 검사장 7명 중 5명 호남

특히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에 심재철 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임명되면서 이성윤·조남관에 이어 3연속 호남 출신 검찰국장이 탄생했다. 초유의 일이다. 특히 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 7명 중 5명이 호남 출신이다. 5명은 신성식·이정현·심재철 검사장과 이원석·배용원 검사장이다. 비(非)호남 인사는 한동훈(서울)·이철희(울산) 2명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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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윤석열 총장이 친정권 성향의 호남 출신 검사들에게 포위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번에 고검장(2명)과 검사장(6명)으로 승진한 인사 8명 중 호남 출신은 조남관·신성식·이정현 3명이다. 이들은 모두 대검 핵심 간부 자리를 꿰찼다. 대검의 '2인자' 역할을 하는 차장에 전북 출신 조남관, 총장의 왼팔·오른팔로 전국의 특수·공안 사건을 지휘하는 반부패·강력부장과 공공수사부장에 각각 전남 출신 신성식·이정현이 임명된 것이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 개혁한다면서 '특수·공안부 라인'의 요직 독점을 막겠다더니, '호남 라인' 독점 인사를 하고 있다. 개혁의 진정성을 누가 믿겠느냐"며 "검찰 인사가 '실력주의'에서 '지역주의'로 퇴보하고, 엽관제(선거에 이긴 정당 출신들이 공직을 독차지하는 제도)로 변질되고 있다"고 했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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