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규제 카드’ 만지작… 文정부 부동산 정책 왜 이러나

文정부 ‘설익은 규제’ 부작용 우려 확산

‘反시장’ 대책 내놓고 땜질 처방 되풀이… 시장 혼란 가중

전문가 “시장경제 무시 인위적 통제… 장기적으론 임대 물량 줄어들 수도”

민주·통합 지지율 0.8%P차 좁혀져… 與 내부서도 “정책 일관성에 문제”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4아트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뉴스1

정부·여당의 부동산정책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임대차 3법’ 통과 1주일도 안 돼 추가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세입자 보호를 명분으로 밀어붙이더니 허점들이 엿보이자 땜질 처방하는 식이다. 전세 가격을 올릴 길이 막힌 집주인들이 월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전월세전환율을 통제하겠다고 나섰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집주인을 처벌하겠다는 발상까지 서슴없이 내놓고 있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 즐겨 쓴 ‘100일 특별단속’계획까지 나왔다. 여권이 주택소유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시장논리에 반하는 대책을 내놓았다가 시장 혼란과 불신만 초래하는 모습이다.

6일 더불어민주당과 관련 부처에 따르면 당정은 현행 4%(기준금리+3.5%)로 돼 있는 법정 전월세전환율을 2% 정도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비율을 지키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강제조항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월세를 전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비율이다.

정부·여당이 세입자에게 2+2년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부여하고 재계약 때 전월세 상승률을 5%로 묶으면서 집주인들의 반발을 불렀다. 집주인들은 앞으로 올리지 못할 것에 대비해 전셋값을 크게 올리거나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규제가 또 다른 규제를 낳는 악순환이다. 전월세전환율 통제가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민주당 부동산 태스크포스(TF) 소속 이원욱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월세전환율을 2%대로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히며 “자율 유도가 지켜지지 않으면 법적 처벌 가능성도 고려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소셜 믹스(일반분양과 임대가구 혼합) 방식으로 짓더라도 조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제는 소셜 믹스를 동으로 분류할 게 아니고 완전히 아파트를 섞어야 한다고 본다”며 “같은 단지 내 같은 동, 같은 건물 내에서도 임대아파트가 7층에 있고 6층에 있고 이런 식”이라고 답했다. 인위적인 섞어놓기가 불러올 주민 간 갈등 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외국인이 갭투자를 통해 국내 부동산을 사들인 사실이 공개되자 외국인들의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는 대책도 마련되고 있다. 윤관석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외국인이라고 해도 투기성 부동산 구매에 대해서는 취득세 중과세를 적용하는 법안을 준비하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정일영 의원은 앞서 외국인이 국내 주택을 산 뒤 6개월 동안 실거주하지 않으면 취득세를 20% 더 내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정부·여당은 야당과 시장의 반발 여론에도 연일 부동산 대책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구난방식으로 설익은 규제 아이디어를 쏟아내 혼란스럽다. 무엇보다 정부·여당이 전세에 이어 월세 가격까지 정부의 통제 아래 놓으려 하자 반시장적인 부동산 대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부당한 거래를 막는 수준에서 벗어나 아예 거래당사자의 자유로운 계약 자체를 통제하는 건 헌법의 자유시장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움직이는 시장경제를 무시하고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면 여러 문제점이 노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8·4대책도 발표 직후부터 시장 곳곳에서 반발이 이어지는 등 후속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3기 신도시의 경우에도 8·4대책에서 용적률을 상향해 주택공급을 추가하기로 한 만큼 고밀화에 따른 기존 도시계획의 수정·보완은 불가피하다. 인프라 부족 등을 이유로 신규 택지 개발에 강력 반발하는 지자체장과 지역 주민들을 설득할 대안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 매물 정보란이 전셋값 폭등 및 전세 품귀 현상으로 비어있다. 연합뉴스

민심도 혼란스럽다. 이는 여론조사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대한 찬성보다 반대가 많은 결과로 이어졌다. 리얼미터가 지난 3∼5일 전국 유권자 15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대한 반대 여론이 49.5%로, 오차 범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관리여론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내에서 찬성 여론 43.5%보다 많았다. 민주당 지지율이 전주 대비 2.7%포인트 하락한 35.6%, 미래통합당이 34.8%를 기록한 것도 이 같은 민심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통합당이 잘해서라기보다 민주당이 못해서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로 좁혀진 셈이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8·4대책과 관련해 “기존에 ‘공급이 충분하다’(고 하고), 수요 억제 정책을 중심으로 관리해 오다 공급 정책으로 사실상 전환한 것”이라며 “정책 일관성 측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연일 강공태세다. 이번에는 ‘100일 특별단속’계획을 꺼냈다. 기획재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용범 제1차관 주재로 부동산시장점검회의를 열어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경찰청이 거래질서 교란, 재건축·재개발 비리, 공공주택 임대 비리 등을 100일 동안 중점적으로 단속한다고 밝혔다.

박세준·김민순 기자, 세종=우상규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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