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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아베-아사히 신문 '기자회견' 문제로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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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가 49일만의 기자회견 15분만에 끝내려 하자

아사히 신문 기자가 반발하며 추가 질문

"총리실 직원이 팔 붙잡으며 제지했다"며

아사히가 공식 항의 후 기사 게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진보 성향의 아사히 신문이 충돌했다.
6일 아베 총리의 히로시마 기자회견에서 총리실 직원이 질문하려는 아사히 신문 기자의 팔을 잡으며 제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신문은 이에 대해 항의하고 7일 정치면에 “관저 직원이 팔을 잡아가며 아사히 신문 기자의 질문제지, 관저 보도실에 항의”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번 사건은 6일 ‘히로시마 원폭(原爆) 75주년’ 행사에 참석한 아베 총리가 기자회견을 마치려고 할 때 발생했다. 이 날의 회견은 49일만에 다시 개최되는 것. 사전에 총리 관저가 기자단에 10분간만 할 예정이라고 전해왔다. 이에 따라 관저 출입 기자단과 히로시마시 지방 기자단 중에서 간사(幹事)를 맡고 있는 4개 언론사가 하나씩 총 4개의 질문을 할 예정이었다.
아베 총리가 예정된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고 끝내려고 할 때 아사히 신문 기자가 손을 들며 큰 소리로 질문했다.
“국민 불안이 커지는데 왜 그동안 기자회견을 갖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러자 아베 총리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서 비교적 시간을 들여서 얘기해왔다”고 답했다.
아베 총리가 퇴장하는 가운데 아사히 신문 기자는 “총리, 아직 질문이 남아 있습니다”라며 다시 질문을 하려 했다. 그러자 사회를 맡은 히로시마시 직원이 회견 종료를 선언했다. 관저 보도실 직원은 “더 이상은 안 된다”며 아사히 신문 기자의 오른팔을 붙잡았다.

이에 대해 아사히 신문은 이를 ‘질문 기회를 빼앗는 행위’로 간주하고 관저 보도실에 항의하며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이 신문은 7일 관련 기사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보다 많은 질문 기회가 보장될 것을 요청했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자사 기자의 질문을 총리실 직원이 제지했다고 보도한 아사히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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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저 홍보실의 토미나가 켄지 실장이 6일 아사히 신문에 보낸 답변도 공개됐다.
“6일 예정된 4개의 질문이 끝난 시점에서 귀사로부터 질문이 있어서 총리가 대답했다. 히로시마 공항으로의 이동 시각이 임박했던 가운데 일어난 일로 신속한 이동을 촉구하기 위해 우리 직원이 주의를 환기시켰지만, 팔을 잡지는 않았다. 앞으로도 기자회견이 원활하게 운영되길 바란다.” 관저 홍보실은 ①아사히 신문이 정해진 약속을 위반했다 ② 그럼에도 총리가 이에 답변했다 ③ 관저 직원이 팔을 잡은 적은 없다는 세 가지 논리로 아사히 신문에 대해 반박했다.

◇이번 사건의 배경은

일본의 관저는 한국의 청와대와는 달리 전통적으로 문턱이 낮은 편이다. 총리의 매일 출퇴근길에 관저 로비에서 기자들이 총리의 안색, 옷차림을 확인해가며 3~5m앞에서 질문하는 ‘부라사가리(매달리기)’ 취재가 가능하다. 일본 총리는 국회 답변이 의무화돼 있어 국회가 열리면 매일같이 국회에 나가 답변을 해야 한다. 기자회견을 갖는 횟수도 많은 편이다.

이런 전통에 따라 아베 총리는 지난 2월부터 5월까지는 총 8회에 걸쳐서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다. 아베 총리가 올해 초부터 지난 5월까지 정기국회에 출석 답변한 시간도 160시간에 이른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분석해 보도했다.

하지만, 지난 6월 18일 정기국회 폐회 이후 이 같은 기회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부라사가리 취재에도 성실히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자 일본의 거의 모든 언론은 총리가 국회에 나가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한 달 넘게 기자회견을 회피한다고 비판해왔다. 한국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접촉을 거의 하지 않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비판이 적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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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신문의 지난 7월 사설. 아베 총리가 중요 현안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국민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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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사히 신문이 강하게 견제했다. 아사히 신문은 지난 7월 23일 ‘총리의 不在, 국민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은 아닌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이 사설은 아베 총리가 국회에도 나오지 않고, 기자회견을 갖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이 다시 확산하고 국민 사이에 불안이 커지고 있는데도 아베 총리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국회 폐회 중 심사에는 나오지 않고 기자회견도 하지 않는다.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설명 책임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아사히 신문은 이후에도 몇 차례 아베 총리가 코로나 사태 등에 대해 국민에게 충실히 설명하지 않는다며 비판해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사히 신문은 아베 총리가 히로시마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다는 사실을 알고 질문할 기회 확대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런 요청이 무시당하고 15분 만에 끝나려고 하자 목소리를 높여서 질문한 것이 양측 간 갈등으로 이어지게 됐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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