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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낳은 ‘혼산족’…아웃도어 업계 VIP 된 ‘산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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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산 타는 2030세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만든 낯선 풍경이 점점 익숙한 일상으로 변해간다. 엘리베이터에 타면 손잡이 위에 손 소독제가 비치됐는지 확인하고, 인산인해(人山人海) 앞에서는 자리를 피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든다. 배고프면 밥을 먹듯이 사회적 거리 두기도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최근 골프·등산·캠핑·서핑 등의 레저 스포츠 인기가 뜨거워진 것도 코로나19가 만든 자연스러운 결과다. ‘거리 두기’와 ‘신체 활동’ 욕구를 한 번에 해결하고 싶은 많은 이가 레포츠 산업에 지갑을 열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이 그 현장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직장인은 퇴근 후 ‘야등’
‘혼산’ ‘산린이’ 신조어도
코로나發 아웃도어 열풍

조선비즈

서울 인왕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서울. /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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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0일 오전 서울 지역 야간등산 모임 오픈 채팅방 알림이 울렸다. ‘J’라는 별명을 쓰는 참가자가 "오늘 ‘야등(야간등산)’ 어떠신가요. 오늘 인왕산 가려고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같이 가시는 분이 없다면 ‘혼산(혼자서 등산)’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수정’이라는 별명을 쓰는 ‘이코노미조선’ 기자가 응답했다. "오늘 야등에 동행해도 될까요?"라고.

이날 오후 7시 50분 종로구 사직동 주민센터 앞에서 J씨를 만났다. 40대 초반, 광화문에서 근무하는 J씨는 피케셔츠에 면바지 차림이었다. 평소 사무실에 운동복을 구비해두는데 급하게 오느라 신발만 갈아신고 나왔다고 했다. 랜턴 대신 스마트폰 손전등 기능을 이용한다고 했다. 바람막이와 등산화 차림에 헤드랜턴까지 챙긴 기자의 모습이 다소 과하게 느껴졌다.

J씨는 주중에 2~4회 야간등산을 한다. 사무실 근처 인왕산이나 집 근처 안산을 주로 오른다. 인왕산에서 내려와서 사무실로 돌아가 샤워 후 야근할 때도 있다. 주말에는 보통 골프장을 찾는데 일요일 오후 산을 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J씨에게 야간등산은 하루를, 일주일을 마감하는 의식 같았다. J씨는 야간등산의 매력을 이렇게 표현했다. "하고 나면 매우 피곤하다는 거예요. 잘 안 풀리는 일이 있을 때 고민하느라 잠 못 드는 경우가 많은데 야등하면 그대로 곯아떨어지거든요."

이날 사직공원에서 시작해 호랑이상에서 오른쪽으로 자락길을 걷다 주 능선인 한양도성길에 합류, 한양도성길을 따라 정상까지 올랐다. 오후 9시쯤 도착한 정상에는 10여 명의 등산객이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사진을 찍었다. 가끔 침묵하는 혼산족도 눈에 띄었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모습을 드러낸 큰 바위에 누워 서울의 야경을 내려다봤다. 경복궁에서부터 남산타워 그리고 코엑스까지 서울 시내 주요 랜드마크가 한눈에 들어왔다. J씨는 "이곳에서는 온갖 자연의 소리가 다 들리는데, 특히 바람 부는 소리를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내려올 때는 한양도성길을 따라 종로구 무악동에 있는 인왕산 등산로 입구로 빠져나왔다. 정상 근처 가파른 암벽 사이를 지나야 하는 구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쉽게 걸을 수 있는 길이었다. 등산을 마친 시각은 오후 9시 30분. 등산하는 2시간 30여 분 동안 500㎖ 생수 한 병을 비웠다. J씨는 "오늘 밤은 정말 푹 잘 것 같다"며 "내일 아차산 야간등산에도 시간 나면 나오라"고 말하며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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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7월 20일 오후 서울 인왕산 정상에 올랐다. / 임수정 기자



◇#산린이 #산스타그램

J씨가 활동하는 오픈 채팅방은 올해 5월 말 개설됐다. 참가자는 20명 안팎으로 소규모다. ‘K’라는 별명을 쓰는 이 오픈 채팅방 방장은 개설 이유에 대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모임에 나가기도,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기도 부담스럽다. 그래서 두세 명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야외 운동이 뭘까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모임에서 나이를 따지지 않아요. ‘산’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는 친구를 만들자는 게 모임의 목적이죠. 지인 등 오프라인 인간관계에서 피로감을 많이 느끼는 요즘, 인맥보다는 편하게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K씨의 설명이다.

K씨가 운영하는 오픈 채팅방 외에도 ‘야간등산’을 해시태그(#·검색을 쉽게 하기 위해 붙이는 기호)로 등록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은 40여 개 정도다. 4년째 운영되고 있는 250여 명 규모의 오픈 채팅방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지난해와 올해 개설됐으며 한 채팅방에 평균적으로 수십 명이 참여하고 있다. "요즘 아차산·인왕산·관악산 등이 밤낮 할 것 없이 레깅스족과 2030세대로 북적북적해요. 과거에는 한적한 데다 등산객 대부분이 중장년층이었는데 말이죠. 온라인 커뮤니티, 직장 선후배, 친구, 가족 등 각양각색의 모임 형태로 산을 오르는 걸 알 수 있습니다." K씨는 "온라인 관계 맺기에 익숙한 2030세대 ‘산린이(등산+어린이)’의 등장으로 과거 지인·단체 중심의 등산 문화가 더욱 풍성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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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탓에 시행했던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강도를 낮춘 첫 주말인 4월 26일 서울 북한산 백운대가 등산객으로 붐비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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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업계 ‘반색’

2030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서는 ‘산스타그램(산+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넘쳐난다. 등산족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도 성장 추세다. 아웃도어 업체 비와이엔블랙야크가 운영하는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BAC)’ 가입자는 7월 중순 16만 명을 넘어섰다. 2019년 4월 10만 명에서 올해 4월 14만 명으로 늘었는데 증가세가 한층 더 가팔라졌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탓에 실내 여가 활동이 제약받으면서 등산으로 눈을 돌린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늘어난 가입자 대부분이 2030세대였다. BAC는 ‘등산족을 위한 페이스북’ 친구 맺기, 모임 가입 등의 기능이 있으며, 국내 100대 명산을 방문한 뒤 인증샷을 올리는 ‘명산100’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실제로 산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북한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올해 3월 북한산국립공원(도봉산 포함)을 찾은 사람은 67만59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7만7085명보다 무려 42% 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출을 자제하는 상황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근교 산을 찾은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웃도어 업계에서는 2030세대의 유입과 등산족 증가가 한동안 침체했던 아웃도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하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2014년 7조16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8년 2조5524억원까지 하락했다. 시장 침체 탓에 라푸마·살레 등 철수 선언을 한 아웃도어 브랜드도 있었다. 코로나19 탓에 전반적인 소비 심리가 악화했지만, 일부 아웃도어 브랜드는 산린이 덕을 봤다. K2의 등산화·하이킹화 등 신발 제품 매출은 올해 4월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급증했고 블랙야크의 등산용품 매출 역시 증가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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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 이코노미조선 기자(crysta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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