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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판사 "한국사회는 야만사회…다수로 밀어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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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머니투데이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오늘날 한국 사회는 일종의 야만사회가 되고 있다"며 현 세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63·14기)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벽단상: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올렸다.

강 부장판사는 "예전에는 한국 사회에 일종의 '선비정신'이 통용됐다. 자신만의 이익이나 자신이 속한 정파나 집단을 위해서 말도 되지도 않는 주장은 염치와 부끄러움을 알기에, 아예 꺼내지도 못하던 정상적인 일종의 도덕률이 지배하던 사회였다"면서 "그러나 작금 일어나는 사태는 어떠한가"라며 "다수를 차지하면 헌법 같은 기준선은 염두에 둘 필요도 없다는 태도로 모든 것을 힘으로 밀어 부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의 다수가 내일의 소수가 될 수 있고, 오늘의 소수가 내일의 다수가 될 수 있음에도, 어찌 역지사지, 협치의 정신을 내팽개치고 모든 것을 숫자로 밀어 붙이고만 있는가"라고 개탄했다.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한 상황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MBC는 지난 3월31일 '채널A 기자가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철 전 VIK 대표에게 현직 검사장과 친분을 강조하며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압박했다'는 내용을 첫 보도했고 이후 '검언유착'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수사팀이 한 검사장의 휴대폰 유심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강 부장판사는 "특정사건을 처리하면서 그 사건과 아무 연관도 없는 개인간의 안부 연락 흔적 같은 것을 공공연히 퍼트려서 그 피고인을 더 궁지에 몰아넣는 기법의 야비한 방법을 수시로 쓰기도 한다"며 "그러다가 이번에는 자기가 그 방식으로 폰도 빼앗기고 압수당한다. 헌법상 기본권인 사생활 비밀이나 인격권 보호 개념은 안중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자기'는 한동훈 검사장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강 부장판사는 장충기 전 삼성미래전략실 사장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곤욕을 치른바 있다. 해당 내용은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한 검사장이 언론에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강 부장판사는 "언론기관과 권력기관이 합세하여 무슨 덫 같은 것을 설치해서 특정인이 그 함정 속에 빠지기를 기다리다가 여의치 않으니 전파 매체를 통해 사전에 계획한 작전대로 프레임을 국민에게 전파하고, 그런 일을 막아야 될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자가 역으로 그 작전에 동조하는 듯한 행동과 말을 여과 없이 내뱉는 것도 염치의 실종사태이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디 국민 각자가 비록 각자도생으로 산다지만, 상생과 공존, 협치·탕평의 기운을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고 있다"며 "권부의 높은 자리에 있는 모든 분들은 자기의 갓끈이 떨어지고 자연인으로 회귀하는 미래의 자기 모습을 부디 사고실험이라도 단 한번 만이라도 좋으니 꼭 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적었다.




<아래는 강민구 판사의 게시글 전문>




● 새벽단상: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법우일기 2020.8.7.)

오늘날 한국 사회는 일종의 야만사회가 되고 있다. 동물과 인간이 다른 것은, 인간은 염치와 부끄러움을 안다는 점이다. 사실 동물이 탐욕스럽게 보이기도 하나, 대다수 야생 동물은 자기가 취할 정도의 먹이만 거두지 더 이상의 탐심을 발휘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게걸스럽게 자신의 먹이보다 훨씬 더 않은 재물이나 권력ㆍ명예 등을 욕심 낸다. 미래라는 환상을 인간이 인식하기에 생기는 일종의 병리현상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한국 사회에 일종의 《선비정신》이 통용되었다. 자신만의 이익이나 자신이 속한 정파나 집단을 위해서 말도 되지도 않는 주장은 염치와 부끄러움을 알기에 아예 꺼내지도 못하던 정상적인 일종의 도덕률이 지배하던 사회였다.

그러나 작금 일어나는 사태는 어떠한가.

다수를 차지하면 헌법 같은 기준선은 염두에 둘 필요도 없다는 태도로 모든 것을 힘으로 밀어 부친다. 하지만, 그 다수는 영원한 다수가 결코 될 수 없는 것이 세상사 인연의 이치법이다. 오늘의 다수가 내일의 소수가 될 수 있고, 오늘의 소수가 내일의 다수가 될 수 있음에도, 어찌 역지사지, 협치의 정신을 내팽개치고 모든 것을 숫자로 밀어 붙이고만 있는가.

과거 자신이 그토록 외치고 선언했던 주장과 너무나 다른 행동을 현실서 일삼는 자들도 염치와 부끄러움이 없기는 매한가지이다. 그냥 죄송하고 잘못 처신했고 앞으로 잘하겠다고 하면, 착한 국민은 다시 품에 안을 것임에도 끝까지 우기고 사죄를 하지 않는다. 결국 자기 지지자 숫자만 염두에 두고 하는 미련한 행동이다.

자신만이 정의의 화신이고 타인에 대해 엄청난 칼날을 들이대던 자들이 역으로 그 칼자루를 새롭게 쥐게 된 새로운 권력자 집단에 의해 코너로 몰린다. 자신의 과거 행동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 없이 이번 일에 정의가 구현되기를 바란다고 읍소한다. 일년도 지나지 않은 과거에 그 칼에 당하던 사람들이 그토록 외치고 싶었던 단어들이 이번에는 그 입에서 나온다. 정말 아이러니이다. 이번 일이 억울한 일이면 이번일 그 자체로 판단 받고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할 것이다.

특정사건을 처리하면서 그 사건과 아무 연관도 없는 개인간의 안부 연락 흔적 같은 것을 공공연히 퍼트려서 그 피고인을 더 궁지에 몰아넣는 기법의 야비한 방법을 수시로 쓰기도 한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자기가 그 방식으로 폰도 빼앗기고 압수당한다. 헌법상 기본권인 사생활 비밀이나 인격권 보호 개념은 안중에도 없다.

오늘날 스마트폰이나 SNS는 단순한 기계나 앱이 아니고 그 사용자의 제2의 인격체나 다름없는 특수한 것이다. 그냥 탈탈 털고 싶은 욕구가 수사기관서 생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겠으나, 그것의 한계를 사법부 법관이 혜안의 눈을 뜨고 반드시 사법적 통제를 해야 한다. 그 통제의 끈을 놓으면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라는 미명아래 비참하게 무너진다. 국가도 개인의 인격과 신체ㆍ재산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개인을 부당하게 억압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잊으면 안 된다.

나라의 국민이면 누구나 소득에 따른 납세 의무가 있다. 하지만 소수의 국민에게 상당한 범위 내의 누진세율이 아니라 아예 황금알 낳은 거위의 배를 가르듯이 도살적 중과세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자행하는 것도 국가가 부끄러움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ㆍ로마 이래 폭압적인 세금 정책은 그 정권ㆍ나라의 붕괴를 필연적으로 가져왔음을 동서고금의 역사가 말해준다.

언론기관과 권력기관이 합세하여 무슨 덫 같은 것을 설치해서 특정인이 그 함정 속에 빠지기를 기다리다가 여의치 않으니 전파 매체를 통해 사전에 계획한 작전대로 프레임을 국민에게 전파하고, 그런 일을 막아야 될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자가 역으로 그 작전에 동조하는 듯한 행동과 말을 여과 없이 내뱉는 것도 염치의 실종사태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정말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다. 이 정도에서 그치지만, 아직도 선한 국민은 부디 이 나라가 잘되기만을 바라고, 노년에 특별한 추가적인 정기적 수입도 없지만 꼬박꼬박 재산세나 종부세를 내는 국민도 있다. 국가가 부자의 세금을 모아 빈자를 사회복지정책으로 보호해 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나, 모든 것은 비례와 상당성 원칙에 합당해야 한다. 세금 제대로 많이 내고, 위법한 일하지 않고, 고용을 많이 창출하는 기업가 등은 마땅히 존중 받아야 정상적인 사회이고, 자식 군대 안 보내는 것이 사회에서 자랑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부디 국민 각자가 비록 각자도생으로 산다지만, 상생과 공존, 협치ㆍ탕평의 기운을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고 있다. 권부의 높은 자리에 있는 모든 분들은 자기의 갓끈이 떨어지고 자연인으로 회귀하는 미래의 자기 모습을 부디 사고실험이라도 단 한번 만이라도 좋으니 꼭 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 되면 적어도 야바위꾼 같은 발언이나 정책을 남발하여 국민 가슴에 대못은 박지 못할 것이다.

나라 전체가 염치와 부끄러움을 아는 사회로 전진하기를 새벽에 어줍잖게 서너 자 적어보니 동창에 아침 기운이 밝아 온다.

● 8.13.부터 페이스북 SNS 공간을 떠나는 입장에서 나라와 국민을 감히 마음에 두고 쓴 글이니 곡해나 아전인수가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이미호 기자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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